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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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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30회 작성일 17-11-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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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누가 어떻게 말했다거나 누가 어떤 사상의 거두라거나 알 시간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영혼은 배우거나 학습하지 않아도 신의 역량과 의지를 고스란히 지닌 더 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어떤 신성이라는 직감을 나는 가진다.

신은 예수라거나 야훼라거나 하는 구체적인 이름을 갖지 않아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우리가 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신은 우리를 구제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그이고, 그는 어떤 방향을 향해 진행중인 것이다.

 

눈사람 친구는 어떻게 내 쉬는 날을 아는 것인지, 사장이 지 맘대로 정한 휴일 날, 밥을 먹자고 전화가 왔다.

난 남편이 차려 준 아침 밥을 먹었던 터라 별로 밥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를 위해 서부 시장에 있는

횟집을 가자고 했다. 그곳에는  회를 뜨주는 이모가 있는데, 남편이 생선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늘 만 원 어치만

회를 뜨서 미안했던 집이라 그곳 이모에게 회를 뜨 달라고 했다. 그것을 가지고 가면 재래식, 콩알이 또록또록한

된장과 푹 푹 된장에 삶은 시래기 반찬이 나온다. 날마다 콩나물국밥만 먹어 콩나물 대가리가 총총총 박혀 있는

똥만 누는 나는 그래도 그 재래식 콩알 박힌 된장이 맛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콩의 신세를 참 많이 진다. 두부도

좋아하고, 아이들 반찬이 마땅챦을 땐 늘, 순두부 찌개를 끓인다. 그리고 맛소금을 뿌려 두부를 굽고, 나 또한 알갱이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단단하고 똘똘하지만 간수에 담궈서 덩어리를 만들어 놓고 보면 흐물흐물하고 순덩해 빠진 것이

꼭 두부 같다. 어쨌거나 몸에 좋듯, 마음에 나쁠 것이 없는 

식물성 단백질 인간이라 나 자신 자부를 한다. 그녀가 현금이 없어 카드로 돈을 찾으러 가는데 갑자기 재채기가 나왔다.

어떤 친구가 기저귀를 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내 몸을 가득 죄지 않았다면 나는 속옷을 적셨을 것이다.

아! 이런 것인가? 난 줄넘기를 이백개 할 수도 있고, 오십년 사용한 내 몸이 또 앞으로 그만큼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오래 사용한 냉장고처럼, 그런 것이 시작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노안이 오는 것도 결국은

괄약근의 문제라 했고,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오는 것도 그렇다고 했다. 가끔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돋보기 안경을

쓴다. 멀리서 보는 것을 배우라고 신이 주시는 선물이 노안이라고도 했다. 이젠 흰머리를 염색하는 것도 지겹지 않은가?

생노, 그 다음은 병사인가? 그래 뭐든 움켜쥐고 놓지 못하는 것이 병인데, 움켜 쥐어도 어디론가 무엇인가 새고 있다면

노화는 일종의 치유 일수도 있다. 오줌이 새고, 눈물이 새고, 움켜 쥐고 있던 것을 놓지 못하던 집착이 어디론가 새고 있다면

나는 내 욕심을 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본연의 어떤 자리로 돌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화장이 귀찮았다. 비비 크림 조차

바르지 않고 빨간 맆스틱으로만 아침을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에티켓 이였다. 난 예의를 다른 어떤 나라 말로 말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누가 나를 볼 때 적어도 밥맛이 떨어지지 말기를 바랬을 뿐이다. 그리고 손님이 많은 주말이면 남편의 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앉고 서고 편하기 때문이다. 마음껏 편하기 위해 여자는 늙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여자는 꾸며야 한다는 말을

나는 여자가 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무식한 말이라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왜 여자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가끔, 내가 누군가를

만날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살이 빼고 싶어진다. 일본 여자처럼 높게 무릎을 꿇고 밥을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것이고, 밥 먹는 순간까지 내 피를 통하지 않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를 낳았고, 사랑도 했고,  더 이상 여자라는데

내 삶의 의미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자궁을 떼라고 말했을 때 의사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나는 후회하고 있다. 사람들이 말했다

불었다 꺼진 풍선 같다고, 그냥 어떤 것이든지 신체에 있어 왔던 것이라면 계속 있는 것이 신체에 좋을 것이라는 미신을 나는

믿었다.

 

고호는 왜 새 신발을 그리지 않았을까?

가을에 단풍을 구경하러 이 산 저 산을 찾아간다.

가을에도 푸른 것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

아, 푸름도 병같다.

좋다. 그냥, 좋아하자.

재채기를 이해하자.

재채기를 용서하자.

나를, 늙어가고, 별이 되어가는 나를 사랑하자.

 

드디어 태어난 나의 사람을 내가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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