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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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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7회 작성일 18-01-21 23:12

본문

잘렸다.

퇴근 시간이 1시 30분인데, 35분에 퇴근하고 십분도 않되어 잘렸다.

이유는 칼퇴근이라고 했다.

7시에서 1시 30분까지 일하기로 하고 취직한 집에서

칼 퇴근이 해고 사유라니.

그렇챦아도, 주방은 하꼬방에 붙은 쪽방처럼 좁고

포스기가 없어서 주문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알 수도 없고

식기 세척기가 없어서 모두 수작업으로 설겆이를 해야 하고

함께 일하는 언니는 미친듯이 설치고,

다시 오후반 일을 들어가는 5시까지 시를 쓸 수 있겠다 싶어

그만두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았는데

잘 되었다.

그런데 이 잦은 해고들은 번번히 슬프다.

난 또 쓸모 없는 인간이 된 것이다. 무릎을 덮은 이불을 끌어 안고

울었다.  울음은 청승 맞은 것이 아니라 먹구름이 비를 덜어내는 것과 같다.

한참 울고 나면 머리속이 맑아진다. 눈물은 슬픔의 고름 같다.

그것을 짜버리고 나면 내 슬픔은 덫나지 않는다.

난 함께 일하는 이름이 옥녀인, 들을 때마다 변강쇠의 그녀,

옹녀로 들려서 사내 열댓명을 족칠 것처럼 기가 세어 보이는 언니가 무서웠다.

고향이 백령도라 말씨가 개천 예술제 때 오는 품바 같은데

그 품바들이 치약이나 칫솔을 팔 때처럼 쉬지 않고 자기 자랑 남의 험담을 해댄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들을 하나 하나 바꿔서 빨갱이 세상을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럴리도 없지만, 그러고 싶다 해도 법이란 대통령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여당 보다 야당이 쪽수가 많아서 야당 허락

없이 함부로 바꿀 수 있는 법은 없는걸로 아는데요." 나는 가만히 있었어야 했다.

그녀는 7개월이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최저 시급이 올라서 가사원에 일이

없다고 믿는 홀 언니는 11년이 되었다. 그 식당에만, 난 사장의 오른 팔 왼 팔

모두에게 찍힌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한 달에 딱 두번뿐인, 둘째, 넷째 월요일,

그러니까 쉬는 날, 빨간 날짜(공휴일)이 겹쳐지면 그날 일당도 받지 않고 일을

해주어야 한다고 11년차 홀서빙이 말했다. "한 달에 딱 두 번 쉬는데 공휴일과

겹쳐진다면 특권을 쳐서 그날 일당을 주겠네요"하고 내가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게다가 주방이 너무 비좁은 탓인지, 주문 내용을 종이에 찍어서 볼 수 있게 만든

포스기가 없어서 그런지, 식기 세척기가 없는 탓인지, 어쩐지 일이 늘지 않았는데

칼 퇴근을 핑계 삼아 자른 것이다.  한 편으로 잘 되었다 싶기 까지 했지만

또 어디로 갈까 싶어 서러운 생각도 들었다.

 

시 한편을 붙 잡고 씨름을 하다 창고에 넣어 두었다.

난 퇴고가 참 어렵다.

육손이는 손가락 하나를 자르면 아프지 않을까?

왜 꼭 다섯 손가락이여야지, 반발심은 생기지 않을까?

손가락이 하나 더 있다면 콧구멍 후비는 손가락으로

귓구명을 후비지 않아도 될 것인데...

그러나 시는 네 손가락 다 접고 검지만으로 가리키는

대상이다. 다섯 손가락 다 펴고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라는 것인지 손을 보라는 것인지 잘 모를 것이다.

 

자야겠다. 일이 있던지 없던지, 가사원이나 다녀야겠다.

어디에 적을 두는 것은 내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다 부업이다,. 나의 본업은 시다.

내가 식당 아줌마라고 자격증을 딴 것은 아니지만 나는 식당 아줌마다.

식당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를 쓰는 나의 직업 또한 시인이다.

맹세 하노니, 지금부터 백살까지 맹렬하게 시인으로 살 것이다.

그나머지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어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이제와서 누가 나를 누구로 인식하거나 인정하는가 따윈

녹슨 훈장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으면 우스꽝스럽기만 한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국군의 날 찬장 속에 넣어 두었던 훈장들을 양복 조끼에 있는대로 달고 와서는

요구르트 팔고 있는 내게  양복 상의를 열어보이던, 할아버지의 긍지가 내게

무슨 소용인가? 어제의 시로 말하지 말고 오늘의 시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 나는 시인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단히도 부단히도 쓰다 죽을 것이다.

혼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를 쓴다는 이 혹독한 외로움이 내 시를 강하게 만든다.

곧 육십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충분히 다려진 보약일수도 있다. 주리를 틀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고 죽자. 사약일 수도 있나, 죽이는 시나 살리는 시나

죽어라고 쓰고 죽자.죽어라고 창을 겨누고 달려가는, 시! 나의 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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