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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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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8회 작성일 17-12-2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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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다.
하필이면 메리 크리스마스가 월요일이라,
월요일이 쉬는 날인 새로온 이모를 대신해서
오늘은 사장 페밀리들과 일을 했다.
사장 엄마는 어쩐일인지 딸을 몹시 어려워한다.
바람난 남편 때문에 맞바람 피운 것이 이유일까
싶을만큼 어려워한다. 덕분에 사장 엄마가
230만원을 받는 여느 직원처럼 보이고 싶었던지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해주어 나는 좀 편했다.
밥을 앉혔고, 육수를 끓였다. 여사장이 집에 쉬러 가자
마자 늘 하던대로 변했지만, 여기 말로 앙살이라고
부르는 히스테리 같은 것을 부리지 않아 마음이 혹사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내게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어렸을 때 부터 크리스마스는 뭐가 좋아도 좋은 날이라는
그래서 뭐가 좋아도 좋은 날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긴 날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이였던가? 성남 교회라는
그 때만 해도 우리 작은 소도시에서 박애 병원 다음으로
예쁘게 지은 교회에 오징어 껍데기 같은, 땟국물 절은 손발로 가면
빵을 나눠주던 날, 메리 크리스마스!,
그래서 오늘 나는 가불을 십만원 내어 크리스마스인데도 여자 친구도
없는지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아들 두 녀석을 불러내어 삼겹살을
사주었다. 얼마 전 차를 산 큰 아이가 무슨 까닭인지 그 좋아하던 고기에도
시큰둥하더니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여자 친구에게나 했으면 좋을 것 같은 제안을
아홉시 까지 단 십분도 앉아보지 못하고 팔목이 비틀어지도록 뚝배기를 씻다
온 엄마에게 했다.  난 그냥 됐다..하려고 했는데 작은 녀석이 그래 가자 그래서
마지 못하고 나도 그러자 했다. 운전한지 얼마 되지 않는데도 큰 아이는 내가
늘 타는, 녀석들의 아빠가 아닌 남편의 차를 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으로
차를 몰아서 삼천포 대교 밑에 있는 늑도를 갔다. 난 피로와 술에 취해서 파도와
묶여있는 배들과 불빛들을 건성으로 보다 오히려 우리집 마루에서도 볼수 있는
별들에게 더 감정을 쏟았다. 그런데 녀석이 기어히 엄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것을
해주고 싶었던지 "엄마! 진짜 별들이 많은 곳을 보여줄까?" 그러는 것이였다.
사실 난 추웠고, 내일 일 할 때 힘들까봐 걱정이였지만 녀석의 선물 같은 것이 돈이였다면
너나 쓰라며 거절할 수도 있었을텐데, 딸 수도 없는 하늘의 별이여서 도저히 거절 해서는
않될 것 같아 "그래..그기가 어딘데?" 했다. 아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한 십분을 어둠속을 달려가니까 그기가 나타났다.  그렇게 많은 별들을 본 것이 정말 얼마만인가?
마지막 잎새를 보다 진짜 여름 담쟁이 넝쿨을 보는 느낌이였다. 정말 깨알 같은 별들이였다.
우주, 사춘기 우주, 빅뱅 이후로 우주는 계속 팽창한다고 했던가? 사춘기 우주의 여드름 같은,
아니, 결국 반짝여서 추억이 되는 예쁜 상처 같은, 발광의 꽃들이 피는 화원 같은, 빌어먹을,
어둠이 살아있다는 전기 신호 같은, 

"엄마! 여기는 납골당이 될거래, 곧...."
"그래 그래서 하늘이 이렇게 가깝게 보이는 모양이구나.
하늘 나라 가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공원이 될거니까"

우리 세대의 무슨 깊은 생각이라도 말하면 닭살이 돋는다는 녀석들이
내 오글거리는 말에도 반응이 없었다. 별들의 위력 같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는 별들에게 말했다.
사장이 잠시 쉬러 간 사이 동료들에게 문득 말했듯,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으니까, 빛의 이웃을 사랑해야지,
사람 죽은 집에 새벽에 하늘로 빛이 날아간다고 했다. 그것을 사람의 인이라고도 했고
혼이라고도 했다. 내게 빛이 있다면 별과 나는 동등하다. 이웃이거나 친구거나,
외국인이라고 사람이 아니지 않듯 외계에 있다고 존재가 아니지 않을 것 같다.
예수님과 상관 없이, 그냥, 그 깨알 같은, 빼곡한 별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사랑의 신이 태어났다고 믿게 된 건 사랑의 신이 있었으면 했거나 있었거나 했기 때문일것이다.
있기를 바랬거나. 있었거나 다 좋은 일인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할 때
그의 온 몸 중, 귀도 아니고 입도 아니고, 엉덩이도 아니고, 오로지 빛이 보이는 눈을 마주치듯,
나는 아들이 내게 소개시켜 준 별들을 마주쳤다. 누가 밟은 것처럼 종일 뚝배기를 씻은 손이
아프다. 메리 크리스마스 덕분에 나는 한가해야할 월요일에도 일요일보다 더 많은 뚝배기를 씻었다.
주님께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다른 사람들 다 쉬게 만들면서 나에겐 다른 날보다 더 많은 뚝배기를
씻게 만드셨다. 모두다 잠들었는데 나만 깨워놓으시는 것 같다. 심지어는 밥 먹는 시간에도
네번 다섯번을, 밥으로부터 나를 깨우셨다. 그래,  저 별들, 다 깨어 있지 않은가? 모두가 잠든 밤
깨어 있어 별이라고 하지 않는가? 분명 통증일 것이다. 내 손처럼, 어느 구둣발에 밟힌듯,
깨어 있으려고 아플 것이다. 아파 죽겠는데 누군가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짓는 함박 웃음이
빛일 것이다. 일할 때는 서로 말하지도 웃지도 콧노래를 흥얼거리지도 말라는 사장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남편이 폐암인지도 모르는 중국 아이를 괜히 불러,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바빠서 숨쉴 틈도 없는 와중에 서로 마주치는 눈빛, 사랑은 깨어 있는 일이다. 빛으로 인한 각성이든지,
각성으로 인해 얻는 빛이던지, 어쨌튼 빛 나고 빛 나는 존재를 마주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말했다.
"아빠는 엄마의 첫 남자, 첫 사랑이였다"
학교 선생을 짝사랑하거나 조용필을 좋아하는 것 말고,
구체적으로 정말 남자의 육체속에 깃든 한 사람을 사랑한 일이
내 인생에 처음 이였다고,
봐요! 아이가 보여준 밤 하늘에서 당신을 찾지 않는 것은
이미, 이 아이들이 생기기 전의 어느 밤부터 한 동안
당신이 내 영혼 속에서 별이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유치한 말을 하게 되는군요. 밤 하늘의 별 보다 제 영혼의 별이
더 나은 점은 말이죠, 밤 하늘의 별들은 너무 너무 많지만,
적어도 그 무렵, 제 영혼 속에 별이라곤, 딱 당신 하나 뿐이였어요.
밤 하늘에 태양이 뜬다면, 밤은 사라지겠죠.  내가 사라지기 싫어
등을 돌렸을 뿐인데, 미안해요. 어둠은 빛의 적이 아니라 빛의
수호자 같아요. 저 많은 별들을, 저 깊은 빛들을 지키기 위해
나는 어둡습니다. 어둠 입니다. 

아들이 다 자랐군요. 엄마에게 저 많은 별들을 선물하다니,
크리스마스라고, 저와 당신이 한 어둠 속에서 만든 별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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