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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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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3-01-0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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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鵲巢이**

 

 

    30분 늦게 일어났다. 어제 일로 곤했나 보다. 자명종을 끄고 잠시 누운 것이, 7시였다. 허겁지겁 일어나 씻고 출근했다. 시작은 늘 보험회사다. 어떤 건수도 없었지만, 기존의 계약은 관리해야 해서고 아침이면 어딘가 갈 때가 있다는 것 그것뿐이다. 보험 상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가령 이율이나, 기간, 상품의 종류와 변천 같은 것은 그 다음이다.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지만,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출근과 보장분석 몇 건 하고 곧장 영천으로 갔다. 내부공사 팀들이 벌써 와 작업 중이다.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은 설비를 어떻게 놓을 것인가, 다음은 전기 콘센트 위치 같은 것이다. 인부들에게는 내 말이 잘 먹혀들어 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들에게는 갑이 아닌 이방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제빙기 쪽 들어갈 수도 관로와 세탁기 쪽 들어갈 수도 관로의 위치를 바로잡아 주었지만, 이미 설치한 선이 짧아 다만, 좀 더 아래쪽으로 밀어 넣는 것 보고는 관련 선생님께 잘못된 점을 일러두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전기 업자도 와 있었다. 이번 주까지 전기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기계설치는 다음 주에 하는 거로 하고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치매의 초기증상에 대해서 종일 지워지지 않았다. 오후, 어느 카페 주인장의 말씀이다. 친정어머니도 시어머님도 살아 계셔 애를 먹었다고 했다. 두 분 함께 모신 일도 있었다. 친정 어머님은 하도 아들 아들 타령해서 서울 오빠네 집으로 얼마 전에 이주했다고 한다. 지금은 올케가 힘들어한다며 한 번씩 소식을 주고받는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욕설이 난무한다. 오늘도 방에서 화장실까지 오줌 지린 것을 다 닦았다. 팬티 기저귀를 다섯 통 사서 가져다 놓았다. 점주 , 옆에 누가 없는데 그것을 입으시겠냐며, 그래 하지만, 가져다 두었다. 어제 건져놓은 국수는 다 드셨다. 오렌지 주스도 한 통은 다 비우셨고 그간 오래 두었던 우유는 버렸다. 어머니 , 내가 내 사는데 와 왔느냐며 자꾸 언성을 높인다. 이불속 쭈그리며 누운 모습을 보면 눈물이 울컥 일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그간 좋아하셨던 과일을 깎아 놓는다. 어머니는 벌떡 일어나시더니 언뜻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는지 거거 가서 입 우물거린다. 부엌에 제쳐둔 틀니를 가져다드리니, 깎아 놓은 사과와 단감을 하나씩 물컹물컹 씹어 잡수셨다. 방바닥을 닦고 내일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나왔다.

    치매 초기일 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어머니가 당뇨 수치가 꽤 높은데 며칠 전에 카페서 팥빙수를 드셨고 그날 저녁으로 동탯국 두 그릇이나 비웠다고 말했더니 치매가 오면 당 수치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점주는 말한다. 그런 거 같아 보였다. 맛이 찬지 뜨거운지도 모르시는 거 같았다. 그렇게 찬 것을 숟가락으로 북북 떠드셨고 그렇게 뜨거운 것을 후루룩 잡수셨다. 빙수 드실 때는 이렇게 말했다. 내 가슴 속에 주먹을 불끈 쥐며 이렇게 뜨거운 것이 들어 있나 봐 동걸아! 어여 너도 먹어라, 식당에 함께 앉아 동탯국 드실 때는 내 숟가락 몇 술 뜨지도 않았는데 벌써 국 한 그릇 다 비우셨다. 엄마 이것도 드실래요? 했더니 얼른 또 한 그릇 비웠다.

    그나저나 모든 일이 새카맣게 지워 나간다. 하는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말이다.

 

   씨앗,

    씨앗은 우물우물거립니다 씨앗에서 돋은 가지는 몇 갈래나 되지만, 씨앗은 다만 우물거리기만 합니다 가지는 씨앗에서 뿜어 오른 말을 들으며 가슴만 저립니다 원래 악한 년이 더 오래 산다 악질 같은 것이 오래 버티고 냉정하게 끝내는 법이다 니 와 왔노, 이 등신아 눈이 돌아 뒤돌아보면 하얗게 쌓인 눈이 있고 그 가장자리에는 아직도 지우지 못한 가지가 있습니다 눈만 동그랗게 부릅떠 우거적우거적 씹을 것들 생각하며 다시 또 되뇌며 눈물만 말똥말똥 흘립니다 말똥말똥 흐른 눈물 위에 씨앗의 가지가 있고 씨앗의 가지는 없고 가지에서 맺은 씨앗을 보면 나 또한 니 와 왔노, 이 등신아 악한 놈이 오래 산다 악질은 어데 가 없고 우거적우거적 씹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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