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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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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5회 작성일 17-12-21 05:11

본문

아픈 부위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히포크라테스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관절은 이제 아프지 않고 저리다. 저린 것이 아픈 것보다 나은 것 같다.

난 고관절에게 아프겠냐? 저리겠냐 선택하라는듯이 계속 고관절을 괴롭힌다.

고관절은 차라리 저리며 아픔을 버린다. 아마도 차후의 일은 관여할바 아니다 하는 것 같다.

등이 아프다던 새로 온 언니는 내게 일을 맡기며 잠시 약굴을 다녀왔다.

그녀도 치료가 아니라 진통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 순간을 치료하는 것도 치료라 여겼는지

붕어빵이라면 참 좋을 것 같은 한 봉지의 약을 사왔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인지 박카스도

사왔다. 아파서 병원도 갈 수 없는 삶이 미안한가?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빛에 대해,

홀에는 중국 아이와 간신배 이모와 늘 대치 상태였던 키 큰 아이가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또라이 사장은 키 큰 아이를 싫어한다.

일 처리를 잘 하는 키 큰 아이를 자를 구실은 없고,

중국 아이가 키 큰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핑계로 키 큰 아이를 자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오지랖 넓고 직관이 발달한 내가 사장 엄마에게 중국 아이 편을 들었다.

사장은 자르고 싶으면 직접 말하지 자꾸 중국 아이 핑계를 들어서 중국 아이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다고,

그런데 사장 엄마가 말했다.

사실은 키 큰 아이가 이전엔 참 못되게 굴었다고,

키 큰 아이 때문에 그만 둔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런데 내가 오고부터 키 큰 아이가 농담도 하고, 성격이 참 밝아졌다고 했다.

누구를 보아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키 큰 아이,

그런데 나랑은 농담도 잘하고, 잘 웃고, 잘 따른다.

난 처음부터 키 큰 아이가 키가 크고 서글서글하고 일도 힘들지 않게

설렁설렁 해치우고 좀, 까실한데가 있어도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미친 간신배가 너무나 구역질 나서 상대적으로 그녀가 좋기도 했다.

그냥 무조건 나는 그녀의 편이였다.

팬이라는 단어와 편이라는 단어가 비슷하다는 것이 바벨탑의 유적처럼 반갑다.

대체로 나는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데

곧 만나는 사람들이 내 마음 같지 않다 여길때 깊은 환멸에 빠지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마침 그럴 찰나에 사장 엄마의 말이 내 사랑을 고무 시킨다.

빛이 생각이 있다면 나 때문에 밝아진 주변을 보고 더 밝아지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오고 난 이후로 까실하고 못됐던 아이가 밝고 둥근 아이가 되었다니,

난 대체로 사람을 대할 때 투명하고 내 이익에 대한 염두가 없는 편이거나 그래야 한다고

병적으로 믿는다. 눈 사람 친구에겐 그러지 못해 아예 친구이기를 접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이익을 얻으려고 하지 않은 것이나 피해를 보지 않으려

한 것이나 매일반이라는 생각을 나는 한다. 그냥 좋다고 생각하고 좋다고 표현하고

좋은 것을 말해준다. 내 안의 사람에 대한 시라고 나는 나의 그런 성향을 생각한다.

그런데 참 희안한 건 사랑이 나를 가볍게 만든다는 것이다. 짐을 덜어낸 배처럼,

무게를 덜어 낸 새처럼 사랑할 때 나는 경쾌해지고 밝아진다. 영리해지고, 민첩해지며

유머러스 해진다. 그런데 욕심은 나를 무겁게 만들고 부담스럽게 만들며 어설프고

서툴고, 어색하게 만든다. 아마도 예수님이 사랑이시고, 그런 근본에서 만들어졌다면

내 안에 사랑이라는 성분이, 내가 교회를 나가지 않아도, 예수님 따윈 없다고

밥 먹을때마다 기도를 외면해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내가 사랑 때문에

엄지와 검지를 딱딱 맞댄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흐르는 노래가 되는 순간에 예수님을

떠올렸다는 이유로 어쩌면 알게 모르게 내가 예수쟁이 같다는 생각도 했다.

사랑은 좀, 그런 것 같다. 주면 줄수록 주고 싶고, 다 줘버려 아무 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런데 욕심은 얻으면 얻을수록, 가지면 가질수록 받으면 받을수록

더 더 더 얻고, 가지고 받고 싶을 뿐이고, 끝내 나를 부족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예수님은 내가 교회를 나가지 않아도 뭐든지 내 부탁을 들어주신다.

난이는 죽지 않고 살아서 여전히 목을 켁켁 거리지만 밥을 먹는다.

겨울에 십일조 내느라 난방을 잘 하지 않는 엄마 생각이 문득 나서 전화를 했더니

마침 조카들과 실내 텐트를 사려고 인테넷 쇼핑몰을 뒤지고 있던 중이라 했다.

나는 포항 지진 때 난민들이 쓰던 텐트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나 같은 가난뱅이한테 역사하시지 말고 부자에게

역사하게 해야지 하며 하나님 허벅지 꼬집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전류가 통하는 물체에게 통하는 것처럼 고무나 절연체에게 통하지 않듯

하나님의 사람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난 반도체 같은 사람인가보다.

 

교회에 관한 정의가 맘에 들었다.

우리들 몸이 교회라고 했다.

천국에는 식당이 없을 것이다.

식당 아줌마들은 주일날 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하나님이시라면

주일날, 하나님과 함께 안식할 수 없는 교회들을

궁휼히 여기실 것이다.

주일날, 천개의 뚝배기를 씻으며 손바닥을 맞대고

가만히 있는 기도보다 관절이 툭툭 불거지도록 손을

움직이는 기도를 들으실 것이다.

나의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은 그 기도를 하느라

다른 네 손가락과 함께 펴지고 구부러지지를 않는다.

난 하나님이 자신이 만든 규칙만 고집하며

자신이 만든 인생에 관해 생각할 줄 모르는 돌대가리라면

그냥 그가 만든 지옥을 갈 것이다. 나도 일요일 교회 가고 싶다.

그 환한 형광등 불빛 밑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 소리를 들으며

모은 손에 얼굴을 쳐막고 울고 싶다. 내 온갖 죄와 모순과 어둠들을

낱낱이 고백하며 그의 빛에 나를 살균하고 싶다. 그러나 주여,ㅡ

당신의 교회 당신의 성당은 24시 콩나물 해장국집 주방에 세워 두겠나이다.

그기서 시는 나를 위한 설교를 하겠지요. 그래서 나는 그토록 투명하고

밝아져, 고관절을 치유하겠지요. 오빠가 복권이 되어 받았다는 오만원,

그기서 받은 만원을 교회에 냈다는 엄마, 하나님, 너무 유치하지 않으신지,

너무 째째하지 않은지, 그 가난한 엄마의 삥을 뜯는 하나님, 눈물 겨운 하나님,

그러나 기도하면 비를 내려주시고, 십일조 한 푼 내지 않는 나의 기도를 들으시고,

난이를 살려 주시고, 간신배를 쫓아내주시는 하나님,

 

사랑은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좋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경쾌해지고 유쾌해지고, 발랄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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