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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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0회 작성일 17-10-23 08:30본문
함께 일하는 이모에 대한 구토감을 참는 일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사장과 사장 엄마에게는 충견이면서 동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고자질하고
사장과 사장 엄마가 있으면 미친듯이, 그러니까 내가 할 일까지 뺏아서 하고,
사람들이 모두 배가 고파서 쩔쩔 매고 있는데 무슨 일거리라도 찾아 내어
일을 벌린다. 딸 같은 사장에게 여종처럼 긴다. 나이가 65이라는데 입만
열었다하면 자기 자랑 남의 욕이다. 그런 사람이랑 같은 인간으로 분류 되는
것이 싫다. 가엾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오버하고 설치고, 동료들에 관해
사람도 아닌것처럼 떠드는 것을 들으면 입덧하는 사람처럼 헛구역질이
나서 어디라도 달려가서 구역질을 하고 싶어진다. 이십여년간 부동산업을하고
딸이 스튜어디스고 며느리가 학교 선생이고, 아들이 카이 간부라는데
무슨 까닭으로 저렇게 열렬하게 저 식당 주방 자리에 연연하는 것일까?
도무지 모든 것이 잘 되어 가는, 제주도에 감귤 농장이 있을 정도의
안정된 사람에게서 풍기는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느껴지지 않는, 비굴의
화신 같다. 저 더러운 할망구랑 마음이 엮이면, 나는 또 이 곳을 그만두어야 한다.
서로 투명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그 간드러진 목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부를 때, 자신의 감정을 실은
그 목소리가 목덜미에 오물 한 줄기가 주루룩 긋고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녀만 없으면 모두 화기애애하다. 그녀만 있으면 분위기가 경직된다.
왜냐하면 사장에게 고자질 할 것이기 때문에 모두 입을 닫게 된다.
참, 나는 복도 없다. 이 말을 하는 것이 나도 싫은데 가는 곳마다 저런 유형의
인간이 꼭 한명씩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 모두가 복이 없는건가? 모르겠따.
나는 가방끈이 짧아 남의 무지나 무식에 관해 할 말이 없지만
무지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추하고 더럽다. 일기에 그런 인간에 관해 쓰는
것이 부끄럽다. 그런 인간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내가 부끄럽다.
가난하고 없이 사는 사람들이 가장 참담한 모습은 스스로를, 혹은 서로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보듬을 줄 모를고 기생충처럼 자신보다 나은 입장의 사람이라고
판단 되는 사람에게 잘보이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식당 사장에게 일부러 미운 모습을
보일 필요도 없지만, 우리는 그저 댓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하고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은 그들이다. 혼자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면
우리를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필요로 하는 쪽은 그들 아닌가?
육수가 펄펄 끓는 그 통과 내가 서면 그 통이 내 가슴께에 오는 커다란 통을 팔을 엮어 함께
드는 사람은 사장이 아니라 내 곁에 함께 젖은 옷을 입고 서 있는 동료다. 왜 시시콜콜
우리들의 문제를 그들에게 노출 시키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못배우고 가진것 없는 것도 서러운데
사람으로서도 생각이 모자라고 어리석고 정이 없지 않은가? 내 삶은 왜 늘 이런 곳에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일까? 한 다라이의 파와 청양 고추를 함께 썰면서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에게 싸가지 없는
사장 일가족에 대한 칭찬과 열두 시간 한 번 앉아 보지도 못하고 동동 거리는 동료들에 대한 욕을
듣고 있어야 하는 내 인생이 참 증오스럽다. "언니! 사람이 같이 일을 하다보면 좀 부딪힐 수도 있고"
여기서 내 말은 잘린다. 듣다 듣다 못해 그냥 서로 이해하자고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서로 부딪혀가면서 일하면 건 없다. 서로 기분 좋게 일해야지, 서로 부딪혀야하면 그만둬야지.."
내가 눈물 흘려가며 썰었던 파를 그냥 한 주먹 입에 넣고 싶어진다.
"언니!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딸 같은 아이랑 신경전 벌이면서 입만 열었다하면 남의 욕하고 사세요?"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다. 분명히 이 입에서 뱀과 지렁이가 나오는 할망구가 내가 한 말을
사장에게 일러 바칠 것이다. 내가 아직 일이 서툴러 저지를 모든 과오들과 함께, 함께 일하려니 스트레스
받힌다고, 잘랐으면 좋겠다고....나는 역시 사회부적응이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늘이 점점 깨끗해진다. 쌀을 씻으면서 흰 것도 때라니, 하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추운 날씨의 하늘을 보면 정말 흰 구름이 하늘의 얼룩 이였던 느낌이 든다.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추워도 겨울 하늘을 닮지 못하는 것일까?
오늘 그녀가 쉬는 날이라니 좀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 같다.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 기도하려다가
그녀를 사랑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중에 그녀가 없어지게 기도하고 싶다.
부패해서 이미 구더기가 끓는 시체 같다.
함께 있는 일이 너무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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