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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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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6회 작성일 18-02-26 11:33

본문

오전반 일이 있다고 왔는데 가지 않았다.

가기 싫었다.

가기 싫으면 가지 않고 싶었다.

사흘이나 아픈 몸을 끌고 어디를 쏘다니다 왔는지

어미 고양이 난이가 돌아왔다.

젖을 떼고 어미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데도

어미 고양이가 없는 새끼 고양이들은

날개가 없는 천사들처럼 애처러워 보였다.

발정이 난 노랑이는 몸 아픈 난이가 눈에 차지 않는지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닌다.

밥 먹는 시간에도 늘 지각을 해서 담벼락에 널어놓은

호박 말랭이처럼 치렁치렁하던 노랑무늬가

조금 줄어든 느낌이다. 그래도 처음 이사왔을 때 있었던

고양이들이 약을 먹고 죽고, 차에 받혀서 죽고,

까닭도 모르게 죽거나 사라졌는데 유일한 생존자라고

노랑이에 대한 남편의 대우는 특별하다.

횟집 사장은 어제도 내가 좋아하는 회를 한 접시나

손님에게 팔면 팔만원은 받을 것 같은 어종으로 썰어 왔다.

그냥서도 앞으로 나란히 한 것처럼 일렬 줄이 되는

비좁은 주방에 세 여자가 밥공기 가득 따른 맥주를 마셨다.

사장 언니는 남편이 몇 살이냐고 물었다. 처음엔 오십 세살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술기운이 오르니까 이내 거짓말이 불편해져서

남편의 나이를 있는 그대로 말했다. 하나를 있는 그대로 말하니까

다른 것들도 있는 그대로 말하게 되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있는 그대로가 길어질수록, 있는 그대로를 들어주는 그녀들의

표정도 점점 짙어져 갔다. 나는 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일수록, 내세울 것과 가진 것으로 사람을

무시하거나 평가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인간 만상 중의 하나 일

뿐이라고 나를 말하지만, 그녀들에겐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서열을 결정하고, 영향력과 권력을 결정할 근거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이곳의 생리를 잘 아는 부동산 이모는 컨테이너 박스에

살면서 오십평 아파트에 산다고 뻥을 치고, 함바집 실장은

아들이 벤츠기업 사장이라서 두바이에 갔다고 뻥을 치고,

자랑이 아니면 남의 욕을 하며 입을 다문다는 사실을,

이내 설교 하듯이 언니들은 술맛을 떨어지게 했다.

여자는 꾸며야 한다고 말했고, 여자는 여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귀찮아도 남편의 성적인 욕구를 맞추어야 한다고 언니들은 충고 했다.

난 그냥 그런 진리는 처음 듣는 사람처럼 입을 반쯤 벌리고

예~ 예~ 예~하며 들었다. 남편이 젊어서 바람을 피울거라는 가정하에서

해주는 모든 애정어린 충고를 그냥 들었다. 그녀가 보기에 내가

꿔다논 보릿자루처럼 대책 없어 보이는 모양이였다.

내가 시를 쓰다보니 피상적인 문장들을 뿌리부터 듣는 습관이 있는 것이다.

여자는 꾸며야 한다. 그러면 화장하고, 외모에 신경을 쓰라는 말로 듣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뭔 죄를 지었나,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이면 나쁜가?

꾸민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무엇인것처럼 위장한다는 뜻인데, 내가 뭐가 어때서

내가 아닌것처럼 꾸미라는 말인지, 싫으면 못하는거지, 여자가 남자의 성노예도

아닌데 접대부처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시든 몸을 어떻게 자꾸 가꾸라는 말인지,

이런 의미의 접점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날 싸움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똑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뼈가 부서져라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가는데, 씻고 화장 지우고

편안해야지, 집에 가서도 남편에게 해고 당하지 않기 위한 불편한 노력을 계속

해야한다는 건지, 그러니까 우리 여성들은 진정한 페미니즘을 실현하려면 아직 멀었다. 법과 제도가

그 길을 마련 해주어도 자신들 스스로의 의식이 그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열 두 시간 막 노동을 하고 집에 가는 여성이 남편의 기분이나 기호를 맞출 것이 아니라 남편이

같이 살아가는 이성에 대햔 신의와 우애를 지키고 조절 해야 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탄력있고, 좀 더 수컷에 가까운 이성은 남편 눈에만 보이는 동물들이 아니다. 여자들 눈에도 남편 보다 나은 이성은 수두룩하다. 그것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은

남편이 수정 해야할 부분이지 여성이 얼굴이나 몸을 꾸며서 극복할 문제가 아니다.

여자를 풀데죽이 되어서 돌아오게 만들어놓고 무슨 섹스 타령인가? 바람 피울 능력 되면서 여자를 식당에 내보내도 되고,

여자는 그의 성욕을 위해서 코를 골면서도 봉사해야 된다는 불공정한 발상이 안타깝다. 그런 싸가지라면 마음이 변해서 가버리는편이 훨씬 속 편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녀는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과 초장을 긁어 모으고

물세가 많이 나온다고 설겆이 물도 제대로 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인정많고

소박하고 착한 남편의 아내들과 의견이 잘 틀어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가진것도 없는

사람이 너무 당당한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이다.

어떤 삶이든지 스스로 깨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굳이 깨고 바꾸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존중이라 부르기로 하자.

그녀들도 내게 그런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또한 굳이 깨고 바꾸려는 욕심 같은 것이리라.

 

허리가 아프다.

잘 하자. 오래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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