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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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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64회 작성일 19-05-11 13:36

본문

답이 늦어 죄송합니다.

늘 자정이 되어야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잠을 청하느라

술을 한 잔 마시고 글 앞에 앉아 그런지

댓글을 몇 번 입력 시켜도 입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작은 아이가,

어버이날 돈이 없어서 못했던 효도를

월급 타서 한다고 뭐든 엄마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제가 일하는 오전반 족발집에서 족발을 시켜 먹자고 했습니다.

대낮부터 무슨 족발이 먹고 싶겠습니까?

여러 곳에 경쟁 업체가 생기고, 또 자본이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 그물을 펼치듯 과잉 서비스를 해대는 통에

불금이라는 어제도 몇 개 팔지 못한 사장에게 손톱만큼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족발을 시켰습니다.

돈이 없어서 어버이 날을 뒤로 미룬 녀석이 월급 탔다고

창원에 있는 외할머니에게 이십만원을 부치고, 쌍둥이

외사촌에게도 십만원을 부치고, 저에게도 그랬네요. 

제발 좀 착하지 말라고 나무랄수도 없고, 

취업이 되지 않아 걱정인 큰 아들과는 달리

작은 녀석은 착한 것이 또 걱정 입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술을 마실 이유가 됩니다.

내 아들이 뼈빠지게 벌어서 엄마에게 이렇게 맛있는것 사주는데

술 한 잔 해야지! 항상 술을 마실 일용할 이유들이 생겨 생에 취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치매라는 것이, 이 씁쓸한 생에 취해 피우는 주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필름이 끊기듯 말이지요. 

술 한모금 하실 줄 모르던 저의 아버지는 이 독한 생에 취해 필름이

끊겨 한참이나 주사를 하다 돌아가셨답니다. 


우울증, 공황장애, 저는 이런 병을 앓을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 항상

믿고 살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숨을 한 모금 들이쉬려면 몇 번이나

술을 베어마시듯 끊어 마셔야 겨우 쉬는데 과호흡증이니, 무슨 장애니,

마치 마음이 육체에게 무슨 권한이라도, 가진 것처럼 말하는 병들을

저 자신에게 갖다 붙여 본 적이 없답니다. 만약 제 마음이 저의 육체로

하여금 제 육체가 이 삶을 견디는데 걸림돌이 되는 증상을 나타낸다면

저는 저의 마음을 저의 육체로부터 쫓아 내버릴 것입니다. 투 잡, 쓰리 잡이

모자란다면, 알바를 하나 더 구해서 마음 따윈 괜히 제 삶의 언저리를

얼쩡거리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고도 저로부터 제 마음을 쫓아내지

못한다면 술에 취해서 몰아 낼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내게

주어지는 이 삶을 온전히 감사하며 받아들일수 없다면 마음 따위는

꺼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경멸하는 글들은 순수하고

해맑은체 하며 아무 고민도 없는 제 마음들을 받아주고 떠받드는

핑크색 하트 같은 프린트 물 입니다. 읽어도 읽어도 똑 같은 내용의

쓰레기들 말입니다. 뽕을 맞거나 환각 상태가 아니라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이 그렇게 어느 한 표정으로 치우쳐 있을수 있다는건지

물론 저에겐 거짓으로 느껴지는 현상이 진실인 사람들도 있을수

있겠지만, 어릴적에 부르던 동요를 계속 부르는 것은 술맛 떨어지는

일 같습니다. 


그냥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정수기의 필터 같은 것입니다.

종이에 저를 걸르내는 일 같습니다.

걸러 냈다는게 이거냐 해도 어쩔수 없지만

식수로는 못 쓰도 세수를 하거나 발을 씻고 빨래를 씻는데는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제 종이가 두꺼워지면

식수도 방울 방울 걸러져 내리겠지만

두껑만 따면 입을 대고 마시는 시판용 생수보다는

산이야 들판이야 구름이야 하늘이야 바다야 다 지나온

물을 종이 필터에 걸러 마시는 일이 저에겐 더 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리베님의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외로워서 글을 씁니다.

가끔 제 글에 마음을 포개주는 분이 있으면

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지금은 아직 덜 걸러져서 할말이 너무 많습니다.

무슨 말을 하여야 할지 알수도 없습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일단 한 숨 자려고 합니다.



















추천0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플루토님의 글을 즐겨 읽는 이유는
막 잡은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간도 안하고 포장하지 않은 상태로
치열하게 속살을 드러내놓는 고뇌가 있기 때문입니다
삶이란 어찌보면 어떤 자극을 이겨내지 않으면 살아낼 수 없는
망망한 바다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두드림이 고통이든 설레임이든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든
풍요에서 오는 것이든 정면에서 들여다 보고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때론 절망도 하고 깊은 수렁에서
하우적거리는 과정을 분명 지나게 됩니다
육체가 삶을 견디는데 마음이 걸림돌이 된다면 버리고 싶다는 말
충분히 어떤 의미인지 압니다
돈이 쓸떼없이 넘쳐나는 사람들은 육신은 윤기가 돌고 편해도
정신이 병들기 쉽상입니다 주위에서 보기도 하였구요
그렇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육체노동으로 어떤 목적을 위해
소비하는 사람들은 딴생각 할 시간도 여유도 없기 때문에
정신이 반들반들합니다
저도 후자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더 플루토님의 치열한 삶을 응원해 주고 싶은 것이겠지요

핑크색 하트같은 프린트물 싫어하신다는 건 일찌감치 압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경멸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외양이 다 다르듯이 살아온 환경이나 성격도 다 다른 것을요
또 천성이 정말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수선화 같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께 배울 점도 있고요
물론 옥석을 잘 가려서 취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겠지요
저는 저랑 코드가 안맞다고 생각되면 그냥 지나쳐 갑니다
그게 플루토님과 다른 점이겠네요 저보다 훨씬 씩씩하고 똑 부러지시니

제가 아마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보다도 더 살았을 것 같은데
꽃이 언제 피는지 봄이 언제 가는지도 모르는 시간이 지나면
언덕도 좀 낮아지고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꼭 옵니다
큰 아드님은 걱정이 되시겠지만
제 경우만 보더라도 남자아이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스스로 일어서게 기다려 주는게 약일 것 같습니다
A길이 안보이면 B길이 보이다 그길이 막히면 또 C길
시간을 잘 참아내다 보면 꼭 설 수 있는 길은 온다는 것을 믿고
힘을 내십시오

모처럼 긴 예기 나누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힘드시면 답장은 부담느끼지 마시고 안해주셔도 됩니다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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