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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미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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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회 작성일 19-02-27 01:17

본문

오늘은 사장과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그 손님은 벨을 누르지 않는다

늘 카스 작은 병 모가지를 쇠젓가락으로 툭 쳐서

술을 한 병 더 추가 시킨다.(그래서 별명이 땡칠이다)

그 손님은 서비스로 나가는 땅콩을 볶아 달라고

하고​, 물에 적시지 않은 나막스를 구워 달라고 하는데

입맛에 맞을 때까지 계속 다시 구워 달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용서한다쳐도, 정말 용서하기 싫은 것은

담배를 홀에서 피우는 것을 용납하거나, 종이컵에

물을 부어 만든 재떨이까지 갖다 바쳐야 하는 것은

내 표정을 크리스탈 재떨이처럼 딱딱하게 만든다.

그런데 오늘도 그 모든 갑질의 통과의례를 차례차례

지키더니, 그 모든 갑질의 하이라이트인 실내 흡연에

이르렀다. 그럴때마다 그랬듯이 다른 테이블에서 벨

소리가 울리고,  담배 연기를 맡지 않게 해달라는 손님의

불만을 듣고, 그것을 언니에게 보고 한다. 다른 날은

언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오늘은 땡칠이가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언니! 담배 연기를 맡지 않게

해달랍니다"하고 말했고, 언니는 이미 미안해 하고 있는

손님에게 왜 확인 사살을 하느냐고 했다. "언니!

저 손님이 미안해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번번히 그는 담배를 피웠고, 주변의 손님들은 변변히

불쾌한 표현을 했고, 언니는 번번히 손님들이 불쾌해 한다고

전달한 나의 전달 방식을 나무랐다. 이전에는 담배 냄새가

난다는 손님의 지적을 반박하지 않았다고 야단을 맞았다.


나는 언니에게 그는 담배를 피워도 되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인정하면 되겠냐고 물었다.  다음 부터는 그가 담배를 피건 말건

손님들이 불평하건 말건 모르는체 하기로 했다. 일터에 나갈때는

간과 쓸개를 빼놓고 출근하라는 말은 진리다. 그래 내 간과 쓸개라도

노예 생활에서 제외 시켜 주어야 한다. 그곳은 사장의 영업소이지

나의 일터가 아니다. 애착 같은 건 필요 없다. 유리문 밖에 손님들이

피고 던져 놓은 담배 꽁초도 주울 필요가 없고, 재떨이로 쓰는 항아리 속의

쓰레기도 내버려 두자. 사장 팔 아프다고 바닥 청소도 대신 해줄 필요가

없고, 아무 애착도 쏟지 말자. 그냥 시간 때우고 돈만 받자.

영혼만 버리면, 애착만 버리면 만사형통이다. 사장은 날더러 성격 좋다고

말할 것이다. 손님들이 누구라도 실내에서 자유롭게 흡연을 즐길수 있게

방관할 참이다. 손님들이 신고를 하거나 언니가 벌금을 물거나 내 알바

아니다. 정의도 모르고 형평성도 모르고, 난 아무것도 모르고 상관 없으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일찍 자자. 내일은 낮 열 두시까지 족발집 일을 끝내고, 한 시부터 다섯시

까지 아파트 청소를 끝내고, 여섯시에 다시 호프집에 일을 가야한다.

아이가 저질러 놓은 빚들을 갚으려면 숨도 쉬지 않고 일해야한다.

그래도 엄마가 아직 젊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때 일을 저질러 주어

고맙고, 어쨌거나 엄마 능력 한도내에서 일을 저질러 주어 고맙고,

앞으로 그러지 않을거라는 희망을 아직은 줘서 고맙다.

세수도 잘 하지 않고 잤는데, 화장품 가게를 차린 친구에게 화장품을 팔아 주느라

산 엠플과 아이 크림을 바르느라 꼬박꼬박 세수를 하게 되어 다행이다.

난 해골 껍데기에 돈을 쳐바르는 것을 한심한 짓이라 여겼지만

이왕 친구 덕분에 사게 된 것이니 잘 발라야겠다. 그런 것들을 순서대로 바르고

얼굴을 만져보면 촉촉한 상태라 해야할지 찐득한 상태라 해야할지 모를

이물감이 느껴진다. 사실 난 폼 크린싱으로 세수를 하지 않고 세수 비누로

세수를 하고, 오후반 출근을 위해서만 화장을 하는데, 화장품 회사에서

제안하는 모든 보습과 주름 예방 절차들을 다 거친 얼굴보다 주름이 없다.

그것은 이번 곗날 친구들 모두가 인정한 사실이다. 눈 밑을 당기는 수술을 한

친구보다 내 눈 밑의 주름이 없었다. 역시 내가 생각하는 미용법이 주효한 것 같다.

욕심이 많으면 그 욕심의 무게 때문에 피부가 쳐지는 것이다. 마음의 주름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영혼의 젊음을 유지하면 피부는 자연히 팽팽해진다.

그리고 잘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불필요한 탐욕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속의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나는 밤낮 없이 먹고 사느라 노동을 하지만

천성적으로 잘 찌들지 못하는 성격이다. 아직도 나는 펑펑 잘 울고, 이내

아이처럼 기분이 들뜨고, 땡칠이 같은 인간을 보면 화가 나고, 우리 마당의

고양이가 밥을 잘 먹으면 내 배가 불러진다. 내 일만 해도 뼛골이 빠지는데도

내가 일 하나 더 하면 상대방이 덜 힘들어질 것 같아 무슨 일이라도 찾아서

한다.  그런 까닭에 나는 좀 덜 늙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는 일이 아직도

신기해서 눈이 반짝거리고, 심장이 뛰고,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빛나기 때문이다.

술도 마시고, 기분 좋으면 참새처럼 재잘거리고, 기분 나쁘면 이불이 다 젖도록

울고, 싸움도 하고, 욕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내 얼굴엔 그 흔한 기미 한 점 없다.

여지껏 해골 껍데기가 비교적 멀쩡한 상황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친구 가게에 매상 올려주느라 산 가방을 샀으니 어쨌거나 다 없어질 때까지

발라야 할 것 같다.  너무 젊어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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