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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설움 그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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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회 작성일 23-06-25 22:51

본문

나는 아직 더 살아도 좋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내 대장에서 용종 두 개를 캐냈는데

똥구멍으로부터 들어 온 것 같은 막대기로

내 뱃속을 휘젖는 통에, 지금까지 숨겨 온 죄가

있다면 다 불어버릴 것 같았다. 수면주사를 맞고

잠든 내가 얼마나 울며 몸부림을 쳤던지, 간호사는

일부러 나를 수면 상태에서 깨웠다고 했다. 내가

눈을 떴을때는 남편과 간호사가 나의 손과 몸을

잡고 있었고, 나는 비몽사몽간에 가위눌린 사람처럼

비명과 신음을 참으며 한 오십분 같은 오분 남짓의

시간을 견딘것 같다. 그리고 병원을 나서면서

내가 정한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아프기 말기다.

의사가 몸부림치는 나를 가까스로 눌러가며

용종을 캐낼거라고 얼마나 똥구를 이리저리 헤집었던지

나는 똥구가 따갑고 아파서 바로 앉을수도 설 수도 없었다.

뭐하나 평범하게 잘 넘어가는 일이 없는 나를 남편은

늘 불러왔던 대로 4차원이라고 불렀다. 그렇게도 아파서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병실 침대 옆에 서서 더욱더

확신에 찬 혼잣말로 "진짜 4차원은 4차원이다" 

검사 결과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진단을 내려 주려는 의사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했더니 의사가 "제가 대장 내시경을 26년 동안

이나 했는데, 아! 정말 오늘 최강의 적수를 만났네요." 하는 것이

였다. 내가 내 정신에 그런것도 아니고 수면마취 상태에서 그런

것인데, 그냥 괜찮다고 해주면 않되나 싶기도 했지만, 의사가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어 참았다. 간호사가 몇번이나 수면 상태

에서 왜 그렇게 울어요? 진짜 놀랬어요? 하는 것이였다. 빌어먹을

콩밭 매는 아낙네가 생각 났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비가 온다. 앞으로도 많이 올거라고 했다.

비를 좋아하니 그것은 걱정이 아니다.

오늘 당근에서 능소화 두 그루를 샀다.

당근 그림과는 달리 꽃은 한 송이도 없는 푸른 잎사귀 몇 장 딸랑 달린

시원챦은 녀석들이였다. 이전에도 개업집에서 버린 고무 나무가 딱 두장의

잎으로 우리 마당에 와서 지금은 셀 수도 없는 지폐처럼 잎이 무성해졌기

때문에 어떤 시들시들한 녀석도 살릴 자신은 있다. 그렇지만 당근에 올린 것과

는 너무 다른 능소화를 파는 당근 거래자에게 화가 좀 났다. 그래도 그냥 화를

내지는 않았다. 


아직은 더 살기를 진단 받았으니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로 인해 만나는 모든 이들이

기분 좋도록 하자. 

 

비가 많이 온다. 좋다.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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