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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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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회 작성일 23-05-2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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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지금까지 봤던 다이소 중 가장 큰 다이소 매장이 생겼다. 물건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고양이 마약 방석과, 마당에 심어 놓은 나팔꽃들이 잘 타고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은 지지대와 책꽂이로 대신한 마당의 신발장에 문 대신 붙이면 좋을 것 같은 천 몇 장을 사려고, 이 코너 저 코너 골똘하게 골랐는데 계좌이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다시 그자리의 진열대를 찾아서 가져다 놓는데 삼십분이 더 걸렸다. 견물을 통해 만들어진 생심은 블랙홀처럼 시간을 빨아들인다. 보암직도 하고 가질만도 한 물건들이 금지된 과일들처럼 탐스럽게 보였다. 누가 금지 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 달 

카드비나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금지하는 것이다. 다이소 바구니가 가득차도록 골랐던 물건들 중에 다시 생각해도 사고 싶은 것은 나팔꽃이 타고 올라가면 좋을 것 같은 이천원짜리 아치형 지지대와 신발장을 가릴 천과, 형체가 딱 잡히지 않는 백팩 의자에 놓으면 좋을 것 같은 고양이 마약 방석이다. 지금까지 고양이를 위해 샀던 마약 방석들은 고양이에게보다 나에게 마약의 효능을 깔고 앉게 만들어준다. 가운데가 움푹꺼진 고양이 방석들은 가운데가 뻥뚫린 아기들의 뒤통수 베개처럼 인체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받혀주어 참 편안하다. 물론 독서 의자로 정해 놓은 좌식 의자에도 하나 올려 놓았지만 책을 펼치고 앉을 시간도 제대로 없다. 도서관에서 빌리다 빌리다 도서 반환일 가져다 주는게 귀찮아서 서점에서 사버린 제럴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오른쪽 페이지 깃이 접힌데서 더 이상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내용도 쉽고 재미도 있는데 시간이 나면 졸립고

시간이 충분하다 싶지 않으면 잘 펼치게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독서를 방해하는 것은 노안이다. 안경을 끼는 일이 익숙치 않은 나는 눈에 창문 같은 것을 다는 성가신 일을 하지 않으면 활자를 읽을수가 없다. 넷플릭스는 누워서도 자면서도 짬짬히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들이 사악하고 더럽다. 욕망에 대해 고민하게 하지 않고 부추긴다. 나라는 정체불명의 인간이 원하는데로 이 세계를 바라보고 다가가고 접촉 할 것을 부추긴다. 넷플릭스에 가입 했던 것은 선 오브 갓이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였는데 넷플릭스에는 아예 종교라는 쟝르 자체가 없었다. 신기하게도 하나님의 관점에서 욕망을 바라보면 욕망이 잠잠해지고 제어도 된다. 물욕이건, 성욕이건, 식욕이건, 명예욕이건, 꾸짖으면 잠잠해지는 바다의 파도처럼 된다. 내가 누구인가를 되돌아보면 욕망이라는 에너지가 어디에 쓰여야 할지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사랑도 사랑이 아니며 소유는 더더욱 소유가 아니며 우리는 이 길을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성욕은 형이상학적이고 고귀한 포장을 원하고, 그 포장에 스스로 속는다. 뚱뚱하고 폐경을 지난 눈밑살이 축 쳐진 베아트리체는 없다. 우리들 자신도 모르게 최초의 끌림을 유발하는 것은 바이런경의 지성과 시가 아니라

바이런경의 브라우스와 모발에 찌든 페르몬이다. 이것도 저것도 부질없는 환영들이다. 열기구처럼 우리를 태우고 둥둥 띄우며 바람을 타고 다니다 내려 놓는 곳이 절망이다. 창세기와 진화론은 둘다 믿음의 문제다. 단번에 만들어졌던지, 45억년 동안 진화 해왔던지 간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어느 편에 선다해도 우리의 존재의 미세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운 좋게도 신을 향해 마음을 돌릴수 있다면 우리는 심지도 않았는데 우거지는 잡초 사이에서 특별히 의도해서 심은 마늘이나 양파나 고구마가 된다. 여름이 되면 잡초는 뽑을 것이다. 작물 또한 때가 되면 뽑겠지만, 그것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신성에 흡수가 될 것이다. 


개 같다는 욕을 듣거나, 곰팡이가 파랗게 핀 십원짜리 같은 욕을 듣거나, 아침부터 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 쳐지는 장식품 찌그러지는 소리를 듣거나 할 때 창세기와 진화론을 생각하면 훌쩍

모든 것으로부터 어딘가로 들어올려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얼굴에 붙여놓은 마스크 팩이 말라붙었다. 내 얼굴은 게이샤처럼 하얗다. 흙에 마스크 팩처럼 뒤집어 씌워놓은 비닐에 심겨진 것이 고추 모종인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노인은 자던 잠에서 걸어 나온 몽유병자차럼 뒷짐을 지고 밭을 가로지르고 있다. 미용실에서 십팔만원이나 달라고 했던 머리는 볼 때마다 십팔십팔 욕이 나온다. 1년에 한번쯤 가는 단골 미용실이라 왜 이렇게 비싸냐고 따질수가 없었다. 머리카락이 삼끈처럼 거칠다. 육체의 안녕과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노동하고 수고하는 것은 넷플릭스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넷플릭스를 보면 살아계시는 하나님이 희미해진다. 이 물질의 세계에서 물질에 압도 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같다. 적어도 넷플릭스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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