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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콩나물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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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3회 작성일 17-10-17 22:23

본문

너덜너덜 해져서 걸레가 되어 퇴근하는 기분이다

여 사장의 잔소리, 사흘 쉬고 온 주방 이모의 잔소리,

아침에는 까들까들 햇볕에 잘 말린 수건이였던 마음이

열두시간이 지나더니 걸레로 쓰기에도 불편할 만큼

성한 자리가 없어졌다. 오늘따라 손님이 없어서

여사장이 예민해져 있는데다, 시간이 많으니까

맨 눈이 현미경으로 변했다. 바쁠 때는 그릇이

밀리지 않는 것만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한가하니까 살짝 행주로 닦으면 되는 물에 불은

김 조각 한 점까지도 커다란 김 한 장이 붙은 것처럼

호들갑이다. 서로 앙숙인 홀 직원과 주방 이모의

신경전은 널널해진 시간탓에 더 팽팽해져서 중간에서

눈치를 보느라 도다리 눈이 되었다가 광어 눈이 되었다가

말을 헛디딜까 싶어 말을 몇 푼 남지 않은 돈 보다 더

아껴야했다. 내가 볼 때는 홀에 있는 여자가 훨씬 더

진실성이 있어보이고, 이상하게 홀 여자에게 더 마음이

갔지만, 함께 일을 해야 할 사람은 주방이모라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주방 이모는 사실  내가 가장 친하기 싫은

타입의 인간이였다.  콩나물 국밥을 아침과 점심을 함께

해결하는 식사때마다 먹는 것도 미칠 일인데 점심과 저녁을

겸해 먹는 저녁때도 먹자는 것이다. 당연히 음식 해주는

일을 골치 아프게 여기는 여사장에게 아부를 하는 것이다.

일주일만 먹어도 콩나물 대가리도 보기 싫을 판인데

일년 넘게 다닌 직원들은 일년 내내 아침마다 콩나물 해장국을 먹은 것이다.

게다가 점심 겸 저녁도 다른 식당에 비해 활동량이 다섯배는 많은 것 같은데도

변변한 단백질 한 조각 섭취 할 수 없었다. 홀 직원들 또래의 딸이 있어도

있을 것 같은데 자기 딸 같은 여사장에게 아부를 하느라고 콩나물 국밥을

끼니마다 먹어도 맛있다는 것이다. 오전 내내 그녀의 과잉 충성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느라 내 표정도 마음도 꽤나 굳어 있었지만, 오후에는 생각을 돌이켰다.

이 집에서는 절대로 잘리지 말아야지 싶어 나도 괜히 그녀에게 아부라는 것을 했다.

"언니가 없으면 이 집은 돌아가지 않을것 같아요.,"

그런 거의 토물에 가까운 말을 몇 마디 건냈더니 금새 주방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져서

사사건건이던 그녀의 트집들도 좀 잦아 들었다. 그러면서, 저런 딸 같은 여사장에게

저렇게 과잉충성을 해야 할만큼 자아존중감을 상실한 그녀의 삶이 너무 가엾게 느껴졌다.

그녀는 늘 저렇게 살아 온 것이다. 그냥,  제대로 존재하려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되는데로 존재하면 되는 것이다. 이 세계에다 무엇을 걸어서는 않되는 것이다. 영혼을

판 만큼 돈을 받는 것이다. 아부를 해야 산다면 아부를 하고, 남의 뒤통수를 쳐야 산다면

또 그렇게 하고, 간사해야 산다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하는 것이다. 그 세계, 그들의

생존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도 심각하게 염두에 두지 말고, 대충

관계하고, 거울처럼 반사하고 살면 되는 것이다. 누가 옳다고도 그르다고도 판단도 생각도

하지 말고 여기선 이사람을 옳다하고 저기선 저 사람을 옳다하면 되는 것이다.  이 말도

저 말도 하기 싫으면 푼수처럼 웃으면 되는 것이다. 콩나물 국밥을 삼시 세끼 다 먹어야 한다면

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마치 태어나서 콩나물 국밥 처음 먹어보는 사람처럼  한우 특수부위를

먹는 사람처럼 맛있게, 신나게 먹고, 그 주방 이모보다 한 술 더 뜨서, 다른 음식 차려 놓았는데도

콩나물 국밥 먹겠다며,  쉬는 날에도 콩나물 국밥 먹고 싶어서 혼 났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장과 단

둘이 있을 때는 자기 자신 빼고는 다 요령만 피고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료들의 불성실 때문에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늘어 놓는 것이다. 누가 화장실만 가면

그 사람의 뒷통수를 가렵게 만드는 것이다. 누가 어떠냐고 사장이 물으면 "참 착하기는 한데

영 동작이 늦어서"라고 감싸는체 하며 헐뜯는 것이다. 왜 저럴까? 아니라 왜 나는 저렇게 할 수

없을까하고 물어야 하는 것이다.

 

내일이면 8일째 콩나물 국밥을 먹는 날이다.

소주를 두 세병 마시고 자면, 그 국밥이 시원하게 느껴질 것 같다.

콩나물 국밥과, 김치 콩나물 국밥, 딱 두가지 중 하나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오징어를 한 숟가락 넣으면, 그래도 나을텐데,

오징어값이 비싸다고 직원들 먹는 김치 콩나물 국밥에는 넣어주지 않는다.

과잉 충성 이모는 김치 공나물 국밥을 주문 받았는데, 그냥 콩나물 국밥으로

잘못 끓인 국밥을 직원들이 식사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순간, 나는 그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육십 다섯이라는데, 무엇이 무서워서,  딸 같은 아이들, 12시간을 한 번

앉지도 못하고 뛰어다니는데 뭐라도 영양가 있는 것을 먹이자고 말하지는 못할망정,

오징어 한 티끌도 아까워서 넣지 않은 콩나물 국밥으로 하루 식사를 모두 통일하자고

사장과 사장 엄마만 보면 "나는 콩나물 국밥 아무리 먹어도 안질려요. 그냥

저녁도 국밥으로 먹어요"하는 것이다. 어쩌다 홀 서빙들이 하도 질려서 김치에다

밥만 먹어도 그 흔해빠진 달걀이라도 구워서 먹일 생각은 하지 않고, 김치 걸쳐서

물 말아먹는 모습을 얼마나 거슬리는 눈초리로 쳐다보는지,

"이 씨발 할망구야! 늙어도 곱게 늙어라"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다.

그런 할망구에게 오늘 내가 아부를 했던 것이다.

"사장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날마다 콩나물 국밥이라뇨,

한 주먹도 되지 않는 밥에다, 콩나물 대가리 몇 가닥으로 거의 여섯시간을

걸어다니다니요,. "라고, 두 끼의 식사 중 한 끼는 국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장의 말에 나는 대꾸 할 수 없었다.  잘릴까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콩나물 국밥을 먹으면서 날마다 콩나물 국밥을 먹어야 하는 것에 관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으면, 냉큼 콩나물 국밥 한 숟가락을 뜨서 입에 넣고

내 입을 막자. 다들 먹을만 하니까 말 없이 먹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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