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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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신 뒷날에는 술을 마시면서 기분이
높이 들뜬만큼, 끝을 알수 없는 바닥으로 쳐박힌다.
잠시 롤러코스트가 레일이 끈긴 하향 곡선에 쳐박혀
오도가도 못하는 기분이다. 일요인인데 무슨 손님은
그렇게 미어터지는지, 내 몸을 마치 내가 고용하는
하인의 몸처럼 아까운 마음 없이 부려 먹었다. 탈수기의
물기처럼 내 몸을 바삐 돌리면 내 안의 깊이를 알수
없는 울증이 빠져 나갈것 같아서였다. 일을 마치고는
잠이 들었을 남편을 깨우지 않고, 낮의 봄 기운이 곤두박질쳐서
싸늘해진, 이젠 4월이 된 봄밤의 공기를 가로질러 왔다.
꽃을 보려고 보는 것이 아니다. 무심코 앞을 보면
나무 따위는 지워지고 거대한 깃털처럼 뭉쳐서
저공에 떠 있는 벚꽃들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논리를 버리고 공중부양 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하늘의 구름도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 가까이 보면
하늘까지 자란 거대한 둥치가 있고 가지가 있는
흰 꽃나무일 것 같다. 나는 향정신성 물질을 흡입한
사람처럼 몽환에 취해 둥둥 떠서 어둠을 건너오는 것 같았다.
별은 장식용 조명 기구라고 느끼기에 너무나 거대하고
오묘한 것 같다. 다가가보면 하루살이 시체밖에 없는
가로등의 안쪽처럼 아직 우리에게 발견된 별은 가시적인
실용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우주라는 초기 컴퓨터처럼
용량에 비해 너무 거대한 기계의 부품들에 대해 내가
무엇을 이해할수 있겠는가? 저 모든 것이 진공에 둥둥
떠 있는 빛나는 공이라면 저 공허한 시스템은 지구의
표면에 달라붙은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같은 우리 생명체
에게 집중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 또 일을 하러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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