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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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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회 작성일 23-06-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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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

 

 

   죽음을 보면 인생 참 허무하다

   한 줌의 재 마음에 고이 묻었다

   뒤에 오는 걸음이 서툴지 않기

   별빛이 송곳처럼 밤하늘 켠다

   23.06.03

 

 

   사람은 가고 없는데 가게 앞, 사람만 끓는다. 문은 굳게 닫혀 건만 그리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어디 갔을까 문을 당겨도 열리지 않네.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연출 아닌 연출이었다. 오늘 아들 휘의 말이다. 죽기 전 형과 내게 통장에다가 2천만 원씩 넣었더라고요, 미수에 그친 화장실 번개탄 사건과 괴롭다며 술이 진창이 되었을 때 부름과 기획사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것, 가령 링-제본기를 다른 데 팔거나 납품처로 받은 A4 상자가 수두룩하게 많아야 할 집이 어느새 깨끗이 비워진 사실들 지금 생각하니 몇 주 상간에 죽음을 나름으로 준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주위 죽음을 알리는 신호는 여러 번 있었다. 다만 내가 알아차리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누님께서 여태 살아온 성정에 혹여 그런 일은 있을 거로 생각지도 않았기에 그렇다. 이곳 타향인 경산에 살면서 친구라면 친구였고 선배라면 선배였던 사람 하루도 건네는 시간이 없이 소통한 사람 아! 막막하다.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이라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오늘 발인이라, 다녀왔다. 형님이 있었고 친정 형제분들과 아들 그리고 조카가 있었다.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더욱 아플 것 같아서 따라나섰다. 모두가 반겨주었다. 만촌동 화장터, 나이 자꾸 먹을수록 눈은 마르기만 해서 내가 눈물이 있을까 하며 생각한 적 있었다. 화장터 입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왜 그리 눈물이 나는 건지, 왜 그리 눈물은 또 많은 건지, 봉안함에 담은 한 줌의 재를 안고 영구차에 오른다. 마지막 가는 곳은 청도 효천추모공원이었다. 대구 만촌에서 약 한 시간 거리다. 굽이굽이 오른 길, 산 정상이라 경치가 참 좋다. 아버지 묘소를 쓰고 한 해 몇 번씩 벌초를 생각하면 추모공원은 앞지른 장례문화다. 정말 앞으로는 묘를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리가 깔끔하고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오고 싶은 곳 풀밭을 밟거나 따가운 햇빛이거나 빗줄기 맞으며 고인을 대하는 일은 없으니 비용도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한 해 몇 번씩 벌초하며 관리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나저나 이제는 친구도 없고 말할 상대도 없는 경산이 되어버렸다. 삼십 년이나 함께 한 시간이 이리도 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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