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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너른 카페를 청소해 놓고 곧장 어머니께 갔다. 어머니 모시고 경산에 들어와 한식집을 고른다. 어머니는 육류는 못 드시니 혹여 육수가 들어간 것도 용하게 잡아내시니 식사할 곳을 찾기도 여간 까다롭다. 어제 간 곳은 또 절대 안 가겠다고 하시니, 구태여 들린 집 가끔 커피 사가져 가시는 카페 밑 담은정에 모셨다. 발걸음이 더디고 신중해서 어깨를 부축하여 약간의 오르막인 집을 오른다. 자리에 앉아 있으니 주인장께서 물을 대접하며 인사를 주신다. 어머니가 고기를 드실 수 없으니 고기 들어가지 않은 게 뭐가 있을까요? 사모님 “영양 돌솥밥” 하면 되겠네. 네 그러면 그걸로 두 개 해 주세요. 식당 들어서기 전 절대 말은 하지 말고 식사가 마음에 안 내키더라도 그냥 조용히 드시고 나오자며 그렇게 말씀을 드렸지만, 어머니는 그렇지가 못하다. 식사 중에도 맛이 있니 없니 다음에는 오지 말자는 둥 거기다가 바닥에 주섬주섬 다 흘리곤 잡수셨다. 기어코 어물 파전은 다 드셨다. 돌솥밥도 다 드시고 누룽지 국물까지 다 드셨다. 그리고 계산하고 나왔다. 문을 나서자마자 또 말을 잇는다. 파전도 파전도 이리 두꺼운 건 처음 봤다. 어휴 맛도 맛도 이렇게 맛이 없노 다음에 이 집 오기나 해봐라, 로마에 가면 로마에 법도를 잘 따랐으면 하는 마음, 또 한소리 덩달아 쏘아붙이면 싸움이 날 것 같아 그래도 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니까 다음에 아예 오지도 마라며 또 한 소리다. 어쩔 수 없다. 어머니는 한평생 글은 안 해도 말은 수없이 내뱉어야 살 수 있으니 어떤 때는 말 때문에 여러 번 싸움 난 적도 한두 번 아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말이라도 많이 하시니까 여러모로 좀 나아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가 시원한 음료를 대접하고 갑자기 밀려드는 손님에 어머니 혼자 앉혀두고 한동안 설거지했다. 어느 정도 손님이 줄 때 얼른 또 어머니 모시고 촌에 모셔다 두었다. 그래도 오늘 하루 잘 보냈다. 크게 싸운 일도 없고 식사 제대로 했고 무사히 경산과 구미를 오갔으니 하루를 잘 보낸 것이다.
2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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