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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악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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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5회 작성일 23-07-14 07:40

본문

나는 또 졌다 

어쩌면 이길 마음이 없거나 이기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자의 나이는 65살인데

큰 키와 피부를 벗겨서 손바닥에 넣고 구겨놓은 것 같은 큰 주름들 때문에

75세 정도로 보인다. 그녀는 온 종일 투덜거리고, 온 종일 흉을 보며

온 종일 트집을 잡는다. 그녀의 말투는 막 열을 받은 상전이 아랫것들을

마구 혼내는 말투다. 그런 그녀에게 고분고분하는 것은 그런 그녀가

더 그런 그녀가 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아는데도, 좀체로

왠만하면 고분고분한 나를 바꿀수가 없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러지 않는데

그녀도 나도 칼을 들고 서서 칼질을 하는데 유독 나에게만 그녀의 그녀다움을

온 종일 발휘한다. 어떨때는 말못하고 화가 난 벙어리처럼 내가 칼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질 정도다. 이러면 이런다고, 저러면 저런다고 혼을 낸다.

그녀가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나에게 하대하는 듯한 말투를 쓴다.

대체로 그러는 그녀들이 똑똑하지만 무지한 편이라는 판단을 나는 한다. 나와

같이 설겆이 파트에 있는 젊은 애기 엄마는 나를 잘 따르고 서로 친절하고 

상냥하다. 그녀들은 누구에게도 화를 잘 내지 않지만, 더우기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괜한 심통을 부리는 일이 없다. 내가 견디다 견디다 조금 힘든 내색을

하면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라는 충고를 한다. 그러려니, 그러려니, 어디까지

얼마나 그러려니 하라는 것인가? 왜 내가 그런 부당한 갑질에 대해서 그러려니를

무한리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내 인내심은 무한리필 셀프 코너처럼 바닥이 났다.

처음부터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왠만하면 서로 감정을 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을 지적할까 둘러보는 그녀와는 달리 무엇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그냥 말없이 정리를 해버리고, 그야말로 그러려니 해버리는

나의 성향이 그녀에겐 그야말로 만만하고 함부로 대해도 될 것 같은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언니! 어렸을 때 집에 하인을 많이 두셨나보네요. 말투가

상전이 아랫것들 부리는 말투네요"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한다는 것은 그곳을 떠날것이라는

예시다. 그녀는 나의 대꾸에 할말을 잊는듯 하다. 나는 말을 폭력적으로 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입을 열때마다 펀치가 튀어나오는 기계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오면

온 몸에 멍이든 것처럼 마음이 축 쳐지고 괴롭다. 아무리 마음에 철갑을 두르고 가도

그 사람과 함께 하는 피로감을 말로 표현 할 길이 없다.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멍들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나는 분명히 큰 병은 병이다. 모두 때리는 사람들뿐이라면

맞고 멍드는 사람이 이상한 것 같다. 일이 힘들어서 화를 낸다는 것은 핑계다. 화를

내면서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내가 갑이라는 입장을 즐기며, 증명하는 것이다.

밥 먹고 자고 눈만 뜨면 하는 단순노동이다. 얼마든지 마음을 다스려가며 할 수 있는 일이다.

악마는 어디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돈 벌어서 내 자신, 내 식구 단도리 하는 일 말고는

생각을 할 줄 모르는 이들이 악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이라고 스스로 믿는다.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이 내 안의 선한 것을 베풀수 있는

기회들이고 시간들인데, 그런 기회와 시간의 소소한 악들로 깨알같이 채우는 것이다.

악은 끊임없이 상대방의 기쁨과 평화를 방해하고, 결국에는 자신에게로 그것이 돌아오게

하여 모두가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에 이르게 만든다. 악은 점점 중독성이 생겨서 그녀에게

끊을 수 없는 마약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말한다. 남한테 피해 않주고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그녀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수십만명의 유태인들을 학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웃의 기쁨과 만족스러움과 소소한 보람과 웃음들을

짓밟고 학대하는 것이다. 그녀들은 수갑을 차지 않을 뿐이고, 환갑이나 칠순이 되면 가족들의

축하와 선물과 돈봉투를 받게 되지만, 만약 내가 사람의 삶을 심판하는 신이라면 그녀들이

행한 근원적인 악을 히틀러와 스탈린과 연쇄살인마의 반열에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사는 길이라고 믿는 순간, 그녀가 이것이라고 규정한 그것이 바로 살인인 것이다. 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말인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내가 학대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그녀들이 마음껏 치고 때리라고 내 마음을 샌더백으로 만들어 그 식당 주방에 걸어두는 것 같다.


나는 이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나를 지목하고 학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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