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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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처럼 늙는 일 개간한 바다
술 없이 지낸 일상 오른 산 능선
가만히 생각하면 생의 궁극들
벽보고 앉아 벽만 본 치자 거리
23.02.16
기었다 왼쪽으로 몸을 트는가 싶더니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갔다 머리가 아팠다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순간 정지해 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며 기어가고 있었다 많은 것을 묻히고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묻혀 놓지 않으면 가슴이 뻥 뚫은 것 같았고 어쩌면 이건 악습이었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군중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문제 될 게 없었다 뚝뚝 떨어져 나가는 비늘은 비명을 질렀고 뚝뚝 묻어간 무늬는 다채로운 색을 더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기는 거란다 얘야, 선상에서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발을 떼려고 했을 때 이미 머리는 추켜올려 보고 있었다 놓으려고 할 때마다 더욱 잡아당겼고 수십만 마리의 발로 바닥을 찍고 있는 것이 분명했으리라 매달려 있다고 보기에도 어처구니없는 현상이었다 한편으로는 체념이었고 한편으로는 희망인 데다가 한편으로는 가슴을 조였던 순간 그래서 가렴주구에 입을 닫고 있었고 기어가는 곳으로 기어가는 것 묻혀 놓은 것에 몰려오는 혼령 그것은 싫지가 않은 일이었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잘 지내시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누구의 말인지 모르겠으나
얼굴 마주 보고 웃는 그날,
고대해 봅니다.
건강하시고요,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