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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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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회 작성일 23-07-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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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여기저기 일하면서 만난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시를 쓴답시고, 사혈처럼 어느 행간에선가 딱 멈추어서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는 잡다한 하소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내가 치는 맞장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일기 따위를 쓰며 벽을 대고 주절거리기라도 한다지만

저 사람은 어디에다 저 말을 하겠나 싶어 주의 깊게 들어주려고

애를 쓰는데, 나의 자본화된 의식은 그래서 내게 돌아오는게

뭐냐고 자꾸만 묻게 된다. 내가 미칠 것 같아 무슨 말을 하게 될 때

그녀들은 갑자기 남편에게 전화가 오거나, 택배가 왔고, 나의 입장을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그녀들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나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기 바빴다. 그녀들은 확고부동하고 그렇기 때문에 결론을

늘 가지고 산다. 고민의 가지들은 뿌리처럼 많은 실뿌리를 가지고

풍성한 답을 향하여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지를 않고, 꺽힌 나뭇가지처럼

도 아니면 모다. 사실은 말하고 싶지 않다.

사실은 은근히 그녀들을 나는 경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들 중 누구를 비난해도 그녀들은 그녀들의 동지일 뿐이다.

서로 욕하지만 그녀들은 엘레베이트 거울속에 서로 비친 상들처럼 똑 같을 뿐이다.

무엇인가 하소연을 할 때는 비난 받기 위해서 하기 보다는 이해받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은 다 오해해도 누구 한사람에게라도 니 입장에선 정말 그럴수밖에 없겠네

나라도 니 입장에라면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 하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은 스스로 거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우월감

을 가질만한 근거들이 그렇게들 많은지, 항상 그녀들이 경청을 하는 위치는 도덕적으로

인간적으로 우위인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마음을 닫아 걸어버리는 것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고 말을 하기 때문이다. 나도 어릴 때 그랬다가 아니라, 어린 것이

그러면 되냐고 하니까 저 어른 것하고 무슨 말을 하겠냐 싶은 것 아닌가? 아무 망설임

없이 꺼리낌 없이 상대방보다 덥석 우위를 점해버리는 사람의 성긴 감수성에대해 나는

희미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먹고 살려고 바둥거리다보니 그리 되었다는 말은 적어도

내 앞에서는 변명이다. 나는 어떤가? 먹고 살려고 버둥거리지 않고 말하는게 아니다.

그것은 쉬운 쪽을 자주 선택해서 살았다는 것이다.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낸 고민을 쉽게 따라가고, 나보다 힘이 있고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고민을

맡겨 버렸다는 뜻이다. 


그냥 나도 내 인생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말이고 결심이다. 내가 그의 편이 되어주느라

다치고 아팠을 때 전화 한 통 없는 그녀들이 자신이 아쉬워지면 내게 전화를 하곤 했다.

나는 팡이가 떠오른다. 베트남 친구 팡이, 나이가 같다고, 하필이면 그날 아침 나에게

그녀는 말했다. "친구! 나 생일이야" 나는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밥을 먹다말고

케잌을 사러 갔고, 모두 함께 축하하면 좋을 것 같아 케잌에 불을 켰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아무도 박수를 쳐주지 않았고, 노래를 불러주지 않았다. 나는 내 생일도 아닌데

무안하고 깊이 상심해서 이래저래, 월급이 삼백오십이나 되는 그곳을 그만두었고, 그녀는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 그곳의 누군가랑 싸워서 그곳을 그만 두게 되었다며

전화가 왔고, 알아 들을려면, 잡음이 튀는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듯이 이리저리 머릿속의

다이얼을 맞추어야 하는 그녀의 말은 취직을 좀 시켜 달라는 것이였다. 나는 그래도 나를 친구

라고 기억을 하고 나에게 부탁을 하는구나 싶어 백방으로 전화를 해서 그녀의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한국어가 잼병인 그녀에게 합당한 일자리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그녀는 무엇이라도 옳은 편에 서지 않는 것일까? 식당은 어디나 문을 열고 사람을 구한다. 사장의 눈치를 보며 동료의 생일에 노래도 불러줄 수 없고, 박수도 쳐 줄 수 없으며, 그 애가 그런거 아닌데요. 제가 봤어요! 라고 나서 주지도 않는다. 나는 그녀들이 처음부터 그런 존재로 태어났다고 단언하게 된다. 


이제는 다 끊는다. 상해서 그 상한 것이 머리까지 올라 올수도 있을 것 같아, 그냥 잘라버린다.

싫어졌다. 약한 것이 악은 아니지만 약한 자가 쉽게 악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약하다는 것은 언제나 악을 방조할 핑계가 되고, 사실은 고래심줄보다 질긴 자의식을

가졌으면서 계속 약함의 뒤로 자신을 숨긴다. 나는 아무에게도 나를 읽어달라고 전화 하지 않을 것이고, 나를 좀 읽고 이해 해달라는 그녀들이 자신을 펼치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것이다. 스칠 것이다. 스치는 인연은 그대로 스치면 된다. 다시는 그녀들과 섞이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단단하고 반짝이는 고독을 꼭 껴안고 살 것이다. 약한 자들은 약해서 설움을 감내하다가 그 설움을 더 약한자에게 돌려주며 복수를 한다. 그 설움을 준 자들에게는 벌벌 기면서, 자신보다 더 약한 자가 나타나면 그대로, 아니면 몇 배로 그것을 돌려준다. 사악함이란 그런 것이다. 


일을 간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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