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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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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콜키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회 작성일 22-08-29 08:41

본문

다이소에서 파벽돌 벽지를 사고, 

또 한 권의 종이 테이블 매트도 샀다. 

얼마 전에 벽에 붙인 테이블 매트가

팬의 온기에 벌렁이는 부추전처럼 숨을 쉬었지만

다시 풀을 붙이지 않았다.

왜 벽지들은 꼭 벽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건지,

내 방이 가슴처럼 벌렁이는 것이 나는 좋다

작년 가을에 붙였던 테이블 냅킨 그림들은

새로운 도시 아래 파 묻힌 고대의 도시처럼

예쁜 잔꽃무늬로 가득한 테이블 매트에 깔렸다

모네도, 클림트도, 고호도, 르노와르도,

독일 냅킨의 그 고급스럽고 은은한 풀꽃들도, 모두


엊그제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고

친구 둘이 다녀갔다.

꽃을 좋아하는 내가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다이소에서 한 다발씩 사온 조화들로 가득찬,

나만의 무늬들로 도배한, 얼마 하지도 않는

방충망을 갈아 끼우지 않고, 남편이 박스로 붙여 놓은

마루가 챙피해서 좀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친구들은 어둠이 우리집을 초라를

다 지우고서야 도착했고, 나는 눈을 귀로 쏠리게 하기

위해 브루투스를 마당에 꽂아 은근하고 말랑말랑하고

고급진 째즈 음악을 켜두었다. 착한 남편은 내가

찜질방 식당에서 원가로 사온 삼겹살을 숯불에 구웠고

어디선가 얻어 둔 둥근 대포상에 둘러 앉은 친구들은

가난이 인테리어 한 풍경들을 즐기는 듯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몰두하던 친구들이 깜짝 놀라서

돌아보게, 감나무는 땡감들을 양철 지붕 위에 퉁퉁 던지며

장난을 쳤고, 밤하늘의 별들은 키득거리듯이 반짝였다.


왜 나는 아직까지 사회적인 동물인 것일까?
남들이 어떻게 볼까는 아직도 나의 가장 큰 염려다

반사회적인 동물일것 까지는 없지만

사회의 성분으로서만 나를 살지는 말아야겠다.

아무리 누추하고 초라해도 이곳은 내가 칠하고

바르고, 나를 담은 공간이다. 나는 일하는 식당에서 일곱시만 넘어도

이곳에 돌아오고 싶어서 미친듯이 그릇을 씻고, 바닥을 닦고

오로지 집에 올거라고 속도를 내는 것이다.


파벽돌 벽지와 벽에 붙일 종이 테이블 매트를 사면서

빨간 향초도 하나 샀다. 내가 내 방에 만든 분수대에 작은 향초들을

띄워놓고 함께 켜놓을 생각이다.


나는 항상 내 방을 완성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완성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취미라 부른다.

행복은 세로토닌의 분비가 아니라

그저 담담하게 나라는 사람을 즐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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