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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5年 12月 24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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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1회 작성일 15-12-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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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51224

 

 

    아침 사동에 출근할 때였다. 조폐공사 지나는 길 안개가 어찌나 자욱했는지 가시거리 10m쯤은 되었을 것이다. 마치 영화 미스트를 보는 것 같았다. 하기야 오늘 하루가 어떤 일로 이룰지는 모른다. 안개 같은 하루 시작한다.

    조회 때, 배 선생은 대구 수성 못 근처 새로 생긴 카페가 있다며 소개했다. 카페가 하루 이틀 생기는 것도 아니다만 별 이야기가 있겠나 싶어 들었다. 배 선생은 얘기하면 몸짓까지 곁들어 하시니 듣는 나로서는 언제나 재미가 있었다. 사람은 언제나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남의 말을 들을 때면 어떤 것은 크게 느끼기도 하며 또 어떤 것은 작게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보는 것보다 읽는 맛, 듣는 맛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오늘 배 선생께서 하신 말씀은 여러모로 재밌게 표현했다. 그러니까 그 수성 못, 모모 카페는 웅장하다는 것이다. 들어가는 문도 철문이고 앞에 어떤 우주선 내부에 들어가는 문처럼 버튼을 누르면 아라비안나이트 세계로 안내하듯 착 열리는데 들어가면 바(bar)가 중앙에 있고 천고는 아주 높다고 했다. 얼마나 높으냐고 물었다. 아무튼, 꽤 높다고 했다. (bar) 둘레 위로 기차가 지나간다며 얘기했다. 자리는 얼마 없어 안에서 배회할 만큼 공간이 넓은 건만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자리가 얼마 없다면 가게 경영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거기다가 바(bar) 구조를 설명했는데 아주 깔끔하고 웅장한 데다가 드립은 어떤 기계로 사람이 조작하면 물이 일정하게 떨어지게끔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그만 오만상 상상을 그렸다. ! 정말 대단한가 보다. 하여튼 돈이 꽤 들어간 카페며 대구 시내에 소문이 자자하다는 것이었다.

 

    점심시간 좀 지나 대구에 일 나섰다. 오 선생께서 주문한 각종 주방용품을 가지러 갔다. 칠성시장 만복주방에 다녀왔다. 작년과 재작년만 해도 한 달에 몇 번이나 들렸는지 모르는 집이다. 그만큼 그때는 경기가 좋았다. 지난 7월에 오고 오늘 사장님 찾아뵙는다. 서로 인사 나누며 주문한 물건을 차에 싣고 곧장 동원이 가게로 갔다. 공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근데 커피 납품 들어가는 거래처다. 사장께서 전화가 왔다. 음식점에 일하는 직원이 전화 왔는데 커피에서 이상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며 확인하라며 가게 전화번호를 일러주는 게 아닌가!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가게에 전화했다. 목소리 들으니 평상시 커피를 받아주시든 그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조금 짜증 어린 말로 커피에 똥냄새니 암모니아니 하는 말을 뱉는 나머지 순간 화가 일었다. 아니 커피를 두 봉 가져다 드렸는데 똥냄새가 난다면 두 봉 다 나와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인 것을 한 봉은 잘 마셨다고 한다. 한 솥에 볶아 납품 들어간 커피가 하나는 괜찮고 하나는 안 괜찮은 게 어디 있겠나, 말이지! 그 아주머니 말이 더 우스운 것은 손님이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더니 자기도 그렇다며 한 마디 더 붙였는데 나는 그만 이성을 잃을 뻔했다. 전화 끊고 사장께 바로 전화했다. 아니 직원 너무 무례한 것 아니냐며 언성을 좀 높이고 말았다. 자초지종을 들은 사장은 우리 직원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 하며 옹호하는 것 아닌가!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말도 있다. 아침에 출근하며 집안 일로 안 좋은 것이 식당에 오니 손님께 안 좋게 대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엄한 커피 쪽에다가 쏘아붙인 일로 나까지 오게 된 것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커피를 아주 우습게 보는 처사였다. 커피 천국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엄연히 이것은 모두 수입품이다. 나는 커피를 무역상에서 받아도 혹여나 대우를 잘 못 하여 질 떨어진 커피가 내려올까 싶어 노심초사하여 늘 현금지급을 우선으로 한다. 이런 일로 서울 무역상에서는 꼼꼼히 배려한다. 먼저 상대에게 잘해야 나에게도 좋은 물건을 받을 수 있음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가져다 드려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덕이 없는 사람이며 경우를 모르는 사람이며 세상사는 일에 그 처사를 모르는 사람이다. 치열한 커피 경쟁에 빠듯한 이문에 그날 볶아 그날 납품 들어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에 따른 예의 없는 말임에는 더는 아니었다.

     오후 빠른 배달부 불러 어제 볶은 커피를 다시 보냈다.

    

    우리나라 사람은 여유가 없다. 모두 급한 사람뿐이다. 커피를 볶아 들어가야 하니 하루 전에 주문해달라며 그리 부탁해도 되지 않는다. 오늘 같은 일도 마찬가지다. 당장 와서 맛을 보라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과 내일은 크리스마스 끼어 우리 가게도 바빠 가지 못 하니 크리스마스 지나 다음에 들려 확인하겠다며 정중히 말씀드렸더니 그러면 여기 장사는 어떻게 하느냐고 짜증이었다. 정말 듣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사람이 언제부터 커피에 목숨을 걸었나 싶다. 그만큼 여유가 많아서인가! 아니다. 그만큼 여유가 더 없어졌다. 경제성장에 치여 하루가 달리 가는 세상에 모두 주위에 주관을 잃은 사람뿐이다. 변화에 휩싸여 그 물결에 자아를 잃은 셈이다. 휴대전화기, 자동차, 컴퓨터는 더 빠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내가 가만히 있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위는 또 다른 무언가를 내놓고 있으니까 그것이 문제였다. 정말 내 것은 무엇인지! 그 어떤 세계가 변화해도 변화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동원이 가게에 왔다. 오늘은 전기 팀이 왔다. 전선을 가다듬고 전등을 단다. 내부공사를 맡은 이 실장도 와 있었다. 여러 가지 공사 일정과 공사를 다시 확인했다. 동원이 데리고 수성 못, 그러니까 오전에 배 선생께서 얘기하신 그 카페에 갔다. 상호는 ‘**p**t'였다. 가게는 약 100여 평정도 돼 보였으며 들어가는 문은 철문이었다. 우측 무르팍 위치쯤 되는 쇠 봉에 부착한 버튼 리모컨이 있다. 그 버튼을 누르면 문이 착 열린다. 안에 들어가니까 넓고 웅장한 것은 사실이었다. 바가 중앙에 있었는데 깔끔했다. (bar)는 맨눈으로 보기에는 비행접시처럼 들어 보였다. 가만 보니까 굵은 빔 같은 것으로 뼈대를 만들고 앵커볼트로 작업한 것이 밑바닥에 살짝 보였다. 이것은 조잡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멋으로 뭔가 각을 맞춘 듯해서 보기 좋았다. 실지로 빠는 한 선을 곱게 지나다가 탁 꺾어 한 선 바르게 넘어간다. 그만큼 반듯하며 상판과 고객이 바라보는 앞판은 모두 인조대리석으로 치장했다. 그 치장한 돌은 바닥까지 내려놓지 않아서 개미나 다른 잡스러운 것은 닿을 수도 없겠지만, 혹여나 닿아도 미끄러워 보이는 질감에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마련된 좌석은 얼마 없었다. 특이한 것은 여기도 무대가 있었는데 아주 큰 음향기기가 건축할 때나 쓰는 비계를 조인해서 상판을 놓고 그 위에다가 놓았다. 이 비계가 그런대로 이런 데에도 쓸 만한 내부공간미를 자아내는구나! 하며 느꼈다. 들어갈 때 드립을 주문했다. 콩은 직접 볶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이유는 첫째 로스터가 없고, 둘째는 그 맛이 갓 볶은 커피가 아니며 셋째 요즘 추세에 맞는 로스팅 포인트는 더욱 아니었다. 가격은 8천 원이었는데 이 돈으로 이 커피를 마신 다는 것은 솔직히 아깝다는 게 내 주관이다. 대충 들러보고 동원이와 나는 나왔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타는 순간 주차요원께서 나와 인사 주었는데 나는 여러 가지 물었다. 그러니까 요원께서는 나이가 많으신 어른으로 여기는 임대며 돈이 20억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마디 더 해주셨는데 그냥 돈으로 발랐지요. ! 하시며 잘 가시라며 인사 주셨다. 내가 보기에는 20억이 아니라 2억 가치밖에는 되지 않았다. 사장의 내력도 조금 알 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생략한다. 아마, 카페를 하려고 입문한 것이 아니라 사업상 어떤 목적이 분명히 있겠다는 생각이다. 안 그러고서는 이리 무리하게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곧장 내려가면 그러니까 100m도 되지 않는다. 온천골 국밥집이 있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나 아까 그 집 커피나 가격은 같다. 커피는 맛만 보고 말았지만, 국밥이야말로 그 가치를 따지자면 한 오만 원쯤은 되지 않을까 물론 그 커피에 비교해서 말이다. 카페가 따뜻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맛이 없어 아쉬웠다. 천고가 높고 헐빈한 좌석과 어두컴컴한 조명, 창이 없어 탁 막힌 어떤 공간미에 답답한 건 사실이었다.

    오늘 아침 신문에 매춘 여왕으로 일컫는 클로드가 향년 92세로 사망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남성이 여성에게 돈을 내는 경우는 오직 두 가지 이유뿐이라고 했다. 하나는 음식을 만들어줄 때고 하나는 섹스를 제공할 때라고 말했는데 정말이지 똑같은 값이면 누가 커피를 사다 마시겠는가! 한 끼 국밥이야말로 제대로 된 삶의 가치며 내 몸에 유익한 것임을, 아무리 예쁜 여성 바리스타가 내어준 커피라도 말이다. 나는 아주머니께서 내어주신 깍두기 한 종지, 마늘종, 까만 김 가루와 시원한 소고깃국밥에 한 술 뜨는 하얀 쌀밥이야말로 더없는 소중한 값임을 확인한다. 아까 그 커피는 맛이 영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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