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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버지 하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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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회 작성일 23-05-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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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계시는 하나님, 사랑하는, 

오늘은요, 소주 한 잔 합니다.

좋은데이는 느끼하고 참이슬은 깨끗한데

오늘은 편의점에서 잡은 소주가 화이트 입니다.

화이트는 독해요. 살면서 늘 독한데가 없어서 탈인 저는

독한 것이 당겨요. 

어떻게 하면 한 시간 이상 계속 화낼수 있는건지요?
제가 얼마나 단단히 화가 났는지를 상대방에게 보여줄수 있으면

이기는 게임인데, 저는 봄눈인가 봅니다. 삼십분을 못 넘기고

주체할 수 없이 피는 꽃처럼 입가에 웃음이 맺힙니다.

얼마전 인력 공사에서 원룸 청소를 두어 시간만 하면 12만원을

주겠다고 해서 남편과 함께 갔습니다. 입주자가 화장실에 토했는지

토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안방이나 베란다를 개조한 주방이나

청소를 않해서 그렇지 꽤나 짜임새가 있어 보였습니다. 삼백에

이십칠만원이라네요. 전세를 더 걸수 있다면 달세가 줄어들까? 생각했더랬습니다.

오늘은 내 이층침대가 그 집으로 간다면 창밖으로 볼만한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새벽마다 나와서 남의 밭을 제 밭처럼 돌보는 노인은

당연히 없을 것이고, 단풍과 매화 나무 우거진 건너편 모퉁이길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하얀색 빨간색 십자가도 없겠지요. 무엇보다도 남편이 없겠지요.

어차피 없던 것들, 다 없어도 됩니다.

하나님, 정녕 주님만 계시면 다 애초에 없던 것들 입니다.

돈은 충분 합니다. 주님 십일조 드리지 않고 개 같이 벌어서 그 보다 나은

조건의 집도 구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왜 이리 갈 곳이 없는 기분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짐들은 싸두었습니다. 아니 짐이라기 보다는 옷이라고 해두죠

딱히 쌀수 있는게 없으니까요. 벙크 침대를 어떻게 해체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고

갈치 상자로 만든 화장대는 어디다 쌀수도 없고, 더우기 제가 성당의 천정 벽화를

완성하는 미켈란젤로처럼 목뼈 휘어져 가며 칠한 천정과 벽들을 보따리에 쌀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아크릴 물감으로 겨자색 옷을 민트색으로 바꿔 입힌 첼로 켜는

여인 분수대는 가져가야 할텐데 물이 넘칠 것 같네요. 남편은 짐을 쌌으니 반드시

나가야 한다고 으러렁 대는군요 아버지 하나님! 아니 이무성 아버지! 제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버지! 죽은 사람이 꿈속에 나오면 재수 없다고 제가 구박해서

요즘은 꿈속에도 나오시지 않네요. 참 자주 제 꿈속으로 와 주시더니, 죽어서도 제

걱정을 하셨나봐요. 하나님 아버지는 살아계시지만, 아버지 아버지는 살아계시지

않는데 무슨 능력으로 저를 걱정 하시나요? 어디로 가야하는지 말해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살아계시는 아버지 하나님, 가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말해 주세요

가사원 소장에게 굶어 죽어도 식당밥 이제 먹지 않겠다고, 지긋지긋하다고 말해놓고

들일 나가서 이틀 하고 일달라고 전화한 저인데, 아버지 하나님, 몇 일이나 그가 없이

견딜수 있을까요? 그늘, 그늘이 그리웠지요. 양지가 아닌 응달이 천국이라 생각하게

되었죠. 그 그늘이 이틀도 사흘도 않되어 천국이였다고 여겨질까봐 무섭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든 아버지 하나님이든 저를 버리지 마세요. 이렇게 죽어라고 살아도 않됩니까?

어떻게 할까요? 무엇을 어떻게? 저에게 원룸으로 벙커 침대를 옮길 용기를 주시든가?

당신 없인 못산다고 찌그러질 비겁을 주시든가? 아버지든, 아버지 하나님이든지,

뜻대로 하소서! 어떤 뜻으로 저를 대하시건, 아버지와 아버지 하나님을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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