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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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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7회 작성일 18-03-17 13:40

본문

바다 횟집에선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점점 의문이다.

이미 나는 바다를 떠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방 이모는 내게 꽉 죄는 새장이다. 그녀의 자잘한 규칙 속에 나를 집어 넣으려고 한다.

무엇은 어디에 또 무엇은 어디에, 나는 그녀가 지정해놓은, 있던 자리에 나 자신을

놓고 들어야 한다. 주방 어모들은 어느 식당에나 식기 세척기나 수저통처럼, 테이블 냅킨 통처럼

있다. 그 새장이 전부인 새들이 그 새장을 하늘보다 높고 경건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콩알만한 것들에 의미를 두고 홍동백서나 사제들의 제례처럼 숭고하게 그것을 지켜 나가라고

가르친다. 나는 더럽다는 생각만 든다. 내버려두면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신의 위계를

인지 시키기 위해 간섭하고 잔소리로 자발성을 분쇄 시켜 버리는 것이다. 보기 드물게 못생기고

키가 작은 그녀는 자신의 한을 풀듯 미친듯이 일하며 자신에게 미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잘못들을 지적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보해 나가는 것 같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다른, 그러니까

돌콩 이모(잔소리 쟁이 주방 이모의 별명이다)가 일을 잘 한다고 말한, 얼굴이 설악산 흔들바위만한

여자가 온다고 했다. 돌콩과 설악산 흔들바위가 합세해서 잘난체를 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식당일을 훌룡하게 하고 있는지를 설파하며 내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일어나는 실수들을

지적하고 공격할 것을 생각하니 토하려고 한다. 난 훌룡한 식당 아줌마들 보다 훌룡한 술집

언니들이 좋다. 훌룡한 식당 아줌마들은 불을 꺼고 떡을 썰었다는 어머니의 레전드로 무장을 해서

술 한 잔 들어가면 곧바고 자기 잘난체, 강하고 똑똑하고 훌룡한체를 해댄다. 그냥, 술 한 잔 마시고

담배 한대 지펴 물고, 너털하게 웃는, 웃음도 팔고, 몸도 팔아 아무 자랑할 것 없는 더러운 그녀들이

나는 더 좋다. 얼마다 다들 건전하고 훌룡들 하신지, 입만 열었다하면 자서전이다. 제 자리, 제 자리

빌어먹을 제 자리, 제 자리 밖에 모르는 년들 정말 넌더리 난다.  제 자리에 무엇을 놓기 전에 바깥에서

손님이 부르고, 무엇을 갖다 달라, 무엇을 해달라하는데 도무지 내 입장에 대해선 이해가 없다.

그것은 항상 그녀가 제 자리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고 보고 살기 때문인 것 같다. 수저통에 있어야 할

수저가 식탁 위에 있다면 손님이 온 것이다. 그녀들은 자부심을 갖는데 고민이 없는 것 같다. 정말

망치로도 부술수 없는 단단한 알속에서 그대로 완숙이 되버린 계란들 같다. 그녀는 세상이 찍어내고

싶은데로 만들어지는 공산품 같은 건전 건강 성실, 근면 따위로 무장된 기계들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그녀들의 튼튼한 존재에 감동해서 다른 사람들의 허술한 존재들은 깡그리 무시하거나 짓밟는다.

지금까지 주방, 이모 찬모 중 단 한 사람도 훌룡하고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 대화 하기 싫다.

그녀들의 경직된 돌들을 토하는 것 같은 말을 들으면, 그 돌들이 모두 내가 먹어야 할 음식인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녀들은 너무 훌룡해서 나는 정말 정말 싫다. 무섭다. 가슴 한쪽을 도려낸 아마존의

무사들과 술을 마시는 기분이다. 난 두부 같은 사람이라 그녀들이 손바닥에 올려 놓고도 36등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들의 완고함과 콘크리트 같은 튼튼함이 이 세게를 받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두부가 콘크리트와

싸우는 일은 너무 죽고 싶은 일이다. 그녀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힘겹다. 눈사람 친구가 눈물 나게

그립다. 나는 그녀를 믿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를 그리워할 자격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다.

그릇이 그것밖에 되지 못했던 내가 죽이고 싶도록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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