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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은 시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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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08회 작성일 17-09-13 20:38

본문

또 한 번 공포가 엄습해 온다.

누구에게 어떤 의견을 말하는 것이 무섭다.

요즘엔 모두들 법적인 대응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준비해둔다.

어디에 덫이 있을까 어디에 놓을 덫은 없는가

나부터도 생각한다.

민주 공화국이 되었다는데 민주화가 되면 될 수록 나의 혀는 얼어붙고

눈은 눈치를 보고 몸은 움추려든다. 시민들의 권리가 왕처럼 되는 것이 민주화라더니

모든 왕들이 가슴에 품고 다니는 비수가 무섭다.

나는 왜 식당 사장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인가?

나도 알고 보면 너 못지 않은 왕이라고 시위하는 것 아닌가?

시를 쓴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세상을 바꿔보자고 국밥이라도 끓여 주던 광주의 어머니처럼

거리에 나섰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작은 주변을 바꾸는 일도

두려움 보다 미안함과 싸워야 한다. 식당 주인이 무슨 대단한 사람들인가?

쉬는 날 하루 없이 종업원과 뛰어야 겨우 본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녀에게서 일하지도 않은 돈, 해고 예고 수당을 받는다는 것이 꺼림칙하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시를 쓴다는 사람들도 자신의 말을 모두 녹음 해놓듯 주고 받은 리플을 다

베껴 놓는다. 그 마음으로도 시를 쓸 수가 있다니 대단하다. 자신부터 그렇게 꽁꽁

무장을 하고 세상을 대하면서 세상아 우리 같이 사랑하며 살자고 서로

따뜻하게 어루 만지며 살자고, 힘든 것 안다, 그래도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어떻게 팔을 벌리고 웃을 수 있을까? 나도 어떤 시가 다시 읽을만한 시인지,

시라는 쟝르가 왜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시가 더러 있다는 사실을 안다.

비록 식당 바닥에서 수세미를 쥐고 시를 쓰지만 조금 보는 눈은 생겼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시를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시가 좋네 나쁘네 하는 것이

무지의 소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식당 화장실에 걸린 무명 인사의 시를 읽는데

단순하지만 참 소박하고 진정성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그렇다. 무슨 기발한

레시피로 화려하게 만든 음식도 좋지만 레시피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늙은 어머니가

어림으로 썰고 만든 음식이 나는 더 당긴다. 저마다 음식을 만들고 살지만 음식만 만들고 살면

그를 요리사라고 부른다. 요리사가 아니라고 해서 음식을 해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도 마찬가지다 시인이 아니라고 해서 시와 상관 없이 사는 것은 아니다. 기교의 문제지,저마다

품고 사는 시가 있다. 혈액이 없어지는 희귀병에 걸린 딸과 아버지의 폭행으로 조금 정신이 이상한

아들과 술주정뱅이 남편에게 허구헌날 두드려 맞아가며 사는, 똥을 빼버린 멸치처럼 마른 여자가

있었다. 주위에서는 그런 놈이랑은 당장 이혼하라고 권했지만 그녀는 말했다." 그래도 애들에겐

아빠가 있어야지요, 내가 같이 사는 사람은 내 남편이 아니라 아이들 아빠 아임니꺼?" 그것은 그녀가

품고 사는 시라고 나는 생각했다. 글로 쓰고 어디 발표 되지 않는다고 그녀에게서 그 시가 사라질 것인가?

기성 작가들을 잘 쓰네 못 쓰네 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시인들을 격려하고, 시가 얼마나 그에게

평생 좋은 친구가 될 것인가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들도 바보들은 아니다. 모두

이곳 어른들의 문단만 들여다보며 작가의 꿈을 키우지는 않는다. 그들도 고민하고 선택하고 결정한다.

나는 마광수 교수를 죽인 것이 다름 아닌 다양성에 대한 내성의 부족, 그러니까 초등학생 같은 편협하고

경직된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잘 쓰고 싶다. 누가 천재가 아니고 싶겠는가? 천재가 아닌 줄, 내가 비범한

재질이 없는 줄 알면서도 시에 머물러야 하고, 시를 쓰지 않으면 자신의 생존을 느낄 수 없는 이 사람들에게

시를 잘 썻다, 우수하다 어쩌다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  더 유명한 시인, 알아주는 시인이 아니라고 해서

그의 시가 최첨단을 걷는 시험시나 해체시를 닮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시를 쓰레기라고 치부해야 하는 것일까?
오래 되고 낡은 가구는 다 버려야 하는 것일까? 흘러가는 구름과 강물에 비친 노을이 젊은이에게는 시가 아니지만

흘러가는 구름처럼 살아 와서 강물 앞에 쭈그리고 앉은 노인에게는 엄연한 시다. 물론 비평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접수하는 시인들의 태도는 미숙하다. 그가 대가라면 좀 더 성숙한 태도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밤잠을 설치며

일어서나 앉으나 똥을 누나 밥을 먹으나 시 생각만 해서 썼다는데 쓴 소리 들으니까 욱 하고, 니는 얼마나 잘 쓰는데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발전, 성공, 성취 이런 말 시인들이 고민 없이 쓰기에는 너무나 세일즈맨 같은 용어들이다.

이제와서 신춘문예에 당선 될 것도 아니고, 당선 된다해도 그런 경향의 시를 쓰고 싶지 않다면, 발전, 성공, 성취에

물음표 하나씩 다는 그의 태도가 더 싯적이지 않은가? 한때 폐 타이어에 대한 시가 여기 저기 신문과 문예지에 당선이

되어, 시 쓴다고 연필 깍은 사람 중 폐타이어에 대해서 한 번 쓰보지 않은 시인은 없을 것이다. 그기에 나오는 주된

목소리가 어디로 달리는지도 모르는 속도에 대한 경각심이였고, 우리가 성공아니 성취라 믿는 목적지에 대한 반문이였다.

그러면서 정작 그들이 시를 자신의 발전이나 성공, 성취의 도구로 여기는 것이다. 시는 문학을 위해, 문학의 발전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사람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자신의 가치나 의미를 발견 할 수 있는 시선을

나누기 위해 쓰는 것이라고 왜 나는 생각 되어지는 것일까? 나도 사실 시를 쓰고 어디라도 발표하다 보면 모두가 잘 썻다고

하는 시를 흉내내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 연필에 착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결구로 다가갈 때

전기가 통하듯 짜릿한, 가느다란 누선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없으면 그것은 나와 별로 친하지 않은 시다.

그것을 남이 잘 썼다고 해도 그 시는 그 때 뿐이다. 사실 문단은 술 상을 뒤집는 억판이를 기다린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뒤엎은 술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깨어진 술병과 함께 널부러진 그의 시를 보고서, 그들이 기다린 사람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 시가 개판인데 너희들 왜 그 모양이냐고 말하려면 시인이 되지 말고 평론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시 한 줄 쓰보지 못한 독자라면 이해하기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남의 쓰레기통을 뒤엎기 전에 내 것 부터

내밀어보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시를 평가할 때는 시 한 편을 두고 구절 구절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열댓번

스무번 백번이라도 읽고 하는 것이다. 무조건 쓰레기다 하는 것은 어디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객기 같다.

나도 가끔 이곳의 예의 바르고 교회 집사님 같은 모습들이 숨막힌다. 그러나 내 척박한 생의 언저리에 시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아직 남아 있어서 감사한다. 이곳이 내 무궁한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도, 이곳엔 내 친구인 내가 있는 곳이다.

나도 한 때는 발전하고 싶었다. 시인이 이루고 싶은 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는 내게 꿈이 되어서는 않되고

현실이 되어야 했다. 그날 그날 나와 함게 호흡하고 울고 웃고, 화도 내고, 욕도 하고 해야 했기 때문에 시를 꿈이 되게 할 수가

없었다. 

 

오늘 나를 시인이라고 불러 주는 유일한 시인님께 메일을 보냈다.

백만편의 시로 단련된 눈으로 내 시에 대해서 아무 말씀도 하시지 마세요.

저는 누가 뭐라해도 좃 같이 쓰다가 죽을 겁니다.

내가 백만 독자를 거느리고 사는 시인도 아닌데

이 사람 저 사람 비위맞추는 시 쓰기 싫습니다.

 

라고 발전 없는 옹고집을 보였다.

그 시인님께서 그 편지를 자신의 시교실 학생들에게 읽어주었다고 하셨다.

 

오늘은 유쾌해지고 싶다.

정말 너무너무 끄달렸다.

발랄하고 생에 대한 의욕이 솟구치는 시를 쓰면서 행복한 사람도 있겠지만 삼대구년 묵은 장독에 장 퍼먹는 시 쓰면서

추억의 맛을 보고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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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士님의 댓글

profile_image 墨士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문의 글을 읽었습니다 어제 지우신 댓글도 읽었습니다
술을 한잔 하셨구나 ㅎ 했어요




한가지만.


오늘 날 치열하게 시를 쓴  앞서간 시인들이 없었다면 오늘 한국의 문학사가
존재할까요 오늘 일기속에 유일하게 님에게 시인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계시다고
했는데 그분이 님에게 시인이라는 관으로 부르시는 것 치열하게 시를 쓰신 쓰고 가신
앞서 간 시인님들의 덕분이죠 님의 시안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근시안이다 싶습니다
그런 치열한 시인정신이 문학정신이 없었다면 문학은 이미 죽었고 시인도 죽었습니다
님이 어제 댓글 쓰고 지우고 반복을 하시던데 네 맞습니다 이름 없는 무명의 시인 이름없는 문예지
에도 좋은 시인 좋은 시가 있죠 꼭 유명시인만의 시가 좋은 시고 유명문예지 출신만이 좋은 시인은
아닙니다 그러나 브랜드는 브랜드 값을 분명히 하죠
어디 책값이나 주고 허울 좋은 시인의 관을 싼 사람들과 근본부터가 다를 것이다 생각합니다
또한 예술은 모든 예술은 타고 난 재주와 창의성 그리고 피나는 노력이죠. 이 세가지가 결합될 때
좋은 예술가 문학가가 시인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쓰레기가 별것 있습니까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
어디 사용 용처가 없는 것 존재의 이유에서 밀려난 것 등등 그건 모두 쓰레기죠
일기를 읽어보면 상당히 치열한 삶속에서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닉이 달라졌지만 뉘신지도 알것 같고요
건투를 빕니다 앞서간 시인들로부터 시인이란 관을 받았다면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치열하게 시를 쓰라 짝뚱으로 출발했다면 계속 짝뚱이란 이름으로 시인의 이름을 깎아 먹지말고
진짜보다 더 멋진 패러디라도 돼라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십시오 님의 예전 시 저 많이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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