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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8회 작성일 17-12-13 08:19

본문

어디에 갔다 왔는지,

난이가 살아 돌아 왔다.

난이는 새끼들 보다 머리가 작아졌다.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난이에게도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었던가보다.

 

오른쪽 허리 밑이 창끝으로 찌르는듯 아프다.

올 것이 온 것일까?

몸이 재산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마지막 본전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인간이란 어차피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요즘엔

용서의 이유가 된다.

사장도 사장 엄마도 동료들도 좋은 점만 좋아하고

나쁜 점은 청바지의 찢어진 자리를 오히려 멋으로 만들거나

접은 시접을 보이지 않게 안감쪽으로 처리하거나 하듯

사랑하는데도 작은 지혜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적처럼 삼개월을 넘기고 있다. 이 곳 식당에서

난 어쩐지 세상의 오뚝이들이 가진 무게 중심 같은 것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어른이 되는 것이 싫다. 이대로

아이들의 장난감 바구니에 끼여 있고 싶다.  이렇게

무게 중심을 갖게 되는 일로 인해 내가 어른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함박눈을 기다렸으면 좋겠고, 겨울 비가

그치지 말기를 바랬으면 좋겠다. 가슴 한 구석에 작은 섬을 두고

파도가 지우지 못한 모래 위의 이름도 가졌으면 좋겠고,

매일 만지는 밥도, 매일 씻는 쌀도, 매일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모두 신기하고 신선했으면 좋겠다. 낯설음을 지키는 일이

아이로 사는 일 같다. 낯설게 보아야 하는 시인은 섣불리

어른이 되어서는 않되는 사람들 같다. 도사처럼 선지식, 선답

같은 것을 가져서은 않될 것 같다. 늙은 이의 덕담과 훈계를

시로 착각하는 일은 좋지 못한 것 같다.

 

영하의 공기, 영하의 공허가 만드는 청명이 나는 참 좋다.

난이가 살아 있고,

사실은 내가 참 아팠었노라고, 그래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눈사람 친구에게 하얀 거짓말을 하며

다시 만나 찜과 막걸리를 마시고 담배를 피울 희망이

영하의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가느다란 물줄기 같다.

 

어른도 시민도 되기 싫다.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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