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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거짓말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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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6회 작성일 19-02-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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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동네 뒷산을 올랐다. 아들과 산을 오르고, 강변을 걷고, 시장까지 걸어거서 오뎅과 호떡을 먹기 시작한지

제법 몇 일이 되었다. ​아들은 너댓달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고, 거의 한달 동안이나 회사에 멀쩡히 잘 다니는체 연기를

했다. 제법 큰 회사인데도 설날 떡값과 선물 세트 따위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 여겼지만, 나는 아들이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묵묵히 속아 주었다. 무슨 까닭인지 큰 목소리보다 작은 목소리가 말이 의도하는 결과를 잘 이끌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너 그만 뒀지?" 라고 물었고,  말줄임표 정도의 간격을 두고 아들은 "으"하고 짧게 대답했다.  나는 사실 그만 두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몹시 화가 났지만, 좀 더 현명한 엄마인체 했다." 그래. 그랬구나. 어쩔수 없지. 그런데 엄마는 네가 또 엄마에게 거짓말

한 것이 화가나" 사실은 거짓말 한 것도 화가 났지만, 그만 두어서, 당장  이달의 카드 대금이며, 녀석 때문에 나갈 돈 때문에

머릿속이 하얘진 것이다. 자동차 보험, 대출금, 카드로 결제한 단말기 값이며, 소소한 돈들이 끝난 영화의 마지막 자막처럼

줄줄이 눈앞을 가렸다. 그래도 끝까지, "그만 둘수도 있어. 엄마는 오십이 넘어도 잘 그만두니까..그래 그럴수 있어. 그렇지만

네가 거짓말을 하는 버릇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은 것이 엄마는 제일 절망적이야. 제발. 속이지마라. 엄마를 속이는 놈이 세상

누구에게 진실할 수 있겠니? " 나는 또 엉엉 울었는데, 끝까지 위선을 떨었고, 쿨한 엄마인체 했다. 돈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였다. 아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면서도, 사실은 그 순간엔 나를 화나게 하는 가장 작은 이유였다.

내 분노를 폭발 시키는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아들! 카톡 한번 보자. 엄마가 인간적으로 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좀 알고

싶은데 괜찮겠어?" 하고 물었다. 아들은 지은 죄가 있어 그런지 순순히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런 저런 친구들과 나눈 사소한

대화들을 읽었고, 나와 동생과 주고 받은 카톡을 읽었고, 그 다음은 녀석의 고모와 주고 받은 대화를 읽었다. "고모 제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이달에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저에게 40만원만 빌려 주세요." 이혼을 하고 얼굴도 본 적 없는 전 남편의 누나에게

모두 합해서 백만원의 돈을 빌렸고,  빌린 날짜가 작년이였다. 나는 몸속의 모든 혈액이 거꾸로 뻗치는 기분이 들었지만

가만히 물었다. "갚았나?"  아니라고 했다. 나는 당장 고모라고 적힌 전화 번호를 찾았고, 팔짝팔짝 뛰는 아이를 밀치며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작은 방 문을 잠궈버렸다. 고모는 교회 목사 사모님이였다.  나는 아이의 이름을 대며 00이 엄마 입니다. 말했다.

우선 아이들의 할머니와 아이들 삼촌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바쁘실텐데 전화 드려서 죄송하다 했고, 카톡의 내용을 말했다.

"아이가 고모님께 폐를 끼치게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아이에게 고모님이나 삼촌 누구도 돈을 빌려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계좌를 붙여 주시면 바로 돈을 갚겠습니다." 그리고 카드 대출을 내어서 고모의 계좌로 바로 돈을 붙여 주었다.

"야이 자슥아! 이 에미 혼자서 너그들 키울때, 아침에 너그들 차비가 없어도, 그기 손 않벌리 봤다. 그래.. 조카가 고모한테

돈도 빌릴수 있다. 그런데 니가 뼈빠지게 노력해도 여의치 않을 때 말이지. 집구석에 탱자 탱자 놀며서, 이기 뭐하는 짓이고?

내가 니 빌린 돈을 왜 갚냐 싶지만, 이건 니 때문이 아니라 엄마가 자존심 상해서 갚은거다. 벌어서 갚아라.:"  이것도 사실은

거짓말이였다.  내 자존심이야 개 고랑에 쳐박고 산지 오래 되었다. 집안의 장손인 녀석이 고모한테 푼돈이나 빌려달라한 꼴이

싫어서였다. 그래도 엄마랍시고 "니 사는거야 니 맘대로 살면 되지만, 엄마 자존심까지 팔지 말라"고  핏대를 높였다.

나는 이래저래 아이에게 거짓말을 많이 한다. 아이가 내지 못한 돈을 갚으며 통장에 남은 잔고를 모두 썼고,  아이가 고모에게

빌린 돈을 갚으며 백만원 빚을 졌다. 빚을 지는 일은 내 평생에 없는 일이다. 고모가 조카에게 돈 백만원 그냥 줄수도 있지 않느냐고

놔두라고 했지만, 내 새끼까 남에게 폐나 끼치고 사는 꼴을, 돈 백만원 아끼자고 가만히 보고 살기는 싫었다.

요즘엔 그 아들놈을 데리고 날마다 운동을 나간다. 살이 너무 쪄서 14.5평 아파트 문에 끼일 것 같은데 스스로는 살 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새로 얻은 오전반일을 마치고, 여기 저기 이력서만 넣어 놓고 있다는 녀석을 불러 인근의 산과 들을 함께 다닌다.

산을 오르면 초입로만 들어서도 문풍지가 바람에 떨리는 소리가 쌕쌕한다. 밤 열두시가 넘도록 일하고, 오전 아홉시에서 열

두시까지 또 일하고, 나도 피곤해서 눕고 싶지만 황소 같은 아들을 끌고 산도 오르고 강도 건너고 한다. 어떤 날은 일부러 일하는

곳에 불러서 바닥 청소도 하라고 하고, 화장실 청소도 시킨다.  어떤 날은 찬물에 상추 한 상자를 씻으라고도 한다. 엄마가

어떻게 해서 버는 돈인지 미안해 하라고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말은 또 거짓말이다. "찹제? 다 이렇게 돈 버는거다"

아들에게 어떤 희망을 가져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후반 호프집 바닥을 쓸어라고 했더니, 땅콩 껍질 한 조각 없이 말끔히

쓸어 놓았다. 땅콩 껍질은 여간 꼼꼼하게 쓸지 않으면 날려서 흩어지는데, 밀대질을 하면 젖어서 더 찰싹 바닥에 달라 붙는다.

그런데 한 티끌도 없이 쓸어 놓은 것이 내게는 아들에 대한 희망이다.  오후반 언니 큰 아들은 시의원에 출마 한 적이 있고,

날마다 에스필을 먹는 에스필 아저씨 아들은 서울에서 연구원 한다고 했고, 날마다 카스를 먹는 카스 형부의 딸은 창원에서

교사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내 아들은 엄마가 일하는 호프집에 와서 땅콩 껍질이 한 티끌도 남지 않게 바닥을 청소한다.

그리고, 낮에는 엄마와 함께 숨을 쌕쌕 거리며 산을 오르고, 강변을 걷는다. 현금 카드에 삼만원 남짓 남았을 돈으로

엄마에게 커피를 사주기도 하고, 운동을 한답시고 끌고 다니며 엄마가 하는 이런 저런 잔소리에 늘 알겠다고 한다. 날마다

한 삽씩 산을 퍼내면 어느날은 평지가 될까? 큰 바램은 없다. 우선 아이의 몸에서 살이 좀 빠져 나갔으면 좋겠다. 돌 속에

다비드가 갇혀 있다더니, 저 살 속에 내 아들이 갇혀 있는 것 같아서이다. 저 살덩어리 속에서 아들을 꺼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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