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똗에서 파낸 콩을 먹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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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3회 작성일 18-01-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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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야만성과 폭력성은 인간의 고상한 기호에도 스며 있는 것이 아니라 근간처럼 밑바탕을 받치고 있다

국밥을 먹다 머리 카락 한 가닥만 나와도 토할듯이 기겁을 하는 사람들이 고양이나 코끼리 족제비의 똥에서

골라낸 키피를 마시며 비싼 분위기를 잡는다. 루왁은 인도네시아 말로 고양이라고 했다. 한 주먹이 다섯달치

20킬로 짜리 쌀값과 맞먹는다는, 그 루왁은 고양이를 커피를 가공하는 기계로 만들어야 마실 수 있는 커피다.

사람들이 그것을 마시느냐 마시지 않느냐를 생각할 때 그것을 먹고 배설해야하는 고양이의 관점은 배제 되어 있다.

파는 사람은 얼마나 팔 수 있고 얼마나 남길 수 있는가를 가늠할 것이고, 먹는 사람은 그 가격에 맞는 맛인가?

아니면 그것을 마시는 것이 자판기 커피 천잔을 마시는 것보다 더 가치로운 것인가를 가늠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사향 고양이는 카페인 중독으로 그렇쟎아도 예민한 동물이 미쳐서 죽어 갈 것이다. 왜 그런 커피를 마셔야

하는가?  똥 밟으면 재수 없다 하고, 더러운 사람을 보면 똥걸레 같다하고, 똥을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더러운

물질로 간주하면서 깨끗한 것만 먹는다는 사람도 아니고 고양이와 족제비와 코끼리가 싼 똥을, 전문 인력까지

동원해서 파헤치고, 그기서 커피 콩을 건져서 마신다니,  지구는 인간의 혀 때문에 멸망할 것이다. 인간은

지구를 먹어 치우고 있고, 그래서 지구는 사과 깡탱이처럼 우주에서 버려질 것이다. 인간의 혀는 공평하고

무욕하며 아름다운 공존의 본성들을 말로서 먹어 치울 뿐 아니라 형이상학적이지 못한 혀들은 그야 말로

미뢰 한 점 한 점의 욕구를 맞추느라, 지구에 있는 흙을 다 먹어 치울 것이다. 초등 학교 아이들도 책상에

가방 세우고 그 금을 넘어오지 말라고 하는데, 왜 사람의 욕심은 경계가 없는가? 아무리 먹고 싶어도 넘어가지

않으면 않되는 경계를 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을 배반하는 병 같다.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커피의 기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의 마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남의 여유와 행복과 생명을 절도해서 얻은 여유를

누린다면 우리는 커피에 든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다. 졸면 않되는 수험생처럼 말이다. 우리가 즐기려는 것이

내 몸에 들이면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 한 칸이 널널해지는 커피의 마음이라면, 제발, 고양이에게 커피를 먹이려고

고양이를 가두지 말았으면 좋겠다. 꼭 그 커피 아니면 않된다면,  커피 값을 더 비싸게 해서라도 고양이 스스로가

먹고 싶어서 먹고, 고양이의 영역에서 누고 싶어서 눈 똥에서 건졌으면 좋겠다.

 

우리집 길고양이들은 우리가 퇴근하는 늦은 밤에도 우리의 차소리를 듣고 식구대로 길가로 달려 나온다.

내가 식당에서 가져 온 만두나 고기를 기다리는 까닭도 있겠지만, 햇빛 좋은 날 마당에 나와 앉은 고양이 일가와

눈을 맞추고, 두 눈을 모두 쓰서 윙크를 하듯 천천히 눈을 감으면 고양이도 그렇게 한다. 자주 아픈 어미 고양이

난이는 병원에 데리고 가주고, 치료를 해주었다고 내가 만져도 도망가지 않는다. 고양이는 입이 까다롭다. 그리고

민감하고 영혼이 자유롭다. 자주 감나무 가지에 올라가 앉아 있는 노랑이를 보면 고양이가 동물계의 시인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고양이과 동물이 많지만 인간의 삶과 엮여있는 고양이과 동물은 고양이 뿐인 것 같다. 눈이 영롱하고, 결벽하고, 자존심

강한 친구들이다. 고양이나, 코끼리나 족제비나 그 어떤 생명체라도, 인간에게 필요한 어떤, 따지고 보면 먹어도 그만 먹지

않아도 그만인,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치에 지나지 않는 필요를 충족 시키기 위해 살거나 죽지 말았으면 좋겠다.

농약 실험에 쓰인다는 개들이 농약이 몸에 퍼져서 개거품을 토하며 죽어가는 일이 없어질 수 없다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정부는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국가의 근간이 망가져 간다고 개탄하지만 세상에 있는 정부들이 인간의 개체수가

줄어가는 것에 대해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인간은 지구상에 너무 많고, 인간의 욕심은 지구상에 너무 많은 인간보다

더 많다. 대부분의 욕심은 추악한 죄와 악으로 이어진다. 이전에 사람도 아니였던 사람들이 사람 축에 끼워지고 사람 대접을 받게 된 것은 숱한 투쟁과 피의 댓가다. 백년전에만 해도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는 나라가 많았고, 더 오래 전에는 남자이건 여자이건 흑인은

사람 형상을 한 노예였고, 그 이전엔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사람 형상을 한 개 돼지였다. 인간의 정신이 진화 하면서 인간은 인간

끼리 평등해져 온 것이다. 이제 인간의 정신은 더 진화해서 인간 끼리의 평등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 와의 평등으로 향해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내 죽은 몸을 미생물에게 나누어주듯, 나 또한 내게 주어진 먹이 사슬 안에서 다른 동물의 육체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어쩌랴? 그런데 인간의 욕심이 만든 기호들이 발달해서 굳이 괴롭히거나 죽이지 않아도 되는 것을 죽이고 괴롭히는 일은

우리들의 정신이나 영혼이 미개해서 그런 것 같다. 힘이 약해서 집단을 이루고 저항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악을 멈추지 않는 것은

무감각과 무지의 결과가 명백한 것 같다. 우리가 17세기나 그 이전의 세기로 여행을 간다면 부당하고 미개한 일로 느낄 불평등과

야만을 우리는 우리의 이웃 생명체들에게 아무 꺼리낌 없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과학은 미치도록 더 발달

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의 목숨을 뺏지 않고도 우리가 식량을 먹을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흙에 심은 씨앗이 자라

쌀을 만드는 것은 벼가 쌀을 만들어내는 3D프린터기의 일종이라는 이야기 같다. 그것은 분명 신의 과학이 만든 식량일 것이다. 다 익은 사과는 따주어야 하고, 우리의 식사가 그들 식물들에게도 나쁜일이 되지 않게 신이 만든 식량 체계는 합리적인 것 같다. 배 부른 사자는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게 하고, 겨울 동안에 배고프고 추운 동물들이 서로를 더 상하게 하지 않도록 겨울 잠을 재우시는 것이다. 기계로

사람의 말과 목소리를 만들고, 형상을 만들고, 열을 만들고 얼음을 만든다. 인간은 더 편하기 위해 더 많이 먹고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더 과학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나일론과 합성섬유들과 인조 견을 사랑한다. 그것들이 여우와 토끼들과 거위와 오리들의 목숨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어서 좋다. 우리가 입는 옷의 고급스러운 광택 때문에 잠실의 누에들이 삶겨지고 몸에 감긴 실을 토하다 죽는 일에 대해 괴로워하는 인간은 이제 이 지구상에 없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낭만처럼 느껴진다. 부끄럽게도 새로 산 나의 롱패딩은 솜 80% 오리털 20%라고 했다. 그 20%의 오리털을 오리에게 돌려주고 싶다. 솜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다. 황산벌판에 전투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차를 타고 오분, 출퇴근 때만 입는 패딩이다.

솜 80% 오리털 20%라고 말할 때, 내 옷이 좀 값없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이 아직 버리지 못한 야만의 결과다. 오리털이냐 솜이냐 물을 때

한번이라도 진정한 그 털의 주인인 오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야 했던 것이다. 허긴 도둑질한 물건을 그 주인에게 이것을 어디에 쓸까요? 라고 묻는 도둑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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