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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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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5회 작성일 17-12-0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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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식당의 주방 뒷쪽으로 눈사람 친구가 찾아 왔다.

통장을, 그러니까 대포 통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난 그냥 해주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출을 내러 간 농협 벽에는

그것이 범죄라고 적혀 있었다. 그냥 죄도 많은데 범죄까지 저지르려니

덜컥 겁이 났다. 그런데 나는 거절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내가 그녀에게 빚을 져서 말미를 달라고 하는 말투로

"어..저..내가 바빠서 미처 은행을 가지 못했네..담주 목욜 쉬니까

그때 보면 않될까?"

커다란 덩치에 맞는 옷이 없는지, 정말 눈사람이 버리기에는 뭣한 담요를

걸친 모양새로 다급하게 나를 찾아 온 것이다.

 

나는 사실 그녀가 믿는 좋은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쿨하게, 세상이 뭐라고 하던지 그녀를 믿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아니지 않는가?

사람이 거짓말 하는게 아니라 돈이 거짓말 한다는 말 때문에

솔직히 대포 통장을 만들고, 혹시나 그런 일로 연루되어 그렇쟎아도

숨도 겨우 쉬는 인생이 더 이상 말리고 꼬이는 것이 싫은 찌질이 아닌가?

사실 내 머릿속의 바늘은 이미 거절쪽으로 기울어 있는데

그대의 좋은 친구라는 믿음을 잃고 싶지도 않은게 내 고민의 핵심 아닌가?
그녀는 사실 좋은 친구인게 맞다.

그런데 차명 계좌를 만들어주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쁜 친구 같다.

거절을 잘 하지 못해 내 의도나 계획 밖으로 내 인생이 끌려나간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다음부터는 친구 같은 건 만들지 말아야겠다.

복잡해지고 골치만 아프다.

그래서 법정 스님은 사람은 혼자 살아야 한다고 했나보다

내가 으깨지고 부서진다고 했다.

왜 자신에게 누군가 범죄가 될만한 부탁을 해온다면 부담스러울텐데

그런 부탁을 친구에게 하는 것일까?

눈사람 친구가 누군가 던진 돌에 맞은 눈사람처럼 푸석푸석한 얼굴로

나를 찾아 왔는데, 나는 종일 그녀의 부탁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했다.

사실 나는 참 나쁜 년인것 같다.

 

어릴 때 빵구 떼우는 하 씨 성을 가진 남편과 살아 하빵구 이모라 불리는

여자가 있었다. 시골에서 내려 와서 겨우 살림을 일구어 슈퍼를 차렸던

엄마를 유난히 언니 언니 하며 따랐던 여자, 시장 가면 자기 아이들도

제대로 못 입고 있었는데, 우리들의 옷까지 사주던 여자, 하빵구 이모는

참 인정이 많다고만 우리는 생각했었다. 우리는 엄마가 하빵구 이모에게

보증을 서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엄마 아버지가 고생스럽게 마련했던 집이 넘어가고, 우리는 살 곳이

없어서 들까마귀가 등교길에 모세의 기적을 만드는 들판에 나 앉게

되었다는 사실 뿐이였다. 그 후로 하빵구네는 아무일도 없는듯이

아이들이 대학 공부를 하고 어딘가에 집을 사고 잘들 산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내가 여상을 가려고 했을 때 우리들의 오두막 집으로 빚쟁이

여자가 찾아와서 하는 말을 잠결에 들었다.

"딸년 학교 보낼 돈은 있고, 우리 빚 갚을 돈은 없나보지,

달밤이나, 한일 합섬이나 보내면 되지, "

 

다행히도 그 트라우마가 나를 항상 따라다녀 사람들과의 거래 관계에

내가 얽혀드는 일은 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어제처럼 종일 고민을 하긴

했지만, 나는 더 이상 내몰릴 곳이 없는 자리에 항상 살았다.

 

친구야, 미안하다. 내가 너를 믿지 못하는데

친구라는 말을 쓸 자격을 접을께.

그냥. 싫다. 더 이상 내 상황이 나빠질 실마리를 만드는 것이 싫다.

하루의 깨어 있는 시간 전부를 삭신이 부서지도록 일을 해도

늘 그날이 그날인데

그냥, 죄도 아니고 범죄라고 떡하니 벽에 쓰 붙여 놓은 일을 자초하며

더 무너질 곳도 없는 내 인생을 더 내몰고 싶지 않다.

 

이 말을 그녀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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