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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인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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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99회 작성일 17-09-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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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무질

페르난트 페소아

윤범모

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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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

에거드 엘런 포우

페르골레시

존 케네디 톨

에밀리 에리자베스 디킨슨

프란츠 카프카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아무도 봐주지 않던 쓰레기들

 

 2011년 1월 29일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한 월셋집에서는 전도유망한 한 여작가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녀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었으며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며칠 동안 식사를 하지 못해 사망했다. (주 경기도 헤럴드 발췌)

그녀가 마지막으로 이웃에게 남긴 메모는 ‘창피하지만, 며칠 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라는 벼랑끝 처절한 외침이었다. 

 

쓰레기가 별것 있습니까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
어디 사용 용처가 없는 것 존재의 이유에서 밀려난 것 등등 그건 모두 쓰레기죠 (조국의 문단을 끌고 나가는 어떤 젊은이의 말)

 

 

 

그녀는 쓰레기였다.

 

 

이상, 지면이 비좁다.

그래, 맞다. 나는 쓰레기 맞다.

그래서 버려지기도 많이 했다.

한번 버려질 때마다 더 너덜너덜한 쓰레기가 되어가며

계속 쓰레기 더미를 만들며 생존 해왔다.

브랜드라하니 우리 어머니들 말로 메이커라는 말인가 싶다.

백화점에 가면 지천인, 한 장에 기십만원씩하는 티 쪼가리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인가?

신춘문예 같은 것이 그 메이커를 따내는 일이라고 젊은이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태생부터, 근본부터, 다른..

그런데 내가 처음 가본 발표방이라는 공간에는 제법 메이크들이 눈에 띄였다.

작년인가 두 군데에서나 시인 자격증을 따신 분도 있고,

오래 전에 따신 분들도 있는 것 같았다.

참 부러워도 하고, 어떤 시이길래 자격증을 땄나 보며 공부도 했다.

과연 브랜드가 되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고개 끄덕이며 읽었다.

그런데 젊은이는 도대체 어떤 브랜드가 되어야 시를 쓸 자격이 있고

그가 쓴 시가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인지 나는 동대문, 이태원 표라서 잘 이해를 못하겠다.

 


 

 

오늘 쓰레기는 무릎 관절이 아픈 시이모와 작년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운전석 외에 자리가 두개 뿐이라 짐칸과 조수석 중간에 구겨 앉아 찜질방을 갔다.

가을이 처음 올 때 바람의 체온이 참 좋다.

가을이 오면 하늘도 낙엽처럼 구름을 한 덩이 두 덩이 처분해간다는 사실을 작년에

야쿠르트 장사를 하며 알았다.  헬스 클럽의 근육 풀어주는 기계의 밴드를 허리에

감은 것처럼 덜덜 떨며 바라 본 하늘은 겨울 나뭇 가지처럼 구름이 없었다.

그리고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와 폭설이 내린다는 보도가 여기 저기서 흘러 나왔지만

야쿠르트 파는 내 파라솔이 폭설에 내려 앉을까봐 눈 구름은 우리의 도시를 지나쳤다.

추위가 세상을 간결하게 만든다는 것, 나를 에워싼 추위가 내 군더더기 많은 시도

겨울처럼 潔하게 만들어 주기를 나는 바랬다. 흰 구름이 깨끗하다고, 흰 눈이 깨끗하다고

믿었는데, 빈 가지 사이로 보이는 아무 흰 것도 없는 하늘이 눈물 나도록 청명해서

나는 손님이 와서 보관함을 통통 두드릴 때까지 멍청해지곤 했었다. 이 가을을 지나고 올

겨울에 나는 또 무엇을 하며 시를 쓰고 살까? 아무 브랜드도 없고, 흉내 낼 시인도 몰라

짝퉁 조차 될 수 없는 쓰레기는 닫혀진 시의 백화점 문 밖을 겨울 바람에 날려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겨울엔 거리를 배회하는 쓰레기가 훨씬 더 을씨년 스럽게 보인다.

 

날씨가 쌀쌀해지길 기다렸을까

순간 온수기가 고장나 찬물에 샤워를 했다.

처음엔 목욕하기 싫어하는 나를 남편이 욕실에 밀어  넣지 않을 것 같아 좋았다.

시어머니는, 바로 우리집 앞에 고래등 같은 집을 지어서 이사를 온 이종 사촌네 짐에서

짙은 회색의 벽지를 얻어와 삼년 동안 우리 집에서 살다 간 고양이와 개가 뜯어 놓은

부엌방을 도배 하셨다. 얼룩 무늬가 있는 하얀 창호지로 도배했던 부엌방은 순면

블라우스를 입고 가죽 바지를 입은 시골 아가씨처럼 변해갔지만, 나는 어머니가 풀칠한

도배지를 말 없이 잡아 주었다. 취향, 기호, 세련,, ㅎㅎㅎ. 벽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방에 벽이 없는, 그래서 공중 전화 부스가 유일한 도피처인 들판에서

작년 겨울을 보내서 그런지 노망 들린 노인이 똥을 발라 놓은 것도 아닌데, 벽이 있으면

되었지 무슨 상관인가?  내 마음은 이미 벽지 따위에서 놓여나 있었다. 쓰레기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쓸모가 없어야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시를 쓰서 어디에 쓸모를 갖겠다는 것인가?

오히려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한 시보다 어쩔 수 없는 쓰레기에 대한 페이소스를 가진 시들이

쓰레기를 면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보았다. 쓰레기를 보는 눈이 쓰레기를 면할 수 없으면

그의 시는 쓰레기를 면할 수 없다. 쓰레기로 오래 살다 보면 쓰레기에도 정이 든다. 냄새나고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고, 덮어 놓고 두껑부터 닫아버리는 쓰레기가 한 때는 한 자 한 자 그리던

그녀의 미소였고, 한 획 한 획 그어나가던 그대를 향한 나의 심박동 횟수 였음을, 밤을 세워도

아침에는 보낼 용기가 나지 않아 구겨버린 파지였음을, 보내도 수신 되지 않고, 되돌아 온 편지였음을

보낼 주소 조차 없어, 밤새 마신 소줏병에 접어 넣어 강물에 띄운 시였음을, 쓰레기 끼리 구겨진

자리 펴보이며 보고 보여주고, 쓰레기 끼리 애틋해져 간다는 사실을, 함께 쓰레기가 되어

쓰레기통 밑바닥의 침 가래 같은 비애에 젖어 보지않고 쓰레기를 면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소줏병에 넣어 띄운 편지는 오대양 어느 해안가에서 쓰레기를 토하고 싶어서 구토를 해대고 있을까?

 

나는 조국의 문단 같은 걸 발전 시키고 싶은 생각은 조국의 공기를 떠도는 먼지 만큼도 해 본 적이 없다.

한 때 우리 조국 문단의 국부였던 자는 그 얄량한, 쓰레기가 된 적 없었던 글재주로 조국의 젊은이들을

가미가재 특공대로 가야한다고 핏대 세우는 시를 썼고, 그가 부역하지 않은 독재 정권은 없다. 그렇게 해서

개나발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는 좋은 시를 쓰서 용서 받았다고 들었다. 얼마전 내가 매우 존경하는 어떤

시인이 조군의 문단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그 위대한 시인의 이름으로 주는 상을 받는다고 영광스러워하는

것을 수십억광년 거리에서 본 적이 있다.  축하했고, 감사했다. 소위 메이크 있는, 태생부터 다르고 뽀대가

다른 부류들이 그랬다. 조국 문단은 그들이 발전 시키면 된다. 꼭 내가 조국 문단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면

나도 조국의 일원이니 나 하나 똑 바로 세우는 일이다. 나는 문인이 아니라 쓰레기 이니, 문인으로서, 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것 까지도 없다. 나 하나,  무엇인지 모를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고, 나 하나 일으켜 세우는 일이

내가 죽을 때까지 나를 시인이라고 우기는 까닭이다. 내 평생 손뜨개 하나 완성 시킨 적 없는데, 언젠가 손뜨게

머플러를 선물 받은 적은 있다. 메이커 없는 그 머플러를 나는 겨울마다 꺼내어 읽는다. 땟깔부터 촌스러워도

백화점에서 산 기만원짜리 머플러와 바꿀 생각이 나는 없다. 젊은이는 훌룡하다. 우리를 생각하고, 문단의 건강을

생각 할 수 있다니, 난 문단 따위는 구경한 적도 없고, 시의 발전이란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 자꾸 멀쩡한 산을 개발한다고 할 때, 산에 에스컬레이트라도 놓을 것인가?  산에 곤돌라를

매달 것인가? 제발 산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산을 지키는 일일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한 때 모국어의 아메리카를

발견 하겠다고, 멀쩡한 달걀 밑동처럼 밤새 바닥을 깔고 앉아 돌머리 깨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는 쓰면 쓸수록

많은 시를 쓰레기로 분류하게 되었다. 남이 금 종이라 해도 내가 쓰레기로 느끼는 것들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내 스스로 분류한 쓰레기 더미를 허우적거리다 보니 남의 쓰레기 통을 돌아 볼 겨를도 없었고, 그런 애국심,

박애정신이 내겐 싹트지 못했다.

 

내 일기는 나라는 친구와의 대화다.

나와 나 사이에 끼어들어 통할 수도 없으면서 리플 달지 말길 바란다.

그대는 통할 수 있는 물건을 보러 백화점으로 가라,

나는 이 생에 쓰레기의 끝을 보리라.

 

어제 내 일기의 요지는

"나는 좃 같이 쓰다가 죽을 겁니다."이다.

글을 제대로 읽어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나는

젊은이에 대해 생각했다.

시를 쓸거라고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버린 것이 조국이다.

그딴 쓰레기들 다 버리기 위해 시를 쓴다고 나는 아직도 생각한다.

이상이 내 옛날 애인도 아니고

윤동주가 우리 옆집 오빠도 아니고,

한 용운이가 내 첫순결을 바친 땡중도 아니고,

나의 조상이 누구이건 나랑 아무 상관도 아니다.

우린 문단 따위는 백화점에 걸린 물건들이 빛낼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망해버린 모든 나라의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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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사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갱상도 여류시인님요~차암 특이하오~
니캉 나캉 나캉 나캉 일기 주고 받고 덧글 적지마라면 님 말대로
ㅈ 빨라고 여기다 쓴당까?
창방에서 남자 문인들과 특히 똑같은 도롯트 가사쓰는 광땡하고는
싸우지 말고요~~격이 안 다르당께에~
응원합니데이~~
비밀일기글 있응께 거기다 쓰모 덧글도 몬 달지라아~
(혹 노파심에 그저께처럼 쪽지 날리지 마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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