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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끼니를 먹지 않으면 죽을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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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6회 작성일 17-10-1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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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8일째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그것도 그냥 콩나물 국밥이 나가야 하는데 김치 콩나물 국밥으로 잘 못

끓여진 콩나물 국밥을 아침 겸, 점심 식사로 먹었다.

이 행성에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8일 아니라 8년, 80년이라고,

먹을 것이 없어서 죽는 사람이 아직도 이 세상에 있는데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이 콩나물 국밥이면 어떻고, 피죽이면 어떤가?

내가 부끄러운 불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푹 자고 나면 몸도 영혼도, 정신도 회복이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베트남을 다녀 온 베트남 새댁이 베트남에서 가져다 준

베트남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약간 박하나 후라보노 껌처럼

화한 맛인 난다는  느낌 외에 다른 커피랑 차이를 못 느끼겠다.

다 마시고 난 종이잔에 녹다 만 설탕과 프림이 잔뜩 남는 자판기

커피에 단련된 혓바닥에게 커피의 품격을 구분하기 바라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허긴 최상품이라는 녹차맛 조차 짚 삶은 물 같다고

느끼는 내가 베트남에서 따왔거나 이디오피아에서 따왔거나를

어떻게 상관하겠는가? 다만 나는 자신보다 두배나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먼 이국으로 시집을 와서 남 몰래 흘렸을 눈물 맛을

베트남 새댁이 베트남을 다녀 와서 가져 온 베트남 커피에서

느끼는 것 같다.

 

여기 저기 식당이나, 먹고 살기 위해서 가진 직장과 직업들을 전전하며

내가 느끼는 것은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은 동물원 사육사를 따르고

무서워하며 같은 사자끼리, 호랑이끼리 물어 뜯고 싸우듯, 서로를

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사장이 먹이를 주니까 사육사와 다를

것이 없다. 원래 사람이나 짐승이나 먹이를 주는 존재를 따르는 것은

어쩔수 없다쳐도, 날마다 콩나물 국밥을 주는 사장에게 퍼부어야 할 욕들을

날마다 콩나물 국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수 없는 동료에게 퍼붓는 것은

전형적인 사대주의 증상인 것 같다. 우리나라가 그러지 않았던가?

명나라나 강한 나라에게는 기침 소리도 못내면서 얼마나 자기들끼리

자중지란에 몰두한 정도가 아니라 광적으로 미쳐 있었던가? 내가 볼 때

나보다 네 살이 어린 여사장은 보통 이상으로 싸가지가 없다.

무슨 이유인가로 목요일 날 쉬라더니, 또 무슨 이유인가로 휴일을 금요일로

바꾸며, 미안하다는 말도, 어떤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다. 내가 갑자기

무슨 이유냐고 물으려고 하자 말을 끊어버리고, 문을 획 열고 나가 버렸다.

함께 일도 하지 않는 사장이 시시 티브이를 보고 있다, 언니,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며 전화가 온다. 게다가 손님이 없어 잠깐 쉬려고

하면 또 무슨 일인가를 시키려고 전화를 해 온다. 이 곳에서 서로 마음을 맞추고

말을 맞추어서 건설적인 적의감을 고무시키고, 그것을 표현 해야 할 상대는

사장 뿐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그런데 모두 사장에게 어떤 호의감이라도 표현

하지 못해서 사육사 앞의 개처럼 배를 까고 하늘을 향해 눕는 시늉을 하며

벌어 먹고 살거라고 걸레를 쥐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서로를, 한심한 자신들의

인생을 증오하고 저주하듯이 미워하고 깍아내리기 바쁘다.

 

나는 프렌차이즈 식당의 사장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젊어서부터 어떤 이유로건 식당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돈으로, 요식업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와 영업장을 사들이고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들이다. 이전에 식당에는 손님으로만 다니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들은 식당 종업원에 대한 근본적인 우월감에 가득차 있다.

그들을 자신들이 돈을 주고 사용하는 기계로 인식한다. 그들을 경멸하고 있다.

그들이 아닌 우리를 경멸하고 있다. 식당 종업원들이 일을 펑크 내고, 쉽게

이직을 하고, 서로를 미워하며, 그들의 삶이 정상이나 상식의 범주를 벗어

나 있는 경우가 많은 것에 관해, 그렇게 밖에 않되니까 그기에 머물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할 뿐이다. 식당의 일이 그만큼 힘들고, 노예 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고, 그래도 남 속이지 않고, 열심히 땀흘려 살아가려고 하는

착한 자세들을 높이 평가할 마음이 없다. 프렌차이즈 사장들이야 말로

아무런 음식에 대한 경험과 애정도 없이 그저 돈이 된다니까 돈보따리 사들고

잘 된다는 식당 문 앞에 줄 선 사람들이기 때문에 쉽게 돈 벌 수 있는 길들이

있는데도 종일을 뚜레 낀 소처럼 일하는 식당 아줌마들을 경멸 할 수 있는

것이다. 싸가지 여사장은 말했다. 내가 종일 오분도 앉아 보지 못하고

종종 걸음치는 홀 서빙들이 참 고생한다고 말하자 "그만큼 보수를 주쟎아요?"

하는 것이였다. 돈 이백만원에 종일 뛸 사람이 그다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 신문에는 항상 식당 종업원을 구하는 구인 광고가 그 어느 페이지보다

많은 지면을 차지 하는 것 아닌가? "그래요, 진짜 모두 수고 하셔요."

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고 나는 왜 생각하는 것일까? 어려서 부터 자신도

식당에서 일하다, 어렵게 어렵게 식당을 차리고, 사장이 된 사람들은

눈빛이나 말의 품이 다르다고 내가 느끼는 것이 선입견일수도 있을 것이다.

돈으로 음식의 브랜드를 사서 본사가 정해준 레시피 대로 저울에 달아서 만든

음식에 영혼을 기대할 수 없듯, 돈으로 직원의 피땀을 사서 사장이 된 사람들에게

영혼을 기대해선 않된다. 그러니까 시시 티브만 보고 전화로 직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오늘은 9일째 콩나물 국밥을 먹으러 가야겠다.

맛있게 감사하게 먹을 것이다.

눈이 황소처럼 커다란 검은 아이들의 지구처럼 불룩한 배와

눈을 생각하며

그 끼니를 먹지 않으면 절명할 사람처럼 먹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가엾게 여기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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