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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대동여지도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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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회 작성일 23-06-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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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다이소나 신발 백화점, 명동 의류처럼 저렴하게, 그럴싸하거나, 진짜 괞찮거나, 가끔은 눈이 확 뜨이게 좋은 영화들이 가득 진열 되어있다. 흰머리 여자는 어디엔가 돈이 들어가고, 화폐가 물건이나 다른 무엇으로 바뀌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는 여자였다. 십년은 내버려둔듯한 냉장고를 청소하다 

귀퉁이가 썩은 토마토를 발견했는데, 내가 당연히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버리려고 하자 그것을 내 손에서 빼앗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유통기간을 지난 양념과 소스병들이 내가 아니었으면 냉장고 그 자리에, 그 식당이 문 닫을 때까지 서 있었을 것 같다. 그녀가 흰머리인 것은 흰머리 카락을 검은 머리카락으로 만드는데 돈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다행히도 큰 키와 젊었을 때는 꽤 미인이였을듯한 외모가 흰머리카락을 나 같은 사람의 감상으로 염색해 주는 것 같다. 패트병,고추장 병, 된장통, 일단 그녀의 영역에 들어 온 이상 그녀의 영역 밖으로 빠져 나갈수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데도 인색하고 이기적이였다. 그녀가 곰탕을 끓일 때면 나는 쟁반을 받히고 기다렸다 그녀가 곰탕을 그 위에 올려주면 홀에 내주어야 했다. 자기 손으로 뚝배기 하나 들기를 마다하는 그녀가 나에게는 한 아름이나 되는 큰 대야에 펄펄 끓는 탕들을 번쩍 들어서 다른 솥에 쏟아달라고 지시했다. 높은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가야

야채나 탕과 찬들을 내어올수 있는 저온냉장고에 파뿌리 하나도 자신이 가지러 가지 않고 나의 몸을 부렸다. 나는 내 몸 귀한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 그녀가 원하기도 전에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척척 들어다 바칠수도 있었지만, 자기 몸을 금덩어리처럼 아끼면서 남의 몸을 옛날 소처럼 부려먹으려는 그녀의 사고방식에 질렸다. 확 질렸다.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사람이 기계가 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무거우면 돈 받고 일하는 사람도 무겁다. 아무리 무거운 솥단지를 들어도

같이라는 개념이 그녀의 머릿속에는 없다. 같이 들자고 해도 혼자 들 나인데, 들고 오라고, 들고 가라고 그녀가 말하는 것들은,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혼자 들라는 주문을 해서는 않되는 것들이다. 그래도 미련한 나는 번쩍번쩍, 아니면 낑낑대며 들고 나르겠지만, 그녀가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일당 주는 사람들을 대하도록 허용하고 싶지가 않았다. 몸이 부서져서 물리치료를 하러 가면 하루에 십오륙만원의 치료비가 나온다. 하루에 십만원 받으면 밑진다. 그리고 건물도 있고 집도 있고 땅도 있는 그녀는 몸이 아프면 식당 접으면 되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는 밥 먹고 살 밑천 자체가 깡그리 사라지는 것이다. 영화여서 과장도 있고 미화도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힘 없고 빽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고 팍팍하다. 조금의 힘,

그러니까 일당 십만원 지불할 힘만 더 가져도 사람은 이성을 잃게 되는 모양이다. 그녀의 흰머리는 그녀의 자주성과 당당함의 상징이나 표현이 아니라 그녀의 수전노적인 근성과 인색함의, 일종의 노출 같은 것이였다. 어쩔수 없는 노출 말이다. 무심코 찍힌 사진속의 정황들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것이였다. 그녀가 밭에다 심고 따고 캐는 것은 목가적인 정서의 실현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서 먹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이였다. 고산자는 몇 해 전이였던가?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조치원을 지나며를 다시 찾아 읽어보게 만들었다. 언젠가 칼세이건의 책에서 창배한 점인지 얼룩인지, 우리 지구를 멀리서 찍은 사진이 생각난다.  지구 밖, 우주의 별들 사이에서 보면 미세한 파리똥 같은 곳이 지구다. 그냥 그기 있을뿐 천년을 망원경으로 계속 보아도 그기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전체를 내려다보면 이 세계는 그 자체가 주인이고 우리는 모두 잠깐 떨어졌다 흘러가는 빗방울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저 잠시 스쳐가는 객일뿐 이 세계에 대해 아무런 소유도 권리도 주장할 수 없을 것 같다. 다 같이 이 세계에 초대되어 와서 울퉁불퉁한 지형들의 틈바구니에서 머물다 가는 것이다. 그 세계의 표면에서 한 찰라 꿈틀거리다 가면서 누가 왕이고 누가 천한 사람이고 누가 귀하고 높고 낮다고 한다는 것이 웃기는 일이다. 이 지도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사람들이 꾸미고 정한 일들이다. 지도로 그려진 곳에 흩어져 사는 이들은 모두 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사람이라고 해서 사람이 아닌 생명체들보다 무엇이 더 특별하고 귀하다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도 나는 명백하게 읽어내기가 어렵다. 우리는 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누가 될 수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게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어간다. 내가 누구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가 사람들끼리의 약속이고 계약이며, 법이다. 내가 영숙이라고 부모님이 정해서 나라와 또 정한 것이다. 영숙이는 대한민국에 널리고 널렸다. 그많은 영숙이 중 서양에서 지어낸 달력으로 1968년째 되는 해에 태어난 영숙이가 나이고

1968번째 해에 태어난 영숙이 중 가난한 담뱃가게 딸로 태어난 영숙이가 나이기로 내가 아무 결정도 할 수 없을 때 나를 이 세계에 끌고 온 사람들은 정하고 지어낸 것이다. 그래서 나라고 규정지어진 나의 조합들을 여기까지 이끌고 와서 유지하고 보완하고 빼기도 하고 보태기도 하며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타가 자신을 나라고 설정한 것처럼 나는 나를 설정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이 무형의 세계도 지도로 그려보면 숱한 경계가 있고 산이 있고 강이 있고, 들이 있고 길이 있고 바다가 있을 것이다. 우물안의 개구리는 우물을 그릴수 있을까?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뛰쳐나와 우물을 쳐다보고 그리는 것은 하나의 혁명이다. 그는 얇팍한 지면에 세계를 그려넣고 싶어했던

몽상가 같지만, 그는 일개 평민이 새의 눈으로 이 세계를 한 눈에 내려다보고자 했던 역모자다.

나라 전체를 한 눈에 내려보고자 했다면 왕의 눈을 가지려고 했던 것 아닌가? 사실은 그 시대 왕들조차 구중궁궐 담벼락 안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끼며 살았는데, 그는 왕에게서 용안을 훔친 자 같다. 실제로 그가 흥선대원군이나 세도가 김씨들에게 그렇게 당당하고 제 할말 다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어쩌면 그가 권력가들에게 대동여지도를 팔아서 한 밑천 톡톡히 챙겨보려 했었는지도 알길이 없다. 실제로 우리가 드라마로 보았던 상도의 임상옥은 권력과 결탁해서 많은 이권을 챙겼던 정경유착의 대가였다는 기록도 많다. 영화나 드라마가 우리에게 바람직한 생각을 제시하기 위해 많은 뻥구라를 뒤섞는다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어쨌거나 좋게 하려는 생각은 좋은 것이라 믿는다. 휴대폰을 켜면 스카이 뷰로 손바닥 안에서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게 된 땅의 모습들,

 그가 그 시대 우리 땅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한 생애를 말아먹었던 것에 절박하게 감사하기에 나는 너무나 먼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고 보지 못한 것을 그려보려고 하는

선각자들이 시대의 도처에 있어서 우리의 시대는 길을 잃지 않고 흘러온 것 같다.어디에라도 가면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건과 조건과 상황들이 너무 크게 보여 시시각각 장님처럼 길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은 늘 마주치는 시간의 지형지물을 축소 시켜서 종이에 옮기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훈련이 내가 쓰는 시였으면 나는 좋겠다. 대동여지도는 지금 어느 정도 유효한지 모르겠지만 고산자가 대동여지도를 그렸던 그 정신은 여전히, 끝 없이 유효할 것이다. 이름모를 처자가 내린 두래박을 타고 우물을 벗어나서, 우물이라는 일렁이는 렌즈를 벗어나서 이 세계를 보려는 자들, 자신이 살아가는 발밑에 다가올 모든 시대의 길을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 마지막 자막처럼 고산자가 신분이 높은 사람이 아니였기 때문에 그 삶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들이 없어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채우기 위해 끌어들인 것 같은 드라마도 그럴싸하고 재미 있었고, 잘생긴 차승원의 외모가 갓에 분장에 가려졌지만 어눌하면서도 어딘가에 단단히 미쳐있는 천재의 모습을 잘 그려 낸 것 같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를 캐는 다큐도 좋았지만 어떤 인물에 대한 다큐들은 이미 미화될 때로 되어 거의 신성시 되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 과장과 왜곡이 많은 것 같아, 그것 또한 꼭 그런 형식의 잘 각색된 드라마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오늘은 세시에 출근이다. 좋다. 하나님은 한 우물을 양보하면 또 다른 우물을 열게 하시는 이삭의 하나님 같다. 어디나 다 좋다. 내가 어디나 다 오래 견디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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