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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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방, 문을 열고 들어가 앉는다. “네가 앉은 그 의자에 있든 혹은 그 의자를 밀치며 주방에 있든 신경 쓰지 않는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돌아다니며 추위를 이기려고 줄 넘기를 하며, 입김만 하얗게 내뿜었으니까, 귀마개 하며 견과류를 씹으며 벽에 걸어둔 귀 자른 고흐의 맑은 눈동자를 보면서 오늘도 오지 않는 예감을 치며 예감을 지워 나가는 사이, 이제 손절매할 일들이 있고 아직 손절매한 일들은 있고 스위치를 켜면 따뜻하고 스위치를 끄면 냉기만 쓰리다. 이 비방이 긴장의 의상을 갖추었으리라 생각한다. 마치 정지한 화면처럼 꽁꽁 언 바닥 위에서 영영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웅크리며 있는 저 고양이, 그리 길지 아니한 혓바닥을 냉큼 코에 갖다 대고 문질러 본다. 뜨거운 난롯가에 앉아 열기에 아랫도리를 자꾸 비벼보는 저녁, 이제야 반을 비운 풍경과 아직도 반을 남겨놓은 풍경이 있다. 옮겨야 할 형체에 미덥지 않은 형태가 있다. 그러나 그는 내 모양을 모르고 있다. 견과류를 씹으며 우유를 마시며 다만 휑한 속을 채우며 있다가 목마름에 우유를 따라 마시곤 했으니까, 이 일은 안도감이 들 때까지 계속 일깨우고 있었다. 겨울보다 먼저 겨울의 분위기가 깨뜨리고 있었다. 목도리를 칭칭 감고 감각이 무뎌질 때까지 오로지 씹고 씹을 뿐 내 귀가 벽에 걸린 고흐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도 없는 이곳에서 손님을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겨울은 혹독한 추위로 휘둘리고 있을 뿐 너는 다만 저 동영상을 이제는 꺼야 할 때라고 말없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나 분간해 내지 못한 현실과 눈앞을 지우려는 상황만 자꾸 무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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