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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올때 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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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76회 작성일 19-05-09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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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아 집안에 있는 모든 소주병을 다 뒤져서 반병 정도의 소주를 찾아 내었다. 

난 점점 콘크리트 속에 봉인 되어가는 나를 느낀다. 소위 사람이 되었다는 선고 같은,

혹은 진단 같은 것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내 스스로는 내가 점점 사람의 꼴을 갖춰가는

마네킹 같다. 속이 텅 비어가며 완성 되어가는 미히라 같다. 처음부터 생명력 같은 것을

없애면 되었던 것일까? 이렇게 삭막하게 죽어 있었으면 벌써 사람이 되었던 것일까?


글을 쓸수가 없다. 우울하다. 아니 우울한지 어떤지 조차도 자각할 수 없이 무감각하다.'

개를 키웠으면 좋겠다. 사랑을 쏟고 싶다. 그럴 사랑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지만, 쏟을데가

있으면 사랑이 샘솟을 것 같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야 사람이 되는 것이다. 외로운가?

모르겠다. 마음에 굳은 살이 박혀서 외로움을 감각할수가 없다. 친구가 없어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누구랑 웃고 떠들며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개랑 그러고 싶다. 개는 내가 웃지도 떠들지도 않아도 내 존재에 빠져들고,

내 존재에 몰입해줄 것 같다.사랑하기 위해서도 받기 위해서도 아무 노력도 하기 싫다.

그저 햇볕 좋은 날, 마루에 가만히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고양이를 보고 싶다. 털 붙이

짐승들이 좋다 헐렁한 고무줄 바지를 입고, 브레지어를 풀고,  펑퍼짐한 티를 입고

바람이 많이 빠져 나간 풍선처럼 느슨하게 쪼그라들고 싶다. 건강 진단을 받으러 갔더니

내가 우울증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받지 않았다. 더 이상 무엇을 의욕하게 되는

것이 싫고, 더 정신이 건강하거나 밝아지거나 쓸데없는 활기로 넘치기가 싫다. 나는

닥치는데로 나이거나, 가능하다면 나도 아니고 싶다 나라는 조합을 해체하고

나라는 그물에서 빠져 나가는 나를 세상 바닥에 쏟아버리고 싶다. 여윈, 등뼈 휜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나를 비쩍 말려서 어디라도 쓸데 있음 쓰라고 내 놓고 싶다.

불교란 참 믿을만한 종교다.

믿을수없는 것을 믿는 것을 신이 내린 축복이나 능력이라고 억지쓰는 다른 종교보다'그냥

믿지 말라고, 아무것도 믿지 말라고 말하는 종교에 믿음이 쏠린다. 힌두교의 윤회와

불교의 윤회는 다른다. 힌두교의 윤회는 나라는 자아의 끝 없는 여행이고, 불교의 윤회는

나의 해체와 또 다른 인연의 조합인 나의 끝 없는 재조합이다. 그러니까 다시 태어나도 내가

아니라 다시 태어나면 그는 남이다. 내가 죽어 영혼 같은게 있어 따로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나 마음이라고 믿는 것이 육체의 부속물이다. 뇌가 망가지면 마음도 영혼도 없다.

마음이 좀 망가진다고 해서 모두 뇌가 이상해지지는 않는다. 내가 죽으면 나를 이루던 것들은

성분이 되어 어디론가 뿌려지고 흡수된다. 그런 일들의 끊임없는 되풀이가 윤회다. '

나는 유물론을 믿는다. 물질과 영혼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코드를 뽑으면 다 정지된다.

자야겠다,  잠이 올때 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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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오늘은 시간이 좀 나서 둘러보다 반가운 분을
보게되어서 아주 기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겪어오듯이 저도
심각한 우울에 지쳤을 때가 있었지요
그때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내가 왜 이럴까 고뇌하고 사색하고 아퍼하고
그런 것들이 있는한 희망은 있습니다
진짜 위험한 건 꼼짝 못하는 무기력과 어떠한 경우에도
반응이 없는 실종된 자의식에 갇히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에게 기댄다는 것 그 틈새로 오고가는 것들
분명 설레임도 있지만 고단할 때가 더 많아
저는 술이 체질에도 안받고ㅎㅎ 도움이 별로 안되는 것 같아
끝에는 늘 강아지를 선택해 풀어갑니다
서로 자신만의 언어로 예기를 하며 교감을 나누다 보면
다른 세상에 와있는 평안함을 느끼곤 하지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냥이든 강쥐든 주어진 틀안에서 아낌없이 마음을 줄 수
다른 존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너무 애착을 가지니 언젠간 다가올 이별이 두렵고
슬픔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반가움에 글을 쓰다보니 예기가 길어졌네요
그 우울을 글로 플어내실 능력이 있으니
우울할 땐 우울을 깊이 즐기십시오
조금씩 빠져 나온다고 느끼실 때가 분명 오리라 믿습니다
꼭 그래야 하구요
건강해야 맛있는 사색도 가능하니
바쁘신 중에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 늘 응원합니다^^

플루토님의 댓글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리배님! 댓글을 몇 번 달았는데 자꾸 지워지네요.
일단 좀 자고 편지 드릴께요.
답을 하지 않았던게 아니라
컴이 술 취했나봐요. 고마워요.

베르사유의장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발 부탁인데요...
어떤 이유로든 창.방 남의 글에 와서 기분 나쁘게 좀 하지마요 ..

.

.....

나도 이러니까 기분좋아요 ...
그러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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