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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87회 작성일 17-11-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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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목요일 날 씻고 썰어 두었던 깍두기를 양념에 치대어 담는 날이다.

욕조 크기의 통이 열개 넘개 간이 베인 깍두기와 고춧가루와 조미료와 간마늘을

뒤집어 쓰고 내가 깍두기 통 안을 헤엄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깍두기는 그냥 버무려서는 맛이 나지 않는다. 거의 쌀을 씻듯, 안간힘을 쓰가며

박박 치대어야 맛이 난다. 역시나 그 간신배 이모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자랑하기 위해

허덕허덕 열심을 부렸다. 나도 힘든 일을 피해 꾀부린다는 말을 듣게 될까봐 깍두기랑

거의 뜯고 싸우다시피 하며 사실은 무리를 했다. 그랬더니 지나가던 참기름집 여자가

일을 참 잘한다고 나를 칭찬했다.  다리가 후덜후덜 떨리고 온 몸에 진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숨이 거칠어졌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체 했다. 간신배 이모가 내 숨소리까지 다 일러 바칠 것

같아서였다. " 없는 말 하고 다니면 썩돌로 주디를 문질러 삐끼다. "

간신배와 앙숙인 홀 서빙이 나에게 그 여자랑 싸우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술 한 잔 되면 그렇게 입에 착 달라붙는 욕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왜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지,

시어머니가 선생님이고, 며느리가 선생님이고, 온통 집안 자랑인 그녀의 입에서 "지랄 용천"

이 년, 저년, 쌍자음이 마구 튀어 나오는데, 온 집안 다 둘러 보아도 선생 하나 없는 상것 집안인

내 입에선 깍듯한 존댓말만 튀어 나왔다. 상대가 망치를 휘두르면 나는 큰 바윗돌이라도

들어다가 던져야한다고, 홀 서빙이 누누이 강조 했는데 나의 마음은 작고 심장은 약한 것 같다.

어쨌튼 고마운 건 서빙 둘이 간신배가 주는 음식을 먹지 않기로 한 약속을 철저히 지켜 주는 것이다.

간신배도 지쳤는지, 오늘 오후에 일도 하지 않고 채칼로 호박을 박박 밀더니 물을 너무 많이 부어

맛도 없어보이는 호박전을 사장 엄마랑 둘이서만 먹었다. 돌아서서 설겆이를 하는 내도록

"없는 말 하고 다니면 썩돌로 주디를 문질러삐끼다"하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늘 낮에 몇 번이고 사장에게 전화해서 월급날까지만 일할테니 사람 구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 참아 보았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다른 곳에 가도 또 되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저런 유형의 인간이 있어 왔던 것 같다. 어떤 말도 이어질 것 같은

희망이 생기지 않는 사람, 뻔뻔스러움의 힘으로 사는 사람, 다만 물질로서의 자신과 세계를

느끼고 탐닉할 뿐인, 영혼 같은 건 아예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 절대로 고민이 없는 사람,

사장 엄마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지 않은지

단 한번도 돌아볼 수 없는 사람,

 

내일, 내일도 꾹꾹 눌러보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갑자기 예수님 생각을 했다.

저 사람을 제 의식 속에서 제거해주십시요.

저 사람이 나에게 어떤 말이나 짓을 해도 아무 느낌을 받지 않게 하여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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