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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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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16회 작성일 17-09-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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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일이 없어졌다.

연일의 폭주로 입안이 떫다.

엊그제는 오랫만에 의식의 끈이 떨어져서 귀가 했다.

고맙게도 불러 준 오골계 집에선

십분마다 생수를 한 컵씩 마시며 일을 했다.

정말 뼈가 검은 닭을 기계로 찍어 내기라도 하는지

또 한 대야의 간과 모래집들이 쌓여 있었다.

때론 마트에  큰 기둥처럼 쌓여 있는 달걀 코너를 보면

정말 달걀이 닭이라는 동물이 낳는 알이 아니라

스위치를 누르면 뚝뚝 떨어지는 공산품 같다.

그기다 돈을 지불하고 나면, 죄송함도 감사함도 다

셈셈을 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무심하다면 나도 그러자.

해고 시키면 말 없이 해고 당하고, 돈이나 받으면

아무 괴로울 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성격이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몇 해 전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식당 사장은 내가 옷 갈아 입는

창고까지 따라와서 "누나! 한번 만 안아보자!" "우리 불륜 한 번

저지르 보자"하며 추접을 떨었는데, 다른 여직원은 일을 하고

있는데 뒤에가서 껴안거나, 귓볼에 입김을 불어 넣기도 했다.

"그런건 니 애인한테나 하는거다"하고 문자를 보냈다가 뒷날 잘렸다.

그 때는 해고 수당 같은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잘렸다.

분해서 성추행 건으로 고소를 하려고 했지만 나는 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어쩐지 경끼가 나서 그만 두었다. 다른 여직원들은 함께 밥을

먹을 때는 이런 저런 자신이 당한 불쾌한 일들에 관해 입에 거품을

물고 성토를 했지만, 막상 해고 당하는 날 아침, 사장이 모두를 모아놓고

"나는 여러분들이 모두 누나 같고, 내가 막내다 보니까 스킨쉽을 좋아해서

그랬는데, 그게 기분 나빴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아무도 성추행 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은 나이 많은 이모가 손을 번쩍들고

"그런기사 서로 친하고 편하니까 그럴수도 있는기지"하는 소리에 기가 꺽 차서

해고 당하고 돌아오는 길에 있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낮술을 마셨다.

그냥, 노 터치 노 터치 하면서 넘어가면 되었던 것이다. 상의를 벗고 있는데

탈의실 문이 화들짝 열리고, 젊은 놈이 한 번 안아보자 하면, 꺄악하고 말면

되는 것이였고, 불륜 한 번 저질러 보자하면, 그래 어느 모텔에서 만날까?

너물 너물 넘어 갔어야 하는 것이다. 다들 괜찮다고 하지 않는가? 귓볼에 입김을

불어 넣어도, 일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백 허거를 해도 상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사당오락 머리띠 둘러매고 일류 대학 가서 백대 일 경쟁률 뚫고 들어 온

대기업도 아니고, 나가면 발길에 걸리는 것이 식당인데 그 사장 비위 거슬리지

않을거라고 "너의 입술은 진짜 키스 하고 싶은 입술이다"하는 따위의 개소리를

참고 견디겠다는데, 그런 것을 잘 견디는 것이 성격이 좋다는 것일까?

 

엿을 먹이려면 확실히 먹여버리던가?

노동청 상담사가 신고하면 빼도 박도 못하는 거라고,

취하 같은 것도 없다고 했는데 난 하지 않았다.

선하지 못한 업보를 쌓기 싫었고, 두려웠다.

2500만원치 내 속 후련하자고 그런 생각을 해보았던 것도 아니지만

만원짜리 탕 하나 팔거라고 발을 동동거리며 번 돈을

그렇게 억울한 감정으로 쓰게 하는 것에 대해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전화 한 통 와서

"언니!  미안 합니더, 이 말 저 말 할거 있것습니꺼?

요새 대목 밑이라 장사도 너무 안되고, 인권비라도 줄여야 할 것 같아서

언니한테는 참 미안하게 됐습니더. 마음 푸시고, 우리 입장을

좀 만 이해 해주이소" 하면 모두 끝날 일이다.

 

이래저래 술만한 해법이 내겐 없다.

팔이 아파 식당일도 하지 못하는 두 아이의 엄마 정화씨는

참 나를 보고 싶어 한다. 나도 눈사람보다 뚱뚱한 그녀가

자주 보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만나지 못했다. 내가 놀면

함께 놀아버리는 남편에게 돈 이만원을 받아 내는데는

한 시간이 걸렸다. 이래 저래, 점점 술 생각만 간절해진다.

점점,

나는 짬뽕을 먹어 아무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는 아쿠찜을 좋아한다.

아무 멋을 낼 줄 모르는 그녀에게 돈 이만원을 내밀며

미안해, 계산할 때 보태서 내라고 말했다.

정말 치사한 술자리다.

팔이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해고 당한 친구가 더치 패이 하자 하는 것이다.

그녀는 술 한 잔 되면 배부른 참새처럼 떠들어대는 내 말을 잘 들어준다.

그리고 그녀는 내 말이 옳다고 한다.

네병의 막걸리를 마시고, 이젠 더 마시기도 미안해서 군복처럼

얼룩덜룩해진 얼굴로 테니스 코트를 여러개 건너, 라일락 넝쿨 아래를 지나며

"야! 담배 하나 피자"

"그래 이제 야쿠르트 그만뒀으니까, 지민이 생각 않해도 된다"

지민이는 나만 보면 "야쿠르트 아줌마다"하며 환성을 지르던

네살박이 여자아이다. 난 그 아이가 담배 피는 야쿠르트 아줌마 보면

실망할까봐 두려웠다. 그렇쟎아도 그녀처럼 한 대 권하는 사람이 있으면

입담배만 뻐끔거리는데 비 내린 테니스 코트 장에서 말 수 적은

친구랑 피니까, 이게 담배맛인가 싶기도 했다. 같이 탁구를 치려고

탁구장엘 갔는데 탁구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선수들 같은 복장으로

선수처럼 쳐서 갑자기 술이 확 깨여 나와 버렸다.

야! 좀 있음 내 생일인데, 미리 한 잔 더 할까?

"으..그러고 싶은데,,남은 돈이 말이야..내가 카드를 않들고 나왔거든"

"있어봐, 세상에 내 돈만 돈이냐? 돌고 돌아 돈이라는데

돌리고 돌리며 쓰는게 돈이야"

 

 

남자도 자신도 서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녀와 술이 한 잔 더 먹고 싶어

산골짜기에 혼자 사시며 혼자 낮술에 취해 있는 오디 아저씨를 불렀다.

이제 오디 농사가 끝나고 한가한 아저씨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혼자서 마당에 있는 노래방 기계를 켜놓고, 진양호 호수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집에서 혼자 취해서 혼자 잠든다고 했다. 아저씨는 나를 며느리라 부른다.

며느리라 부르면서 습관처럼 말을 하다 허벅지를 실실 더듬는데

손등을 탁 치며, 아저씨가, 무슨 현종도 아니고, 내가 양귀비처럼 예쁜건 맞지만,

어머니한테 일러 준다이" 난 화통하고 돈도 잘 쓰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아저씨가

우리 시어머니의 남자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했다.

"아저씨, 여자 하나 소개 시켜 줄까?"

"됐다. 배신자(시어머니의 별명) 이야기 할라꼬?

이침에 말해 두겠는데, 난 연상은 싫어. 배신자는 손끝 야물고, 사람도 좋지만"

"됐거덩,  우리 어머니가 아저씨보다 훨씬 아까워,

몇 달만 있어봐라, 배신자가 전화를 않받는다고, 아저씨가 울면서 전화 할건데"

술 한 잔 되니, 그놈의 목포의 눈물이 부르고 싶어서

아저씨 돈 더 쓰게 만드는 것이 미안해서 코인 노래방을 갔다.

오백원만 넣으면 두 곡을 부를 수 있는데

정화가 삼천원을 쏘았다.

술도 없고 도우미도 없지만 난 코인 노래방이 참 좋다.

개그 콘스트에 나오는 거지가 "오백원 줘,"했듯이

지하도의 거지도 오백원만 있으면 노래 두 곡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술이 한 잔 더 되자 물주에 대한 미안함도 사라져서

삼차 사차, 십이열차가 되었다.

그래도 소싯적 건달이였던 아저씨는 매너가 좋다.

술이 백 잔 되어 필름이 끊어진 내가 욕을 했던지,

"ㅎㅎ 비싼 술 사주고, 욕 싫컷 들었네.

씨발 새끼 꺼져는 쌍팔년도에 큰 형님한테 들었던 욕인데,

오랫만에 들으니 좋던데"

술 마신 뒷날 쥐구멍 찾는 일이 참 오랫만이다.

다행히도 낮부터 마신 술이라 시간이 그리 늦지는 않았다.

신발 한 짝 잃어버리기 전에 쥐새끼와 호박 덩이를 뒤로 하고

집에 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밤새 집이 나를 따라 다닌 것처럼

잠을 깨니 집이였다. 집도 나랑 함께 술을 마셨는지 천정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빨간 딱지,

 

가을 바람에 한들거리는 들깨 꽃에 앉은 빨간 나비

 

등골을 쏙쏙 빼어서 한 다발 지전을 싸다 바쳐도 못 다 갚고

드문드문 잔 잎, 구멍난 잎만 남았는데

노을에 만취한 흔들림을 압류하는 빨간딱지,

 

깨 쏟아질 날 있을거라며

양지에 등을 말리던 깻대들이

피처럼 깨를 쏟고는 아궁이로 들어갔다

죽 쒀서 개준다고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산다고

그러면 되는 것이지,

생깨를 머금다 뱉는 일이 한 평생이라도

깨는 깨맛을 몰라,

깨 쏟아지는 날이 가는 날이지,

 

나비야 날아라,

이 진동하는 들깻잎 향기가 피비린내 같아,

빨간 날개에 상장처럼 검은 무늬 두르고

간을 압류하는지

혼을 압류하는지

꼼짝도 없는 빨간 나비아

그냥 같이 죽자고 눌러붙는

물귀신 같은 빨간 나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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