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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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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1회 작성일 18-06-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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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반은 겁난다.

술에 취하면 눈알과 입이 돌아가고,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는 손님과 그녀의 애인 때문이다.

정말 특별한 능력이 필요할 것 같은 사랑을 하는 그녀의 애인은 그녀의 호통과 진상에 황홀경이라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그가 그녀를 위해 치즈를 사왔는데 두 개를 사와서 하나는 소혓바닥에게

하나는 사장에게 주었다. 그 가운데 앉아 있던 나는 치즈처럼 느끼한 그에게 치를 떨었다. 사장에게

치즈 하나에 얼마나 한다고, 사람이 세명인데 한 명 것만 빼고 나눠주는 것이 기분나쁘다고 했더니

기분 나빠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해서 또 한번 치를 떨었다. 어떤 인간과 엮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거의 해보지 않았는데, 아! 이런 인간들이구나 싶었다. 사람의 유치함이나 치사함이란 광대뼈나 주름이나

팔이나 목의 심줄처럼  사람을 섬세하고 사실감 있게 만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견디기 힘들다.

그녀의 입이 비뚤어진 것은 견딜 수 있는데 마음이 비뚤어진 것은 견디기 힘들다. 그 비뚤어짐으로

주변을 쥐어짜는 느낌이다. 나는 사장에게 앞으로 어떤 손님의 좌석에서도 함께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장의 애인인 아저씨는 착하고 사람이 좋다. 주방 바닥 청소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면

맥주 한 잔 마시고 권하는 것을 거절하기 힘들다. 그가 무안해지거나 자존심 상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마시면 팁을 준다. 어제는 "오라버니! 번번히 이런 돈 받기가 너무너무 미안해요. 앞으로는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하고 간곡하게 말을 했다. 사실은 만원이 아니라 천원이 아쉬운 것이 내심이지만 내 안의 시가

누가 던져 주는 흙 묻은 고깃덩이를 물지 말라고 나를 꾸짖는다.

 

교수에게 책이 왔고, 교수의 카카오톡이 사라졌다.

나는 무슨 이유인지 두 페이지를 읽는데, 그 책이 교수가 다른 이름으로 쓴 책이라고 느꼈다.

마치 교수의 영혼에서 나이를 세탁한 것 같았다.

그 책을 읽는데 부끄러웠다.

나는 겁쟁이고, 비겁한 것이다.

시와 문학으로 가득차서 바늘만 닿으면 뻥 터져버릴 것 같은 뜨거운 풍선 같았다.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손 품 발 품을 팔아 생존을 구걸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아픈 것일까? 죽은 것일까?

술에 취하면 한번씩 카톡을 보내지만 별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아도

나를 시인이라고 불러주던 내게 인연된 마지막 생존자가 사라졌다.

그는 내 필명중 마지막 자를 떼고 나를 부른다.

난 같은 이름의 시인이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낸 책에도 내 필명은 두 자로 사인이 되어 있다.

메일을 보내 무슨 일이야? 죽었어?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고 더우기 죽지는 말았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가 보낸 마지막 카톡, 윗쪽에 자신에게는 가장 좋은 시인이라고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하는 그의 대화 내용이 남아 있다.

문득 울어야 되겠다. 종일, 이불을 거대한 손수건처럼 적시며 울어야겠다

생각했지만, 눈물은 허물을 남기고 사라진 뱀 같다.

 

일하러 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두시 반으로 알고 있는 퇴근 시간을 세시로 알고 있는

젊은 시절 내노라 하는 미용실 원장에게 미스 경남 출전을 권고

받은 사장이 운영하는 쌈밥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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