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소직언鵲巢直言[카페조감도 대표가 쓴, '카페에 간 노자'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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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6회 작성일 15-10-04 01:17본문
작소직언鵲巢直言
카페 조감도 개점하고 두 달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나는 카페 영업에 회의감을 느낀 나머지 실의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고 있었다. 저녁이었다. 가끔 오시는 대구대 문학박사 이 선생께서 카페 문을 두드린 게 아닌가! 나는 내색하지 않으며 커피 한 잔 함께 마셨다. 그간 소식을 주고받으며 말이다. 근데 선생은 내 얼굴을 보고는 여간 좋지 않음을 읽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격려와 더불어 책 한 권을 소개했다. 책은 남회근 선생의 ‘노자타설’이었다. 나는 당분간 카페영업을 잊으며 이 책에 조금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처음은 노자가 중국의 제자백가 중 한 명으로 생각하다가 어느새 모르게 내 마음에 크게 와 닿기 시작했다. 상권을 다 읽고 하권에 들어서자 그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나는 온갖 마음이 풀렸다. 정말 카페 경영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백만장자보다 나았다. 이 책을 다 읽을 때 나는 벌써 노자가 아닌 노자가 되었다. 이렇게 노자는 나에게 왔다. 그러고 이 책은 서재에 곱게 장식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카페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월 행사로 가졌던 음악회가 점점 나아졌고 카페에 손님은 전보다는 많이 늘었다. 책은 늘 좋아해서 다른 책을 탐구하고 또 다른 것을 보고 읽으며 시간은 몇 달이 지났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나의 마음을 잡아주었던 노자만큼은 강렬하지는 않아 나는 김원중 선생께서 쓰신 노자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의미 전달이 내 양에 차지 않아, 이참에 스스로 원문을 발췌해서 뜯어보고 필사하며 또 붓글씨로 매일 글을 다듬으며 수양했다.
노자의 원문은 네이버 지식창고에서 ‘bubin’의 질문에 어느 선생께서 올려주신 답변을 참조했다. 그리고 김원중 선생의 노자와 남회근 선생의 ‘노자타설’를 곁들여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 노자의 말씀 도덕경이 여러 판본이 있음을 알 게 되었고 지금 우리가 읽는 도덕경은 여러 세대, 여러 사람이 거쳐 온 것임을 알았다. 솔직히 나는 커피를 파는 장사꾼이지 문학을 하거나 어떤 학문에 파고드는 지식인이 아니기에 노자가 죽간본은 어떻고 백서본은 어떻고 또 왕필은 무엇을 어떻게 구별하며 어떤 변론을 했는지까지는 쓸 이유도 없으며 또 거기까지 파헤쳐 공부하는 것은 장사꾼 도리로써는 맞지 않음을 안다. 나는 거저 도덕경의 원문을 내 나름의 해석과 주해로 내 삶을 꿰뚫고 싶을 뿐이었다. 춘추전국시대에 버금가는 현 커피시장에 나는 묻혀있다. 생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것이 장사꾼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 바쁜 생활에 폭 빠져 있다면 장래는 없다. 오늘은 오늘로써 최선을 다한 것이지만 장래를 기대하며 바란다면 오늘을 죽여야 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을 한 장씩 읽고 배웠다. 그리고 나의 철학을 담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책은 읽고 나를 바르게 보기 위함이다. 책은 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공자의 말씀에도 있듯이 위기지학(爲己之學)이 되어야지 위인지학(爲人之學)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내 삶을 똑바로 보기 위해 옛 성인의 말씀을 읽었다. 그 공부한 내용을 나는 이 책에다가 담았다. 단지 노자 도덕경 해석과 주해에만 미치지 않고 내가 걸었던 커피 시장을 몸소 느꼈던 바를 담아 여러모로 읽기에 재밌으리라 본다.
도(道)의 가장 핵심은 내 몸을 지키는 것이다. 도덕경은 그 길을 안내한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다. 노자의 도덕경은 하루 한 장씩 그 뜻을 직접 해석하며 읽는 것이 좋겠다.
책의 구성은 모두 4부로 했다. 1부는 ‘나’, 2부는 ‘우리’, 3부는 ‘바깥’, 4부는 ‘더 나가’로 했으며 가장 중심에서 점차 외부로 돌렸다. 커피를 알고자 하시는 분께 또 가맹사업을 시작하거나 혹은 어떤 큰 카페를 하고자 하시는 분께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라 본다. 교육은 항상 그랬듯이 어제 것을 보며 다시 배우는 것이다. 역사는 결코 깊고 오래된 것만이 아니라 단 한 시간이 지나도 역사에 묻힌 거라 그날그날 있었던 일기를 단락마다 넣어 현실감을 주었다. 이것은 나의 인문이다. 인문은 모두가 같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걸었던 길을 보며 다른 생각과 질문은 있으리라 본다. 당신이 처한 문제에 그 해답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끝까지 눈은 뗄 수 없을 것이다.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다. 이 책을 쓸 수 있게 처음 노자를 소개했던 대구대 문학박사 이 상진 선생께 먼저 고마움을 표한다. 내 가족 아내와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지아비와 아버지의 역할을 하게 했다. 더 나가 카페리코, 카페 조감도 전 직원께 감사하다.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탔다. 대표의 역할이 이것으로나마 조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鵲巢
임당 본부 골방에서
2015년 10월 3일 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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