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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서열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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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2회 작성일 18-02-18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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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만큼 사는 사람들이 입만 뻥끗하면 돈 타령, 경제 타령 하는 것 참 이해하기 힘들다.

경제가 힘들다 힘들다 해도 명절 하루 지난 식당은 문 밖까지 줄을 섰고, 해외 여행을 가겠다는 사람들은

명절마다 공황을 메우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에는 기십만원, 혹은 기백만원짜리 상표가 붙어 있다.

내가 사회 생활을 하고 나서 경기가 좋다고 하는 해를 본 적이 없다. 허긴 지켜야할 돈이 있기 때문에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나처럼 어디에 가방을 던져 놓고 눕거나 잠들어도

훔쳐간 사람이 쓰레기 처리하기 힘들까 미안한 사람은 늘 경제가 사람의 문제 중 가장 작은 것으로 느껴진다.

지금은 경제를 앞세워 모든 가치를 줄세우기에 우리의 빈곤은 그렇게 절대적이지를 못하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돈을 세는 것이 이치에도 순서에도 맞는 것 같다. 여우털 코트 입던 것 솜 패딩 입으면 엄한 목숨들도

절단나지 않고 좀 더 부자가 아니어도 따뜻할 수 있는 것이다. 차는 꼭 집 한 채 값 보다 비싼 것 타고 다니면서

옆에 주차해야 하는 사람들 핸들을 뻑뻑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자꾸만 돈돈 하기 이전에 돈을 사용해야할

사람들의 가치관을 순화 시키는 일이 순서인 것 같다. 돈, 돈 하는 사람들 속을 파내려 가보면 그들에게 부족한 건

돈이 아니라 만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 엄청난 깨달음 때문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소욕지족에 머물수 밖에 없다보니

내가 볼 땐 엄청난 대욕을 채우고 있으면서도 채우면 채울수록 커지는 욕심을 따라가지 못해 사지가 찢어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는 거의 십년째, 군대에서나 쓸 것 같은 카키색의 천 가방을 들고 다닌다. 물론 악어

껍데기를 흉내낸 금 줄이 달린 불편한 빽도 있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렇게 몸에 착 달라붙지 않고

무엇을 많이 넣을수도 없고, 어깨에서 자꾸 미끄러져 내리는 물건을 인내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두리뭉실한 맵시가 레드 카펫 위에 선 그녀들처럼 날렵해지는 것도 아니고, 내 작은 키가 쑥 자라는 것도 아닌데

또 그기에 걸맞는 뿔 달린 신발까지 신어야 하는, 까닭을 가면 갈수록 더 잘 모르겠다. 왜 그딴 것을 장만하면서

기백만원을 쓰면서 맨날 돈이 없다고들 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요즘 어느 식당에나 있는 셀프바를 보면,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아무도 경제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 먹지도 못할 야채나 양념과

김치를 그릇이 넘치도록 퍼 담아가서 남겨 놓는 것이다. 날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그 잔밥통에 모인 음식만 버려지지

않아도 우리 국민은 경제를 위해서 그 음식 무게만큼의 피 땀을 아낄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잔밥만 있어도

굶어죽어가는 많은 지구인들이 목숨을 이을 것이다. 삶의 질이나 품격이니 썩은 폼들을 재고들 있는 것이다. 삶의 질과

품격은 텅빈 머리에 왕관을 쓴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요구르트 장사하던 아파트를 한 바퀴 빙 돌면 웬만한

신혼 살림은 다 장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삼대는 물려 주어도 끄떡 없을 것 같은 가구와 코드만 꽂으면

바람이 솔솔 불 것 같은 선풍기와 가전 제품들이 초록색 딱지를 붙이고, 돈 들여서 버려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버려지고 새로 장만된 가구들보다 어지간한 흠이 있어도 손질해서 후대에까지 남겨진 가구가 그 가문의 품격에

더 쓸모가 될 것 같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그 작은 것의 품격을 높여주는 일이라고 없이 사는 것에

길들여진 나는 생각한다. 새 집에 이사를 든다고 해서 멀쩡한 물건들 싸그리 버리고, 새 집에 깔맞춤해서 또 한 살림

뚝딱 장만하는 일이야 말로 가볍고 품격 떨어지는 일 같다. 그들이 그 물건에 들인 애정이나 시간이나 손 때 같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무엇이나 새로 장만해서 집들이 손님들에게 과시할 수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나는 아주머니들이 목욕탕에 들고 다니는 목욕통이 없다.  때수건 한 장, 500원 짜리 일회용 샴푸 하나면 목욕을 할 수 있다.

세숫 비누로 세수 하면 되는 것을 크린싱 크림이다, 뭔 오일이다, 팩이다 뭐다 하면서 허영의 바구니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린스를 하면 금방은 머리카락이 매끈 해지는 것 같지만 마르고 나면 비슷한 질감이다. 피부는 겉을 바르고 문지르면 광택이

나는 죽은 소가죽이 아니다. 스스로 살아 있어서 몸의 다른 장기나 기관과 유기적으로 숨을 쉬는 유기체다. 잘 먹고 잘 쉬고

기분 좋으면 광택이 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것을 발라도 소용 없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광택이 나고

탄력 있어도 포장도 뜯지 않은 인형처럼 경직 되거나 찡그리고 있다면 그 또한 소용 없는 것이다. 가난한 내가 볼 때

돈을 쓰게 만드는 것들의 팔할은 괜히 가방만 무겁게 만드는 것들이다. 밥티만한 다이아의 빛을 소유하기 위해 왠만한

전세값을 쓰기도 하는데, 햇살 좋은 날 강가를 거닐어 보라 햇볕을 밭아 반짝이는 윤슬은 끝없는 다이아몬드의 밭 같다.

그것을 꼭 내 손가락이나 목에다 붙이고 다녀야할 까닭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젊은 처녀의 손가락과 목은

토끼풀 반지만 끼어도 눈이 부시다. 여자에게 정조가 목숨이였던 시대가 엊그제다. 나라가 힘을 잃자 조국의 소녀와 처녀들을

끌고 가서 정충 받이로 썼다. 그때 조선의 여성들은 모두 죽은 것이다. 그런데 사과를 받지 않고 돈을 받은 것이다.

아비가 일본 제국주의에 부역하던 자의 딸이, 자신은 잠깐 앉았다 일어서는 변기에 조차도 엉덩이를 내려놓지 못하는

우리들의 대통령이, 몇 푼의 돈으로 퉁을 쳐준 것이다. 우리 나라 여성들을 모두 화대 받는 창녀로 만든 것이다. 나는 화대 받는

창녀들을 좀 안다.  그녀들은 좋은 집에 살며, 비싼 옷을 입는다. 또한 개기름 번들거리는 사내들에게서 좋은 음식을 얻어 먹는다.

얼핏보면, 그녀들은 꽤나 고급지고 품위가 있어보인다. 과연 그런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네일아트 한 손톱들을

불빛에 반짝이며 금테 두른 담배갑에서 담배 한 대 척 꺼내어 피어무는 그녀들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지금 돈 돈

하면서 돈이라면 부모도 죽이고 자식도 죽이고, 그렇게 금부처가 되어가는 우리 국민들 모습은 그녀들을 퍽이나 닮아 있다.

개도 옷 사입히고, 파마 시키고 염색 시키면서, 시어머니는 집에 올까봐 비밀번호 있는 열쇠를 달고 가르켜 주지를 않는다.

아이들에게 서열을 인지 시킬 필요가 있다. 요즘은 안방도 거실도 작은 방도 모두 아이들의 방인 집이 많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아이들이 어른 노릇을 한다. 돈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돈과 경제에게 서열을 가르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돈이 어른 노릇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않되는 것이다. 적폐의 청산은 바로 눈먼, 혹은 눈이 없는 돈에게 자신의 서열을 인지 시키는 작업이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무리를 했거나 자세가 바르지 않다고 했다.  맞다.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무리가 가고 아픈 것이다. 돈 번다고

무리하게 몸을 혹사 시켰고, 피곤하다고 구부정하고 뼈들이 불편한 자세로 살아 온 것이다. 난 복잡한 경제 원리 같은 것은 잘 모른다.

그러나 경제도 사람의 일이고,  사람의 순리를 따르는 일이고 현상일 것이다.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고 반듯하게 골조를 올리고 마땅하게

풀어 나가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튼튼한 구조물이 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은 모든 건축 과정에 시간과 균형이 빠져 있는 구조물은

아닐까? 그 단기전의 기적을 맛본 사람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집의 기초를 다시 잡는 시간을 불안해 할 것이다. 청소년 시 방에서 어떤 중학생이 쓴 우리나라의 oecd 순위들을 보았다. 부패 순위, 자살 순위, 청소년 행복 순위, 기타 돈을 제외한 모든 삶의 질의 성적들이

거의 낙제 수준이였다. 국가의 빈곤이 문제 되지 않는데, 이 순위들은 무엇인가? 채찍에 쫓기던 개의 습성으로 사냥감을 보고 미친듯이

달리는 부모밑에서, 이제 풍요가 키워낸 아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이다. 난 역사에 관한 서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래서 부패한 나라가 망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사는지 모르겠다. 낡은 배에 무리하게 실었던 짐, 그리고 침몰, 울부짖다 익사한 아이들.. 왜 대한민국을

시로 쓰라고 하면 단번에 시상이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삶의 질이나 품격은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에서 나온다. 애정을 가지고 사랑하면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여김 받는 것들은 윤기가 흐르고 귀티가 나는 것이다. 샤넬 구찌 루이비똥을 맨 어깨보다 시집 몇 권을 안은 가슴이, 그 책을 감싸안은, 은빛 실반지가 더 부유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내 눈이 덜떨어지고 어두워서 그런 것이길 나는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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