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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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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3회 작성일 18-03-01 07:50

본문

비가 와서 횟집이 하루 쉰다고 해서

덕분에 나도 쉬었다.

아침 7시에 가사원에서 오전반 일을

가지 않겠냐고 전화가 왔지만 가지 않았다.

역시 내키지 않는 것이 이유였다.

큰 아이가 짬뽕이 먹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짬뽕지존에 갈까하다 불내나 잔뜩 나고

오징어 한 점 없던 기억이 나서

손짜장이 유명한 원지로 가자고 했다.

아이에게는 만원짜리 해물 짬뽕을 주문해주고

나는 6천원짜리 일반 짬뽕을 먹었다.

녀석에게 살을 빼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는데, 결국 나는 살을 빼라고

한 젓가락 면을 건지는 녀석에게 말하고 말았다.

아차, 하고 말을 돌린 것이

박근혜가 30년 형을 받은 뉴스였다.

이젠 순진하게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지 않기로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녀의 아버지가 죽었다.

흑백 텔레비젼은 온통 국화와 검은 리무진과

국민들의 통곡으로 폭발할듯 했고, 나 또한 밥 숟가락

드는 것을 죄송해 하며 함께 울었다. 그 이후로 텔레비젼에

나온 어떤 대통령과도 서먹서먹 하며 사춘기를 보내고

어른이 되었다. 그가 죽은 후 최규하 대통령이 당선 되었는데

아버지는 그의 목소리가 박정희처럼 우렁차지 않다고

혀를 끌끌 차셨고, 그 원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곧 태양처럼

이마가 빛나는 눈매가 매서운 젊은 군인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더니 굴렁쇠를 굴리며 아이 하나가 온 세계를 우리 안방으로

끌어들였고, 호돌이는 상모를 어지럽게 돌리며, 이젠 우리가

세상을 돌리는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그 무렵 나는 여상을

다녔는지, 라면 공장에 실습을 갔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나 그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백담사로 떠날 때도 내 마음은 아팠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아프지 않을 것이다. 내 아픔을 그런 범죄자들에게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내게 우리 나라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기보다

어린 시절 정든 공주님에 더 가깝다. 갸날픈 몸에, 그 무렵 가위로

오려서 인형 놀이를 하던, 종이 인형처럼 예쁜 옷을 입은 공주님이

우리 도시를 지나가기만 해도 우리는 수업을 하지 않고 플라타너스들

사이에 줄을 서서 태극기를 흔들어야 했다. 그녀가 우리 공설 운동장에

왔을 때 공설 운동장만큼 국화 화분을 둘러 앉히고, 그 가운데 그녀가

앉고, 할머니들은 국모가 왔다고(그녀가 죽은 육여사를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넙죽 넙죽 큰 절을 했고, 그녀와 측근들은 그 절을 말리지

않았다. 영화관을 가면 파란 빗줄기 속에 뜨는 대한 늬우스를 보며,

텔레비젼 늬우스 첫 머리에 어김없이 뜨던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보며

들었던 정이 세뇌였다는 생각은 시를 쓴답시고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고

귀와 눈이 조금 뜨이던 서른이 훨씬 넘은 나이가 되어서였다. 어쨌거나

나는 로렌쯔 박사의 오리처럼 그녀와 그녀의 훼밀리들을 각인 했고,

아직도 그 각인 효과는 힘을 발휘하는지, 징역 30년 중 한 1년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재작년 선거 운동 때

보궐 선거를 하는 어떤 시의원의 사무실에서 거적떼기를 바닥에 깔고

눈을 붙였지만, 어쩐지, 발목까지 오던 투피스나 원피스가 잘 어울리던

그녀의 등은 험한 바닥에 닿아서는 않될 것 같고, 어쩐지 내 등이 시리고

가려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마지막, 비운의 왕녀가 덕혜 옹주가

아니라 근혜 공주인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내게 각인된

공주의 초상을 떼어낸다. 그녀가 대통령이 되는데 나의 한 표는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보톡스와 필러와 줄기세포 주사로 잔뜩 부풀어 오른,

날이 갈수록 젊어져가는 그녀가 인형처럼 이 옷 저 옷 갈아 입으며

이 나라 말, 저 나라 말을 하면서  이십대의 그녀처럼 안방 극장을

주름 잡는 모습이 한번도 끊어져 본 적 없는 일상처럼 금새 익숙해졌다.

챠이나 칼라의 옷을 입으면, 그 사이로 목걸이 줄 밑으로 살짝 보이던

목의 점이, 흑진주처럼 고운 피부 위에서 반짝였다. 세련된 올림 머리와

어렸을 때부터 단련된 귀품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게 간직된 정든 초상은 공주의 초상이지 대통령의 초상이 아니다.

난 사실 국정 농단이 어떤 죄인지 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늘 권력자들은

어마어마한 죄들을 저질러서 어떤 이는 사형을 언도 받기도 했고,

부하에게 사형이 되기도 했기 때문인지 그녀의 죄목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 했구나 하는 느낌이

더 피부에 와닿는다. 내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알겠는가? 그냥 모든 국민이

평등해져서, 권력이 있거나 없거나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고,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남의 돈 십만원 떼어먹고도 평생 민사에 시달리는 우리

국민들처럼 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하루 열두 시간

일해서 일년을 벌면 겨우 2천만원 남짓의 돈을 모을 수 있는데 그것은

땡전 한 푼 쓰지 않고 고스란히 저축을 했을 때의 일이다. 십년을 모아도

1억을 벌기 어렵다. 그런 돈을 배가 가라 앉아서 아이들이 떼거지로 물에

빠져 죽는다고 온 나라가 침몰해가는 마당에 머리하고 얼굴에 바람 넣고

하며, 기업들에게 넙죽넙죽, 우리가 천년을 식당에서 일해도 벌 수 없을

천문학적인 액수로 받아서, 누구에겐가 넘기고 있었다면, 징역 삼십년으로

그 돈을 다 갚을 수 있을까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고

한 번 공주는 영원한 공주다. 그녀에 대한 각인된 충성심을 나는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우리 또한 내 형제 부모

친구, 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익을 추구하지 꼭 나 하나 잘먹고 잘 살자고

뼈빠지게 일하지는 않는다. 내 주변이 곧 내 사익의 영역이다. 뉴스가 터지기 전에는

이름도 들은 적 없었던 민간인이 대통령 노릇을 하게 했다면, 쿠테타로 정권을 잡았어도

어쨌거나 대통령 노릇은 스스로 해먹은 그녀의 아버지보다 더 국민과 국가를 위태롭게

할 죄다. 내 개인적으로는 내게 각인된 공주를 위해 삼십년 동안 감방의 설겆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이젠 공주님을 보낸다. 아직도 우리나라 어떤 지역에는

아침마다 그녀의 아버지와 가족에게 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어쩌랴 훈련된 개들이 주인을 섬기는 것을, 명령과 억압과 통제를 하지 않으면, 선한 권력은

권력으로 받아 들이지를 못하는 것을, 어쩌겠는가? 우왕좌왕 하다가도 빨간 카드 한 장만

내밀면 북한의 카드섹션처럼 단결이 되고, 모든 평가서를 그 빨간 카드 위에 쓰지 않으면

불안한 그들을 어쩌겠는가? 2018년 대한민국 정부는, 날짜까지 정해져 있다는 전쟁을 대비하지

않고, 그렇게 확정적인 전쟁을 모를 정도록 허술한 정부가 아니다. 안보는 수선을 피우고

선거 때만 되면 국민에게 화약 냄새를 풍겨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호들갑을 떨어서

곧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나라로 우리 국민과 세계에 비치게 해서 우리 나라가 얻을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느낄 정돋의 위기감과 우리가 알 정도의 정보를 모르는 정부를 향해 우리 나라

국민의 70%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꾸 이리가 온다고

소리를 질러대니까 이제는 4월달에 전쟁이 일어난대도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은 치밀하고 독한 사람이 우리 정부의 수장이다.

투표는 믿음이다. 그래, 전쟁이 난다면, 무슨 뽀죡한 대안이 있는가? 불안만 조장하지 말고

정부보다 나은 방법을 제시해보라. 전쟁 날거니까 미국만 믿고 북한을 향해 총만 겨누고 있으면 되는가?

천안함 주범이라서 북한 고위 간부를 만나지 말아야 할 것 같으면 625의 주범인 그들과

지금까지 우리에게 있었던 모든 정부들의 노력은 다 무엇인가? 일제강점기의 주역인 일본과도

악수를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영혼을 얼마 되지도 않은 돈에 팔아넘겼는데, 적폐 청산에 매달려서

만사를 그르친다고 주장하는 그들이 아니였던가?

 

이 모든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나가기 전에 살을 빼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은 아들은

짬뽕 먹으면서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말을 끊었다. 나는 짬뽕만 먹었다.

하나 씩 홍합 껍질을 통에 버리고, 국을 마시고, 면을 빨았다. 전쟁이 날 판이라면 더더욱

그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죽기 아니면 살긴데 한판 붙고 치울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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