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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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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회 작성일 23-01-21 21:41

본문

우산

=박연준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이따금 한번씩은 비를 맞아야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주름을 펼 수 있다

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에서 기다리며 보낸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

 

벽에 매달린 우산은, 많은 비들을 기억한다

머리꼭지에서부터 등줄기,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

수많은 비의 혀들,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그 많은 비들을 추억하며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얼띤感想文

    예전 조말선 시인의 시 마음감별을 읽은 적 있다. 이 시에도 우산이라는 시어가 나온다. 시에서의 우산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차적인 뜻은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접었다가 펼칠 수 있는 어떤 물건이다. 그러면 이차적인 뜻은 무엇인가? 시인이 그토록 좋아하는 우산은 역시 마음을 펼쳐놓고 접은 어떤 상태를 논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메모지에 한가득 내 마음을 적어 놓고는 이것이 진작 작품이 되려면 다시 꺼내 다듬어야 한다. 다듬지 못하고 사장되는 우산은 또 얼마나 될까? 나는 다만, 메모처럼 쓰고 버리지만 유능한 시인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려고 얼마나 많은 담금질을 하는 것인가? 그러므로 어떤 마음을 써놓고 너무 오랜 시간은 소용이 없다. 한 번씩 비를 맞아야 우산은 제 기능을 할 것이고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 그 안의 주름을 펼 수 있는 것이다. 휜 척추라는 비유 또한 참 재밌게 썼다. 꼬깃꼬깃 접어 뒷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어떤 시인도 떠올리게 해서, 역시 비는 죽죽 내렸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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