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기는 > 편지·일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편지·일기

  • HOME
  • 창작의 향기
  • 편지·일기

☞ 舊. 편지/일기    ♨ 맞춤법검사기

  

▷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내 일기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4회 작성일 19-02-28 02:23

본문

사실 일기는 나의 연애 편지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연애 편지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어쩐지 그녀를 사랑한다.

속속들이 그녀가 모자라고 멍청하고,

어리석고 나쁜년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나는 참 그녀에게서 벗어날수가 없다.

어쩌겠는가?

그녀는 종일 팔을 쓰서 술잔을 드는데도 팔이 아프다.

그녀는 친구에게 팔아준다고 화장품을 이십만원치나 사고

날마다 바르기로 결심했지만 이틀만에 술을 마신다고

세수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아는 동생에게 산, 오휘라는

비싼 화장품 스킨 로션을 이년이 지나도록 쓰고 있다.

알뜰도 병인양하여 그런 것이 아니라 하도 바르지 않아서 그렇다.

대체로 귀찮아 한다. 그녀는,

오늘 열두시에 오전반을 마치고 백수 아들을 불러서

아파트 청소를 하러 갔다. 태어나서 그렇게 개판인 집구석은 처음 봤다.

곧 이사를 갈거라서 그렇다지만.. 거의 고물상 수준이였다.

청소를 마치고 일당 팔만원을 아들에게 다 주었다. 그녀는

어쩐지 언제 사람 될까 싶은 아들 녀석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아들과 짜장면 곱배기와 짬뽕 보통을 먹으며, 무척 힘든체를 좀 했다.

미안하면 감동하고, 감동하면 바뀔 것 같아서였다. 재수가 옴붙었는지

오늘따라 에레베이트 점검중이라 사층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에미고 아들이고 뻑뻑해진 다리 알통을 주무르며 짜장면과 짬뽕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렸다. 불과 삼십분 후면, 그녀인 내가

오후반 일을 가야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그녀를 하찮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세상에는 너무나 근사하고 아름답고 멋진 그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더욱 집중할수 밖에 없다. 오늘

온 손님 중 유난히 안주를 많이 주문하고, 유난히 까다롭던 여자 손님은

현금 80만원을 말아서 만든 꽃다발을 아들에게서 받았다고 했다. 아들은

서울 대학교 다니다 군대를 가서 받은 월급을 쓰지 않고 엄마에게 돈 꽃다발을

안겼다고 했다. 남편은 공무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 곧 그녀는 아들에게

그냥 8만원 주려니, 사람 구실 못하게 될까봐 개 끌듯이 끌고가 함께 번 돈

8만원을 주고 왔다. 물론 서울대는 대문 구경도 못해본 아들이다. 뭔 듣보잡

대학을 입학 시켜 놨더니 자퇴를 하고 등록금만 쏙 빼서 야금야금 엄마 몰래 쓰버렸다.

현금 80만원을 말아서 꽃다발을 만들어 주기는 커녕, 엄마가 내준 등록금 마저

말아 먹은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나는 그 놈이 좋다. 남편(그 놈의 아비가 아닌)

이 운동 하자며 뭔 산인가 둘랫길을 가자고 하는데 둘랫길이 지름길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고 꾸역꾸역 산을 둘렀는데, 아들 녀석 살 뺀다고 산을 오를때는

제법 가파른 산도 평지처럼 가볍게 걸어 보였다. 그래야 아들이 더 힘겹게

느끼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돈으로 장미꽃 다발 같은 것 만들어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서울에 있는 대학 이름도 몰라도 좋으니까 어디 공장, 식당, 노가다라도 가서

자기 앞가림이나 하고 살았음 하는게, 나라는 그녀다.

종일 서 있었더니 발이 부었는지, 오후반 마칠무렵이 되니까 발이 아팠다.

감기가 걸렸는지 콧물이 흐르고 목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기록한다.

참 그녀, 사랑을 다해 살았노라고, 꾀부리지 않고, 진정과 열심을 다했노라고,

아들이 먹다 남긴 짜장면을 내가 먹고, 내가 먹던 짬뽕 국물을 아들이 마시며

"엄마! 자 4만원은 엄마 가져."

"됐어! 임마! 낸 면접 보러 갈텐데, 다이소에 가서 로울러 테이프 사가지고

개털이나 떼고 가! 이번에는 죽었다 생각하고 다녀라!"

그런데 왜 나는 그녀가 어쩌면 참 행복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270건 66 페이지
편지·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320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2-28
2319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2-28
열람중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2-28
23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0 02-27
2316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2-27
231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2-27
2314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2-27
23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2-26
2312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2-26
2311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2-26
2310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2-26
23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2-25
2308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2-25
2307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2-25
23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2-24
2305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 02-24
2304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2-24
2303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 02-24
230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02-23
2301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2-23
2300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2-23
2299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2-23
2298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2-23
22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2-22
2296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 02-22
229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2-22
2294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2-22
22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2-21
2292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2-21
2291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2-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