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10月 14日 > 편지·일기

鵲巢日記 15年 10月 14日

   맑았다.

   오전 본부에서 일했다. 지난밤 오 선생께서 두 장의 종이에다가 날짜와 시간을 빼곡히 적어왔다. 어떻게 하면 형평성에 맞을까 더 효율적인 경영으로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오늘은 배송 갈 곳도 몇 군데뿐이었다. 함께 일한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한 달 일한 성과를 보냈다.

   오후, 케냐 볶았다. 커피 볶을 때쯤 오 선생은 오늘도 중학생쯤 보이는 아이들 위해 커피 교육했다. 커피 다 볶고 청도로 길 나설 때였다. 동원이가 왔다. 동원이는 근래 내부공사 때문에 아주 바쁘게 보낸다. 오늘은 장 사장으로부터 받은 견적이 상대적으로 높아 나에게 의견을 여쭙고 더 나은 길은 없는지 의논하고자 왔다. 동원이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배우는 과정이다. 돈을 벌면서 배우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음은 돈과는 아무 관계없이 자연에 따라 배우는 길이 있고 어떤 일은 돈을 지급하며 배우는 길이 있다. 늘 처음은 무심코 지나가 버린다. 또 어떤 일이든 이 일은 다시 올까 하는 마음으로 대한다. 사는 것은 모르는 일이다. 영 안 올 수 도 있지만, 또 어떤 것은 더 나은 기회와 더 좋은 조건으로 나에게 펼쳐지기도 한다. 우리는 숙달된 능력으로 어떤 일이든 주어진 것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을 건축과 나왔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각 전문가와 함께 목표한 바를 어떻게 멋지게 이루느냐는 것이 문제다. 이 과정은 심히 어렵고 많은 중압감으로 밀려오기까지 한다. 모든 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현 조건이 결정된다. 내가 바라는 것과 이에 그들이 제공해 줄 수는 능력과 자잿값이 맞아 떨어지면 조건은 결정된다. 실은 공사 단계마다 공정은 별 어려운 것도 없다. 돈도 그리 크게 들어가는 것도 없어 보인다. 한 공정만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은 여러 단계가 있고 이 여러 단계가 합쳐서 종합적인 내부공간미를 자아낸다. 철거작업, 설비작업, 미장, 철 작업, 칠과 목수, 바닥과 방수 등 여러 공정이 있다. 그러니까 내부설계를 어떻게 배분하고 짜임새 있게 인원을 배치하며 시기적절하게 공정을 이루느냐에 따라 내부공사비는 많이 나올 수도 있으며 적게 나올 수도 있다. 능력이 있는 디자이너는 이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 나는 동원이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잘 해 나갈 거라 믿는다.

   병원 거쳐 청도에 다녀왔다. 오늘은 청도 장날인가 보다. 청도 읍내 길가로 농부들은 집집이 농사지은 과일을 펼쳐놓았다. 커피를 점장께 전달하고 길가에 펼친 사과를 보았다. 나는 아주 탐스럽게 익은 사과 한 소쿠리 샀다. 사과가 얼추 싸다. 추석 전이면 참 비쌀 텐데 크고 멋지고 아주 탐스러운 사과였다. 나는 굵은 것 하나를 들고 코끝에 닿아 향 맡아본다. 음! 시큼한 것 같기도 하면서 사과 특유의 향이 밀려온다. 그중 하나를 들고 바지에다가 썩썩 닦았다. 한 입 덥석 문다. 아! 홍옥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과다. 아주 시큼하면서도 단맛이 입안 착 돈다.

   아주 어릴 때였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갓 들어갈 때였다. 옆집은 과수원집이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초가집이었다. 과수원집에는 나와 동갑인 여자애가 있었다. 이름은 동숙이다. 가는 매무새가 깔끔하고 얼굴은 늘 밝았다. 나는 험한 바지와 잘 씻지 않아 꾀죄죄했다. 늘 그 집 앞을 지나야 어디론 갈 수 있었는데 좀 부끄러웠다. 하지만 오늘같이 가을이면 사과는 옆집이라서 많이 얻은 먹은 기억이 있다. 오늘은 이 사과를 사서 먹는다.

   오후 다섯 시, 사동

   직원 모두 함께 자리에 앉아 그간 한 달 노고에 감사함을 말했다. 지금 카페가 무분별하게 시장 진입한 가운데 너무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음이다. 대표로서 안정적으로 이 사업체를 이끌 것을 약속하며 다른 어떤 카페보다 일한 노고에 더 나은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모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