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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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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3회 작성일 15-09-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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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는 국밥집 야간반을 나간다.  제발 좀 정상적인 일을 하라고 수영씨는 으러렁거리지만 밤에 일한다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대들다 급기야는 그렇게 도움은 되지 않으면서 사사건건 방해만 할거면 헤어지자고 으름장을 놓고 말았다. 나를 구박하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나의 꿈을 구박하는 것은 견딜수가 없어! 늘 글로 말을 하던 사람은 글을 쓰듯 화를 내게 된다. 낮에 자유가 있쟎아? 온 세상이 밝을 때 나도 깨어 있고 싶어. 식당이라는 거대한 등잔밑에 노예처럼 웅크리고 앉아 남이 먹은 밥그릇만 내려다보고 사는 것은 정말 신물 나..건강에 해롭다고, 이제 나이도 있는데 야간을 견딜 체력이 되냐고? 야간을 해서 수명이 몇 일 줄어 드는 것이 낫지, 수명만 긴 식물 인간처럼 사는 건 싫어. 찬란한 햇빛 속에서 내 정신이 운동하는 걸 느끼고 싶어. 내 정신과 시간이 프로메테우스의 간처럼 아무리 쪼아먹어도 돋아나는 내 꿈을 향해 운동하는 걸 느끼고 싶어. 그는 가끔 나를 사차원이라 부르며 경멸과 빈정거림이 섞인 말투로 이야기한다.  그래 사차원이면 어때? 모든 사람이 같은 차원에서 살아야할 이유가 어디있어? 시를 쓰려면 사차원으론 않돼. 오차원 십차원 백차원도 되어야해. 저 여자 밤마다 어디나가나? 상관 없어.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진짜 나니까. 올빼미, 두더지 박쥐면 어때? 밤은 시간 아닌가? 피곤하고 졸리겠지만 힘들지 않고 버는 밥이 어디있어?

 

어제 요양원에서 집으로 데리고 간 아버지는 오늘 아침 다시 요양원으로 가셨다.  어린 아이처럼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금방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것이다.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엄마의 홀가분한 목소리가 슬프다. 월급이 190만원이라니 엄마에게 아버지 요양비를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완강하게 시를 쓰야한다는 집념 밖에 없지 않은가? 왜,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쓸 것인가는 없다. 아직 시를 쓸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  낙엽 시리즈는 계속 쓰고 싶다. 평범하고 흔해빠진 시제에서 누구도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싶다.  지금은 평이하고 무난한 낙엽들만 계속 쌓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어떤 시인의 언어도 밟아 보지 못한 낙엽을 내가 밟게 될 것이다. 흙이 되기 위해 낙엽이 땅으로 떨어지듯, 낙엽을 향해 끊임없이 나를 투하하고 낙엽을 보듬고 엎어지고 내가 낙엽이 될 것이다. 이것은 나 자신과의 은밀한 싸움이다. 일단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이 남을 위해서는 아닌것 같아 안심이다.낙엽이라는 거울에 내가 비치고 세상이 비칠 때까지 나는 낙엽과 함께 이 가을 내도록 뒹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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