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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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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회 작성일 19-03-18 07:58

본문

오전반 1 사장의 문자를 어제 보았다.

어제는 쉬기 때문에 아침에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덕분에 시간이 생겨 일기를 쓴다.

요즘엔 오전반 1도, 오전반 2도 일을 빨리 마친다.

남편이 빨간 방수 앞치마를 두르고 청소와 설겆이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가 많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대인기피증과 낯가림 때문이다.

새벽 3시 30분까지 나가는 요구르트 배달도 그가 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보따리를 싸지 않고,

그가 그가 아니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체념이라기 보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 된것이다.


입 비뚤어진 언니를 그냥 손님으로만 대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자꾸만 미안하다고 말해서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나보다 나이도 한참 많고, 다리도 절고, 점쟁이 언니집에

얹혀 살며 점집 살림을 봐주는 돈으로 육십만원 월급을 받으면

술값으로 다 쓰는 언니인데, 매일 술에 취해서 "옘뱅" "옘뱅"

하는 꼴이 이전에 나를 보는 것 같다. 올 때마다 술을 한잔씩

같이 하는데 이래 저래 심사가 꼬여 더 이상 엮이지 말자 하고

시큰둥하니 일만 하고 있으니, 자꾸 미안하다고, 뭣 때문인지

모르지만 니가 맘 상해서 미안하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두번째 사과를 할 때까지 텔레비젼만 보고

있다. 세번째 사과를 하자, 컵라면에 물을 부어서 그녀의 테이블로

갔다. 내가 그러지 않으면 그녀가 밤새 사과를 할 것 같아서였다.

내가 뭐라고, 저 사람을 저토록 미안하게 만들고 있나 싶었다.

사과를 하는데 계속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옹졸하고 못난짓인 것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잘못이란게 그녀 입장에서 보면

잘못이 아닐수도 있는 것이였고, 나 또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저지를수도 있는 잘못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입도 비뚤어지지 않고

다리도 절지 않고, 돈도 많은 사모님이라면 더 미안하게 만들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마저 내가 돌린등으로 그녀를 위축시키기에 그녀는 너무 왜소해 보였다.

눈사람 친구는 내게 전화를 했다. 내가 수신거부를 해놓으니 다른 번호로 왔다.

나는 모르고 받았지만 다시는 전화를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그녀는 영문 없이

연락을 끊었고, 나는 그런 트라우마가 있어 깊이 맘이 상했다. 그러나 경험이란

돌이키기 힘든, 엘피판의 홈과 같은 것이다. 난 한 삼일 맘을 상하고, 사일이 되는날

칼 같이 연연을 끊었다. 그래, 그러자. 다시는 보지 말자. 너 만나지 않을 때도

살았고, 네가 친구가 아닐 때도 나는 잘 살았다. 사일째 되는 날부터 나는 통째로

그녀에 대한 기억을 밀어 버렸다. 한참을 잊고 지냈는데 다른 번호로 연락을 받았지만

한번 밀어버린 기억은 복구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나이에 비해 흰머리가 많은 머리를

어깨너머까지 기른, 눈사람 몸매의 못생긴 뚱뚱보에 지나지 않았다. 사소한 잘못을

절대로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오만이다. 누구나 잘못을 하고 산다. 오죽하면

주 기도문에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함과 같이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용서 하시고"라는 문구가 있겠는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나의

불완전을 용서하는 것이다. 양은 주전자가 어딘가에 부딪혀 조금 찌그러졌다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특징을 가진 주전자로 이해하고 나중에는

그 특징 때문에 더 정이가는 그 나중을 함께 기다리는 것이다. 

결국 입 비뚤어진 언니랑 함께 사장의 차를 타고 오는데, 계속 차가 딩동딩동

투덜거렸다. 그녀가 안전벨트를 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자신의 가방에 계속 끼우고 있었다. 우리의 웃음 소리가 한 차 가득 넘쳐

자정이 넘은 밤거리로 흘러 내렸다.  서로 용서하니 서로 다시 웃을 일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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