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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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2-05-15 21:52본문
조깅
다 자란 나무 있다 하늘 보면서
열차가 지나간다 흔드는 밤길
한때 노닐었던 새 청둥오리 떼
움푹 팬 어느 민가 개 짓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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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지없이 금호강변을 뛴다. 밤길이다. ***와 달리 여기는 사람이 없다. 거저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느 때는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어느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거저 혼자인 것 같아도 혼자가 아니다. 살얼음 낀 강변 주변으로 청둥오리 떼가 있는가 하면 앙상하게 비튼 대추나무도 있다. 한때 푸릇하게 펼친 잎사귀의 흔적도 볼 수 있다.
봄날 다시 또 뛴다. 한차례씩 지나는 고속열차가 밤길 밝히는 듯, 뇌리에 언뜻 꽂힌다. 소식을, 채식을, 스트레스 없는 날을, 될 수 있으면 사람을 멀리하고 책을, 그리고 움푹 팬 어느 민가 개 짓는 소리만,
22,05,15
턱시
까만 고양이 턱시 물만 마신다
뒤뚱뒤뚱 걷다가 살살 비빈다
오가는 사람 보며 꼬리 흔들다
배 뚱뚱이 고양이 입 꾹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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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치자면 의젓한 할아버지, 목둘레 한쪽 피부병이 도졌다. 다른 고양이 비해, 사람을 꽤 좋아한다. 길 가다 마주치면 따라 나가 본다. 살갑게 비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꽤 무서운 동물일 텐데, 거저 믿고 따른다. 경계를 벗고 보면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느슨한 여유 그리고 친목,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인 것 같아도 한적한 오후 정말 넉넉함 한 생의 끝자락
만물이 다 동화되어서 내 것이 아닌 내 것 같은 하루, 까만 고양이 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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