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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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고양이가 나에게 휴가를 준다.
이틀을 쉬었다.
다 먹고 살기 위에서 하는 짓에서 한 뼘이라도 멀어질 수 있다면
어떤 노동도 휴가다.
산을 깍아 만든 밭의 오솔길들을 올랐고,
긴 자궁처럼 생긴 동네의 갓길을, 이웅! 이웅! 우리 봉달이 어디갔네? 우리 봉달이가 없네! 를
외치며 미친년처럼 돌아 다녔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이웅! 이웅! 우리 봉달이 어디갔네? 우리 봉달이가 없다는, 내가 옷방의 옷가지들 밑에 숨은 고양이를
부를 때, 주문처럼 외던 말이였고, 그 때마다 고양이는 옷들의 숲에서 빠져 나와 내게로 왔다.
그러던 고양이가 옷방보다 몇 만배는 큰 동네와 동네를 에워싸고 있는 산들을 다 돌아다니며
우리 봉달이 어디갔네를 천번 쯤 외쳐도 대답이 없었다. 하나님을 원망하면, 수천억개의 은하를 말씀으로
만드셨다는 하나님께서 숨결에 먼지를 날리듯이 고양이를 내게로 돌려 보내 줄 것 같아, 하나님이 신경 쓰시기엔 너무 하찮은 문제인가 보죠, 하며 기도를 부탁한, 하나님의 신실한 자녀를 비웃었다. 그러고는 천벌을 받아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길까봐, 하나님이 내게 남겨 주신 모든 것들에 감사할거라고 각주를 달았다. 나는 오랫동안 고양이를 기다리며 술에 취해서 마당에 앉아 고양이에게 죄송한 고백들을 늘어 놓았다. 너의 허락도 없이 너의 아기집을 철거해서 미안하다고, 사방으로 쏘다닐 너의 자유를 억압해서 미안하고, 밤낮 없이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 때문에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도 갑자기 미칠것 같아지면 어두운 밤거리로 나가 세워져 있는 차 밑이나 이삿짐 센타의 콘테이너 박스 밑과 물 마른 하수구 밑을 들여다보며 드디어 미친것처럼, 봉달아, 우리 봉달이가 없네, 우리 봉달이 어디 갔노, 봉달아를 외쳤다. 그 어두운 동네에서 그 시간에 울러퍼지는 소리는 내 목소리 뿐이였고, 개들이 메아리처럼 짖었다. 하나님은 도대체 내게 무엇을 주시려고, 열 두 시간 식당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유일한 나의 기쁨을 거두어 가시는 것인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지 않는 것은 내게 해로운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하나님을 믿는다. 아니 믿으려고 용을 쓴다. 사실은, 돌려 주세요. 하나님께서 정말로 살아 계시다면
그 아무 죄 없는 내 사랑을 돌려 주시라고 떼를 쓰고 또 쓴다. 나는 아침에 출근을 하면, 열 두 시간만 있으면 퇴근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일을 시작한다. 아홉시간, 열시간을 꾸역꾸역 보내고 나면 세 시간, 두 시간 후에 고양이를 껴안고 잠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내가 밀지 않으면 자전을 하지 않는 지구를 안간힘 쓰서 밀듯이 시간을 보낸다. 내게 그 숱한 은하들로 가득찬 어마어마한 우주를 만들어 주신 하나님께서, 아! 이건 기적이다. 고양이를 내게 돌려 보내셨다,. 이 일기를, 이 문장을 완성하고 있는데, 무엇인가 움직이는 생명체가 내게로 다가왔다. 고양이, 나의 봉달이가, 돌아왔다.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류지흔씨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이박삼일 동안, 온 동네를 들썩이며 찾았던 나의 고양이가 돌아왔다. 이 녀석을 찾지 않고 일을 가서 무슨 일이 손에 잡힐까, 아! 나의 피 같은 휴일은 이렇게 날아가버리는가? 생각했다. 아! 하나님이 만드신 그 모든 은하보다도 별들 보다도, 나의 눈을 빛나게 하는 보니, 봉달이가 돌아왔다. 봉달이를 만드신 하나님을 경배한다. 온 종일 봉달이를 찾으러 다닌 남편과 나는 고양이가 놀랄까봐 환호성을 속으로 삭이며 둘이 끌어안았다. 하나님, 하나님이 살아계신다. 나의 하찮은 기도에 귀를 기울이며, 들어주신다. 속이 상했다. 정말 상했다. 무슨 해와 달과 별을 따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목을 만지면 갸르릉거리는 저 아이를 내 곁에서 뺏아가다니, 그런 하찮은 소원도 들어줄 수 없는 하나님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 정말 정이 뚝 떨어지듯이 믿음이 뚝 떨어졌다. 오! 하나님, 하나님은 제게서 아무것도 뺏지 않으셨습니다. 저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을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셨습니다. 고양이가 제 발로 제 곁에 돌아왔습니다. 욕심 없는 사람들의 가장 가난한 소원을 들어주시는 착한 하나님! 고양이가 제게 돌아온 것은 제가 로또 복권에 당첨 된 것보다 더한 행운입니다. 오! 주여! 믿나이다, 당신을 믿나이다. 당신은 진실로 진실로 살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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