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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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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2회 작성일 18-01-15 14:38

본문

집 주인 아저씨가 올해는 풀약을 치지 않았다는 감나무

시간이 없어서 올해는 발길에 밟힐만큼 많은 홍시가 떨어져도

따지를 못했다. 작년에도 엄마에게도 한 박스, 시어머니에게도

시누 남편 어머니에게도 한 박스 씩 돌리고도 남을만큼

돈 한 푼도 받지 않고 그 많은 감을 베풀어 주었던 감나무가

올해도, 잘 먹더라 하면서 더 많은 김장을 준비하는 엄마처럼

창고 지붕과 마당에 쌓아놓은 자재더미가 홍시 떡칠이 되도록

많은 홍시들을 슬어 놓았다. 멀쩡한 홍시가, 하나 주워서

두 손으로 쪼개서 먹어보면, 제법 요기가 되는 홍시가 아까운 마음이 들어

오늘 퇴근하면 따야지, 이번 쉬는 날은 꼭 따야지 하면서

왠만한 것은 바람이 다 따가고, 바람이 생각해서 일부러 남겨 둔것처럼

매달린 홍시들이 나무에 매달린 그대로 꽂감이 되어간다.

그렇게 나는 나무가 근 일년을 공들인 선물을, 거의 무시하듯 잊어온 것이다.

백수가 되어 몇 일 집에서 뒹굴다 고양이들을 보려고 잠깐 청마루를 삐꺽이며

마당에 나가보면 햇볕이 좋은지 고양이들도 모두 나와 어미를 기대어 졸고 있다.

감나무 가지에 나머지 네마리 고양이들을 위해 망이라도 보듯 엎드려 있는

노랑이를 보려고 무심코  올려다 보았는데,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꽂감만한 새들이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꽂감보다

더 많이 앉아, 주억주억 고개질을 하며, 재재재재 왁자지껄 감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였다. 정신없이 바빴을 뿐인데, 내가 모르는 틈새가 돋아나서

동네 새들에게 잔치를 열어준 것이다. 친정 엄마는 약간 떫은 맛이 받힌다고

말하고, 시어머니는 꼭지에 곰팡이가 피었다 하시던 감을 쪼아먹으며

짹짹이는 새들을 따라, 감나무 가지 사이로 비치는 겨울 햇살도 쨍쨍하고

박자를 맞추는 것 같았다.

 

요즘은 은행에 통장을 하나 만들려고 해도 얼마나 까다롭고 확인하는 것들이 많은지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빈틈새들을 잃어간다. 나도 얼마전 대포 통장을 하나 만들어

달라던 눈사람 친구의 부탁을 기어히 들어주지 못했다. 그것이 미안해서 나는 눈사람

친구를 잃었다. 빈틈 없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사람들은 호시탐탐 사람의 빈틈을

노린다. 삭정이나 짚을 물어다가 집을 짓는 새들이나 집에 빈틈을 들이지 사람의 집에는

들고 나는 문조차도 이중 삼중 키도 모자라 전자키까지 매달고 틈새를 차단한다.

이제 바람은 우풍으로라도 쉬어갈 곳이 없다.

올해 감을 따지 않았거나 따지 못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는 커피 한 잔이니, 여행이니 하면서 여유라는 틈을 곧잘 내어준다.

그 여유라는 자신의 틈새에서 쉬면서 다른 존재나 사람들에게는 얄짤 없다. 옛날 사람들이

감나무나 과실 나무의 과일을 다 따지 않고 남겨 두었던 것은 새나 짐승들에게 내어 준

사람의 틈새 였던 것 같다. 우리 시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밥이 귀하던 시절, 집에 온 손님에게

밥을 차려주면,  죄송해서 사양을 할까봐 다 드시고 가라고 밥에다 물을 부었다고 한다.

설 추석에나 쌀밥 구경하던 시절이니, 밥 대접이 정말 큰 대접이였다고 한다.

제사라도 지내는 밤이면 바람결을 떠돌아 다니는 귀신들 먹으라고 생선 대가리며

나물이며 육전을 뜯어다 물밥을 말아 길에 뿌리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먹을 것이

걱정이 아니라 먹고 남은 것을 처치하는데 걱정을 낭비하는 세상인데 왜 갈수록

내 곁을 배려하는 틈새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일하던 식당에는 영미라는 언니가 있었다. 사람은 너무 너무 좋은데 일손이

느리다고,  사람은 너무 너무 좋은 것으로 끝냈으면 하는 뒷담화들 듣는

너무 너무 좋은 사람이 있다. 그 언니는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는데도 월급날에

딸기나 쵸코 파이 같은 것을 사와서 저녁 식사가 따로 없어서 출출한 교대 시간의

직원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런데 세상의 패악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사람이 형편에 맞게 처신해야지, 돈도 없어서 쩔쩔 맨다면서.."

오만정이 다 떨어진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앗따, 묵으라고 갖다 줘도 난리요?"

하며 우스개로 얼버무렸지만, 자기 틈새를 시멘트 콘크리트로 발라버리는 것도 모자라

남이 내어주는 틈새까지 욕지거리를 발라 막아 버리려는, 그녀들, 곧 우리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틈새란 내 것이 새어나가는 공간일 수도 있지만, 바깥이 스며 들어오는

공간이기도 하다. 틈새란 손해의 공간이 아니라 소통의 공간이다. 틈새가 막힌 바구니는

많이 담을 것 같아도 물기를 빼지 못해 더 많이 담지 못한다. 가질 것은 가지고 내 보낼 것은

내 보내야 순환이 되는 것이다. 소통의 도구라는 언어도 그렇지 않은가? 입이라는 틈새로

내 보내는 나 자신 아닌가? 귀라는 통로 또한 남의 소리를 내 안에 들이는 틈새 아닌가,

오죽하면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꽉 막힌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라고 했다.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라고 했다.

새해 첫날을 까치에게 먼저 내어주고, 시작하는 한 해는 얼마나 여유 있고 따뜻한 공간이였을까?

까치 까치 밥이 주렁주렁 달린 나뭇 가지는 우리의 틈새에서 뻗어나간 우리들의 팔이다.

팔을 내어주어야 사람이 다가오듯, 가지를 내어주어야 새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애초에 부터 그들의 것을 그들에게 내어주고 생색을 내는 나도 참 우습다.

 

사람들이 그렇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틈새들이 건축 자재인 새들은 참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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