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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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위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현실과 상상의 조합 그 결과였다 모래알이 떨어지는 낯짝을 쓸어내리며 시간을 꿰매는 일은 한때 즐거움이었지만, 스미는 것만으로도 의무임을 알았을 때 아직 저 떨어지는 모래알에 기뻐해야 하는 것은 시간을 모르고 사는 것일까, 아니다 혹자는 아직도 잃지 않은 허공의 탓이라느니 그렇다 휩쓸리고 나면 남은 건 조약돌, 그 여운을 잊으려 해도 되지 않아 마냥 자리에 앉아 멍하니 다가올 장래, 밤하늘의 기운을 예감하는 일뿐임을 말이다 마치 저기 저 밀려오는 원동기의 속력과 멈칫거리는 행진에 대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일 때 밀어닥치는 속력을 잡아두듯이 미연의 죽음 앞에 기어코 노을을 띄우는 일로 색색 영혼을 데우기만 했다 언젠가 가겠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것을 다만 모래알을 더 밟고 싶은 들판은 겹쳐 오르기만 할 뿐 비밀은 없어 그렇게 천천히 죽어가는 거야 억센 갈대를 생각하며 잊어 잊으라고 저기 저 들려오는 목소리 말이다 찬바람은 여전히 칼 같이 지나가는 현실과 환청에 가까운 죽음의 조각만 쥐었다 붙였다 사라지다가 끊겼다가 내딛거나 삐거나 거칠어지거나, 거칠어지거나 끝내 제자리 찾아갈 운명 부드러운 굴절에 빠뜨리고 마는 웃음, 길은 끝내 마르고 표정은 십 년 되돌리고 만 사실을 내내 백지 오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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