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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5年 12月 05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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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9회 작성일 15-12-0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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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51205

 

 

    대체로 맑았으나 오후는 때로는 흐렸다.

    토요 커피 문화 강좌를 개최했다. 새로 오신 분, 두 분 있었다. 그중 한 분이 드립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드립은 한 마디로 떨어뜨린다는 말로 추출방식은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드리퍼와 거름종이를 이용한다. 커피 분도는 좁쌀 크기로 하며 약 2분여 동안 드립전용 주전자로 떨어뜨리데 지심 밟듯 한다. 커피는 에스프레소 용도로 사용하는 배합이 아니라 산지직송 커피로 원산지에 따라 그 커피 메뉴 이름으로 정하고 배전은 대체로 강하게 볶지 않는다. 요즘 경향이다. 신맛을 강조하되 떫지 않아야 하며 단맛이 나고 뒤에 한 모금 더 마셔야겠다는 어떤 당김이 있어야 좋은 커피 맛이다.

 

   오전, 병원과 우드, 시지 모 교회, 압량에 커피 배송했다. 시지 모 교회는 내년 2월부로 이전한다고 했다. 커피 시스템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는데 새로 이전하는 곳에는 다루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 이 시스템은 어떻게 하시는지 물었더니 후임자가 들어온다고 했다. 그대로 인수인계하려나 보다.

 

   정오, 인근에 도예공예가이신 모 선생이 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으나 평은 많이 들어 이것저것 알 게 되었다. 그 선생 밑에 동문수학하는 모 선생들과 청도에 유명한 카페가 있다고 해서 길 나섰다. 나까지 합하면 넷이다.

   청도에 연지안이라는 연못이 있다. 여기서 약 삼십 분 거리다. 이 연못 주위에 드립으로 유명한 카페가 하나 있고 각종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 미술관이 있다. 커피집은 연못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위치라 전망은 꽤 좋다. 집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아침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과 연못은 연꽃 가득해 여름에는 볼 수 있으니 장관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물은 이 집 사장님께서 지으셨다고 했다. 1층은 카페며 약 삼십 평쯤 돼 보였다. 2층은 주택으로 사용하나보다. 가게 앞은 잔디밭으로 이룬 마당이 넓고 한적해서 좋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가게 30평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겠다. 유명하다고 해서 모 도예 선생과 함께 길 나섰지만, 오늘 가게에서 마신 커피는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여기 이 사장은 드립을 자리까지 오셔 추출하였는데 커피 내력도 설명하면서 맛에 기준을 꼼꼼히 이야기했다. 머리는 희끗희끗하나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으며 올해로 약 10년은 족히 한 장인이었다. 주문은 예가체프로 하였으나 그 양이 적어 시다모로 대신했으며 추가로 내려주신 커피는 과테말라였다. 로스터기는 일본 후지 로얄 제품으로 용량 3K. 모양이 작고 아담해서 볼 때마다 앙증맞은데다가 그나마 뽐 때라면 한 끗발 하는데 나름으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겠다. 커피는 신맛이 꽤 들었으며 식을 때마다 한 모금씩 당길 때 구미가 당기는 것이 영 나쁘지 않았다. 사장의 말솜씨는 들을 만한데 혀가 매우 부드러워 구슬이 마치 데구루루 구르는 듯 자유자재로 돌렸다. 나는 흉내 내 보라해도 못하겠다. 전에 경주 슈만과 클라라에 갔을 때도 이와 같은 언변 능력을 갖춘 매니저를 본 적 있는데 어릴 때 구슬치기를 나도 모르게 떠올리곤 했다. 이 집 주인장도 그와 같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여 바로 앞이 청담 갤러리라 구경하자는 여러 선생의 말씀에 따라 동행했다. 건축물은 노출 콘크리트라 아주 정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나에게 뭔가 욕망이 일었다. 나는 언젠가 창이 훤하고 반듯한 노출 콘크리트로 집을 짓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곳은 건축미를 갖추고자 노력한 모습이 역력히 보이는 건물이다. 창틀을 보아도 계단을 보아도 특히 벽은 각을 잘 맞췄는데 그 반듯함이 하나의 미였다. 1층은 모 선생의 도예작품으로 전시했으며 2층은 생활자기뿐만 아니라 유명한 선생의 작품 몇몇도 볼 수 있다. 작품은 작게는 몇만 원에서 몇천만 원 하는 것도 있다. 놀라웠다. 달항아리 하나가 작게는 오백만 원인데다가 좀 이름 있는 선생의 작품은 사오천만 원은 족히 나간다. 이들 작품만도 몇 점 있으니 여기 전시한 금액만 보아도 그 규모를 알 수 있다. 다른 별관은 미술작품을 전시했으며 그 2층은 카페다. 카페는 한 벽면이 전체 유리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연못을 어떤 거침이 없이 바라볼 수 있는데 마치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느낌을 가진다. 창틀이 많은 창이 아니라 그냥 한 장의 유리로 한 벽면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나름으로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충족했음이다. 카페 나올 때 모 선생은 나에게 부탁한다. ‘저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지만 내면은 남성적으로 아주 강합니다. 호 하나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도자기는 계속하실 건가요? ‘이름을 짓거나 호를 짓는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학식이라 거절했지만 돌아서서 본부에 오는데 적당한 호가 생각나 지어서 문자 전송했다. 그분은 내 책을 읽고 시집도 읽었음인데 더구나 요즘은 한자를 자주 보는 것도 조금이나마 영향은 있었던 것 같다. 이름이든 호든 부르기 쉽고 나름으로 뜻을 지녀 생각하면 되는 일이라 누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부탁이니 지었다. 다음과 같다.

 

   김 모모 씨께

 

   자예耔睿

 

   1.

   아는 북돋우다의 뜻으로 한자는 밭을 가는 사람으로 그 형태를 지녔습니다. 그러니까 내면의 남성적인 면과 앞으로 삶을 가꾸는 어떤 미를 갖췄습니다. 삶도 하나의 밭이기에 그 밭을 경작하는 마음, 내면의 남성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아들 자()가 들어간 음을 빌렸습니다.

 

   에는 슬기롭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성인의 언행이나 깊고 밝음이나 혹은 사리에 밝음이나 너그러움을 뜻할 때 많이 사용하는 한자입니다.

 

   자예耔睿도자기에 뜻을 두는 김 선생의 마음을 담아 자기의 예술로 승화하는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한 호입니다. 또 자예는 꽃의 암술에 해당하는 기관의 명칭이기도 하나 그러므로 여성의 호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다 봅니다. 꽃 중에서도 중심에 드는 암술의 그 뉘앙스도 야릇하게 다가오는 멋이죠.

 

   2.

   여태껏 자예로 호를 쓴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고려 말기 때 도응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호가 자예였는데 한자로 표기하자면 子藝, 그 뜻이 완전 다릅니다. 그러니까 여성의 호로 사용하기에 자예耔睿는 크게 나쁘지 않으니 추천해 드립니다.

 

 

   오후, 3시쯤 조금 지나서 본부에 들어왔다. 사동 주문 건과 단물고기에 들어갈 그림을 챙겼다. 본점에 택배 온 것도 확인했다. 서울에 주문 넣었던 기계 부품과 동원 군 가게에 들어갈 와플 기계가 입고됐다.

   청도 모 점 점장께서 문자를 주셨다. “본부장님 커피가 떫은 맛 나는 것은 왜 그런가요?” 숙성이 덜 돼서 그렇습니다. “에스프레소가 그런데” , 볶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래요. 뚜껑을 좀 열어놓으세요. 가스가 좀 빠져나가면 괜찮아요.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참 문자를 하지 않았다. 다시 문자가 왔다. “떫다고~”

   그리고 시간 괜찮을 때 기계 샤워망 가리시고 한번 뽑아보세요, 맛이 또 다를 겁니다. 더는 문자가 어려워 전화했다. 커피 20년 한결같이 볶았지만, 손님의 말씀은 커피집 운영하는 점장께는 치명적으로 와 닿는다. 그만큼 경기에 예민하고 영업에 민감하게 됐다. 전에 모 집은 낮에 아르바이트 일할 때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 사서 가져갔다. 약 십분 정도 흘렀을까 고스란히 반품했다. 그날 저녁 점장은 이 커피 맛 좀 보라며 한 잔을 주셨는데 맛을 보니 우리 커피다. 그래서 나는 뭐가 이상 있나요? 하며 도로 물었다. 손님께서 반품한 커피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본부장님께 물어본다는 거였다. 커피집은 내가 사는 동네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전국 어느 골목에도 커피집은 많아 이와 같은 일이 생긴다. 손님은 내가 가진 것이 없는 어떤 정신적 콤플렉스와 같은 작용도 있다. 커피집이 꿈인 사람이 많아 이와 같은 일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내 마음가짐이겠지만 말이다. 누가 뭐래도 내 마음 올곧게 하며 그저 바보처럼 오시는 손님 가시는 손님 인사만 잘해도 80점 받는 시대다. 그저 손님이 많이 아니까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커피에 대한 믿음과 공부다. 내가 믿지 못하는데 어떤 설명을 하고 자부심으로 영업할 수 있을까! 커피는 늘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이 갈대 같아서 그렇지.

 

   저녁, 조감도에서 책 읽었다. 김 씨가 내려 따라준 커피 한 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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