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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가라 앉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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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회 작성일 19-04-03 16:50

본문

살아가는데 살아가는 것 이상의 희망을 바라지 말것이다.

뇌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자폐증에 걸려 40이 넘어도

세살인 아들, 기본적인 생존에도 주변 사람의 피땀어린

헌신과 희생을 필요로 하는 아들들이 허다하다.

제 손으로 숟가락 들고 먹고, 사람들과 기본적인 관계만

주고 받을수 있게 되는 것이 소원인 엄마들이 허다하다.

큰 아이를 가질 때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눈꺼풀만 붙이면

꾸던 꿈이 생각난다. 한 다라이의 대추를 빗자루로 쓸어 담고

대추 때문에 가지가 휘어진 대추 나무가 ​반지하방 거실에

안방에 심겨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대추가, 그

실하고, 주렁주렁 열린 새빨간 대추가 내 근심이며 걱정

이였던가 싶기까지 하다. 큰 아이가 군대 제대를 하고

오년 동안 직장을 다닌 개월수가 채 오개월이 되지 않는데

녀석이 직장을 다녔으면 벌었을 액수만큼 성큼성큼

사고를 쳐서 뭉텅뭉텅 내게서 돈이 건너갔다. 돈도 돈이지만

녀석불어가는 뱃살과 허벅지 엉덩이 살이 모두 디룩디룩

나를 질식시키며 내 마음에 무게를 더해 온다. 한번 사고를 칠 때마다

잠시 나는 까무러치듯, 살아야할 희망을 잃는다.

돈 백만원 이백만원, 있는 사람에겐 돈도 아니지만

거의 달달이 그것이 전재산이 되는 내겐 모든 것을 다

주는 일이다. 그렇게해서 녀석에게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봐야겠다는 꿈과 희망이 회복이 되면 아까울 것도

없을텐데, 점점 더 나는 돈이 아까워진다. 그래도 나는

나와 녀석의 삶을 분리 시키는 선을 긋은 일이 꼭 녀석의

동맥이라도 끊는 일 같아, 다음날 되면 다시 전화를 하고

사과도 하고, 다시 믿음 같은 것을 보여주게 된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내가 그를 사랑하므로해서 점점 황폐해져 가면

그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내가 그를 사랑하므로 해서 무엇인가를 아무리 주어도

내가 풍요로워지고 윤택해진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황폐 해지지 말자는 결심을 한다.

내가 녀석에게 피땀 흘려서 번 돈을 주어도 나는 살 수 있지만

피땀 흘려서 번 돈을 줄 녀석이 세상에 없거나 더 잘못되면

나는 살 수 없지 않은가? 샘물이 넘쳐서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넘쳐서 흘러도 흘러도 다시 흘러내리는 원천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내가 사랑보다, 영혼보다 물질을 더 귀히 여기고 아까워 한다면

나는 물질로 그 원천을 메꾸어버리는 것이다.

사랑을 하고 하고 또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비옥해져야 한다.

녀석은 아직도 탯줄에 메달려 내 자궁속에 있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동물보다 임신 기간이 길다. 내 아들이 이렇게 긴

임신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을 비관하지 말자. 사람이 되는데

더 시간이 많이 걸리나보다 믿자. 울고 화를 내고, 당장 집에서

나가라고 몰아 붙이는 일도, 말을 뛰게 만들고, 말에게 방향을

다잡아 주는 일이라고 믿자. 희망?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무엇으로 인해서도 생을 행복이며 행운이라고 느끼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일이다. 다만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드는, 우주라는

저 끝없는 기적에 감사하며, 찰라라면 찰라인데로,

영원인 될수도 있다면 또 그런대로 찬탄하며, 우주가 가진 모든

빛을 흠뻑 받아 빛날 일이다. 달에 누가 있어 바다를 밀고 당기는가?

태양에 누가 살아 불타며 빛을 내뿜는가? 우리가 알고 있고 관측할

수 있는 별에 달에 누가 살아, 어느 한 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제각각의 운행을 멈추지 않는가? 가로등은 하루 살이를 모여들게

하려고 설치한 것이 아니라, 바로 어둠속을 걷는 우리를 비추기 위해

있고, 시계탑에 맞물려 도는 톱니바퀴는 톱니바퀴로 우리의 시간을

빻아내는 것 말고는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다. 그 별들에 생명체가

없는 것은, 그 별들이 생명체가 있는 별의, 생명체를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아침 햇살을 뿌려주기 위해, 우리에게 저녁의

순수 무구한 어둠을 내려 주기 위해, 우리에게 흐르는 물과 바람과

꽃과 밥과 꿀과 젖을 주기 위해, 저 우주의 은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아들이 어미인 내게 좀 더 오래 의지하는 일이, 내 한 생을 위해

마련된 모든 창생과 방생의 시스템을 부정하고 시큰둥하게 여길만큼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아닌 것이다. 이러면 이런대로, 그러면 그런대로

생은 완전하고 무결한 것이다. 어쩌면 이 작은 모순과 힘겨움 조차도

생의 완전성과 무결함의 한가지 특색인지도 모른다. 생선의 가시는

생선이 살아 있을 때는 뼈이고 척추지만, 생선이 죽으면 생선의 흠이

되듯이, 내가 살아 있는 생선을 껴안는 바다가 아니라 죽은 생선으로

배를 채우는 아귀가 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바다야! 평생 네 밑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사는 넙치도 있고,

대양을 누비는 고래도 있고,  바다를 피바다로 만드는 상어도 있고

슈베르트의 가슴 위로 튀어 오르는 송어도 있는 것이다.

오징어도 있고, 집을 뒤집어 쓰고 사는 자폐 걸린 고동도 지천이고

집게가 두 팔인 꽃게도 있고,  누가 내 안에 살아도 따둑이고 덮고

먹이고 술렁이는 물결로 쓰다듬고 파도로 밀어 해안가 햇빛

위로 내놓고 자랑하듯, 반짝여서 바다다. 얼마나 속이 썩고 또 썩어

속이 썩을때마다 집어먹은 소금에 염장된 가슴이 바다다.

밤마다 달에 끌려가는 파도를 철썩철썩 주저 앉히며

무너지는 힘으로 다시 일어서던 바다다. 바다 밑바닥 지각판이

어긋지는 날에 쓰나미를 일으키고, 온통 밑바닥을 뒤집어버려도

다시 잔잔함을 모아 햇살아래 펼치는, 내 안의 깊고 깊은

사망의 골짜기들을 범람해버린 생명의 물결이 바다다.

아들아!  그냥 그대로도 너를 사랑하지만

네 스스로가 사랑할수 있는 네가 되기를,

엄마는 피눈물을 떨구어 돌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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