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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에 대한 생각의 정리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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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회 작성일 23-06-22 12:33

본문

경대에 대한 나의 생각은 거의 코메디에 가까운 

더할나위 없는 나의 오지랖이며 착각이였다.

경대를 그 주방에 거두며 일할 수 있는 이모는

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물과 이런 저런 양념에

젖고 말라서 너덜거리는 레쉬피 책자를 코팅할

코팅지를 사들고 한 시간이나 일찍 출근한 나에게

사장은 내일 모레 정직으로 일할 이모가 올 것이며

그만두어야 할 사람은 찬모 역할을 하는 언니가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사장님! 어차피 가사원 사람은 정직이 구해지면

그만둬야 하는걸요. 그래도 경대는 그대로 쓰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별 사람 있나요? 성실하고 착하고

뭐든지 하려고 하찮아요?" 그런데 나의 걱정이 얼마나

주제 모르는 오지랖인지를 확인 하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경대가 출근 했고, 잘린 다는 말을 듣고 왔을거란

경대는 심각한 얼굴로 "이모 어제는 제가 정말 잘못한 것

같아요. 오늘은 잘할께요" 하는 것이였다. 그 주방에서

잘린 사람은 나 뿐이고 언니도 경대도  필요한 사람이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아니면 경대는 그 자리에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쓰라린 상처를 안고 우울해져서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엄마에게로 돌아갈거라는 상상을 하며

절대로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능력이 내게 있다고

착각을 한 것이였다. 한편으론 경대가 잘리지 않고, 어디든지

일하러 갈 곳이 지천인 내가 잘려 다행이다 하면서도 어찌나

기분이 상하는지, 갑자기 왼쪽 뒷골이 뻐근하니 당겨오는

것이였다. 게다가 약간의 구토 증상까지 느껴져서 그기에 계속

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장에게

조퇴를 하게 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책임감을 논하기에 아무래도

나의 증상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지구를 지킬 능력이 자신에게 없음을 깨달은 슈퍼맨처럼

망토로 온 몸을 감싸고 어둠속에 누워서 , 몇 시간 동안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눈물은 언제나 그렇듯이 촉촉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손끝처럼 흐른다. 눈꼬리의 주름들을 타고 귓가로 흐르는

눈물만이 이 세상에서 나를 위로하는 유일한 온기라고 느끼는 순간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많은건지, 나의 오지랖은 오늘도 눈물로 부터

내가 위안 받을수 있게 해주었다. 깨진 유리컵을 종량제 봉투에

함께 넣어 버리는 것을 지적했고, 유리컵과 무쇠 불판을 함께 

들여주는 것을 지적했고, 여러가지 비능률적이고 불합리한 작업

방식들을 상기 시켰다. 그런 것들이 개선이 되면 인건비를 아낄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지적과 권유들이 불만과 불평, 모난

성격의 일부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내 자식 일이 아니면, 남의 자식에게

잔소리를 하는 엄마는 잘 없다. 마치 내가 영끌을 해서 개업한 집처럼

여겨지는 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이놈의 감정이입은 오나가나 말썽이다.

삼형제가 동업을 한다고 했다. 식당 경험이 전무한 삼형제인 것 같았다.

그 친구들이 동생 같고 아들 같아서 이런 저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던 것이 거슬리고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상추 한 바구니

씻는데 이박삼일이 걸릴 것 같은 경대가 잘리지 않고 내가 잘려서 말이다.

번번히 묵살 당하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나의 관점과 의견들을 이제

포기 할 때도 되었을텐데, 나는 경대보다 오히려 현실 파악이 않되는 인간이다.

그기서 필요 없는 인간은 경대가 아니라 나였다. 

누군가 손을 다쳐서 피가 질질 흐르고 나면 스스로 깨우칠 일에 대해 오지랖을

떨었던 벌이다. 그 작은 식당에서 일하는 알바와 식구들이 모두 무사하다 해도

바깥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아저씨들이 다치게 될까봐 설레발을 친 것이다.

가끔 날마다 하는 칼질에도 손가락이 베일 때가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물에

손을 담궈야 하는 일을 하면서 손가락이 베인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칼날에 살짝 닿았다는 느낌이 얼핏 들어서 손가락을 보니 손끝에 묻은 물에

핏방울이 퍼져서 번지고 있는 순간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오싹해진다. 비닐과

종이들이 압착 되지 않고 부풀어 오른 것을 손바닥으로 펴고 누를 것이다.

요령이 있는 사람들은 발을 쓰겠지만 요령이 없는 사람들은 무심결에 큰 피를

보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그 피를 본 적이 있었다. 


파리에 간 에밀리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물이 있다. 나는 파리 사람들의 것이라고

그 드라마에 묘사 되는 것 같은 개인주의 혹은 내 관점에서 볼 때 개인지상주의 같은

것을 깊이 염두에 두고 배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가 글을 쓸 때도 우리라는 단어를

매우 빈번하게 쓰고 있다는 것을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느낀다. 내가 무슨 요구를 할 때

단위가 나였던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요구를 내가 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우리를

위한 요구가 아니라 나를 위한 요구로 상대방에게 여겨지곤 했다. 그래서 유관순은 죽은

것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면, 그래도 나는 우리라는 단위로 살아갈 것이다. 

나 자신 하나 보전할 능력도 딸리면서 우리 중 가장 약해보이는 자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를, 적어도 나는 여전히 사랑스럽게 느끼고 싶다.


상심할 것 없다. 내가 잘리고 경대가 잘리지 않은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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